한국에 23곳 있는 공자학원, 미국·유럽선 80곳 퇴출

중앙일보

입력 2021.06.04 00:02

업데이트 2021.06.04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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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미국과 유럽에서 중국이 중국어와 자국 문화를 알리기 위해 2004년부터 설립을 시작한 공자학원 퇴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중국, 자국어·문화 알리려 만든 기관
서방국 “공산당 선전, 학문자유 침해”
국내 공자학원 “문화 이해 못한 탓”

공자학원을 고발하는 다큐멘터리 ‘공자라는 미명하에’에 따르면 2013년 캐나다 맥매스터대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공자학원 80여 군데가 폐쇄됐다. 한때 100개가 넘는 공자학원이 있었던 미국에선 지난해만 20곳이 넘는 공자학원이 문을 닫았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 세계 162개국에 총 541개 공자학원이 운영되고 있었다.

유럽 최초로 공자학원을 설립한 스웨덴은 지난해 4월 모든 공자학원과의 관계를 끊었다. 당시 스톡홀름대 아스트리드 비딩 부총장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다른 나라의 자금을 받는 기관을 대학이라는 틀 안에 설립하는 것은 의심스러운 관행”이라고 말했다.

공자학원을 폐쇄하는 국가들은 공자학원이 중국 공산당의 선전기구며 학문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2018년 미국 의회가 발간한 미·중 경제·안보 위원회 보고서는 “중국 공산당은 여론 조작을 위해 다양한 수단을 활용하는데 그중 하나가 공자학원”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해 8월 공자학원을 ‘해외임무 기관(Foreign Mission)’으로 지정하고 공자학원을 설립하려는 기관은 인적 구성과 예산 등을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했다.

다큐 감독 도리스 리우는 “공자학원이 대학 캠퍼스 안에서 검열을 자행한다는 증거는 차고도 넘친다”며 “하지만 일부 국가는 중국의 영향력 때문에 반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 측이 만든 중국어 교재는 매우 정교한 뉘앙스로 조작된 선전 요소로 돼 있어 외국인의 시각으로는 걸러낼 수 없다”며 “이런 일은 어느 나라에서나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반발이 심해지자 중국은 지난해 7월 공자학원을 ‘중국어 교류·협력센터’라는 이름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운영 주체도 ‘국가한어국제보급영도소조판공실(한판·汉办)’에서 신설 비영리 기구인 ‘중국국제중문교육기금회’로 바꿨다. 두 기구 모두 중국 교육부 산하에 있지만 국가가 관여한다는 인상을 지우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2004년 전 세계 첫 설립 이후 현재 22개 대학을 포함해 총 23곳의 공자학원이 운영되고 있는 한국에선 아직 퇴출 움직임이 없다. 대부분의 대학이 공자학원을 단순한 어학원으로 보고 운영을 허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지난해 10월 충남대학에서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 회의록을 보면 정경희(국민의힘) 의원이 “공자학원으로 인해 대학이 중국 공산당의 체제 선전 무대가 되는 것 아닌가 우려된다”고 하자, 이진숙 충남대 총장은 “공자학원은 비교적 순수하게 중국어와 문화적 안내를 하는 곳으로만 알고 있었다”고 했다. 당시 교육부는 이런 지적에 공자학원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최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동북아역사재단과 연계해 조사가 아직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현철(중어중문학과 교수) 연세대 공자학원 원장은 “국내 공자학원은 교재와 교사 선정에도 관여한다. 중국 공산당 선전 내용을 담은 교재는 쓰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해외 사례는) 양국이 상호 존중하지 않고 문화를 이해하지 못해 퇴출까지 이르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봉 기자 mo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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