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퍼링 신호탄?…Fed, 작년 첫 매입 회사채 모두 판다

중앙일보

입력 2021.06.04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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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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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퍼링을 위한 간보기인가. 몸 풀기인가. 돈줄을 죄려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시간표가 빨라지는 듯한 분위기다. Fed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회사채와 상장지수펀드(ETF) 주식을 조만간 매각할 계획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7조 달러 국채 비하면 규모 작지만
인플레 우려 시점 매각 나서 촉각
국채는 월 1200억 달러 계속 매입
Fed “회사채, 통화정책과 무관”

채권 매입 규모를 축소하는 테이퍼링 논의를 시작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온 뒤 가시화하는 움직임에 시장은 긴장하고 있다.

Fed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 전반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지난해 ‘2차 시장(세컨더리 마켓) 기업신용펀드(SMCCF)’를 통해 107년 역사상 처음으로 회사채를 사들였다.

SMCCF는 지난해 3월 출범했다. 코로나19에 따른 봉쇄로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지자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미 재무부와 Fed가 만든 광범위한 프로그램 중 하나였다. Fed가 ‘최종 대부자’에서 시장에 직접 자금을 공급하는 구원투수로 등판하며 시장의 패닉은 가라앉았다.

채권 매입으로 급증한 Fed 자산.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채권 매입으로 급증한 Fed 자산.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WSJ에 따르면 한때 142억 달러까지 늘었던 Fed의 회사채와 ETF 보유액은 137억7000만 달러 수준으로 줄었다. 4월 30일 현재 Fed는 월풀과 월마트, 비자 등의 회사채 52억1000만 달러어치와 회사채 관련 ETF 85억6000만 달러어치를 보유하고 있다. 재무부를 통해 연내에 이를 매각할 방침이다.

Fed는 회사채 매각 방침과 관련한 성명에서 “SMCCF가 지난해 시장 기능 회복에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며 “팬데믹 상황 속 대형 업체들의 신용 확보에 도움을 주면서 고용을 지지했다”고 밝혔다.

Fed가 회사채 매각에 나서며 시장은 그 속내와 저의를 따져보고 있다. 그럼에도 회사채 매각을 테이퍼링의 신호탄으로 보는 것이 무리란 시각에 무게가 실린다. Fed가 매각하는 회사채는 Fed가 보유한 7조3000억 달러에 이르는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 규모에 비하면 ‘새 발의 피’ 수준이라서다. 여기에 매달 1200억 달러 규모의 국채 등의 매입이 진행되고 있다.

다만 시장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건 Fed가 회사채 매각에 시동을 건 시점이다. 백신 접종 등이 본격화하며 미국 경제가 빠른 속도의 회복세를 보이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Fed가 통화정책의 방향을 조정할 시기를 저울질하기 시작했다는 우려 때문이다.

경기 지표와 각종 전망은 이런 걱정에 무게를 싣고 있다. 지난 4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4.2% 상승하며 2008년 9월(4.9%)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또한 이날 Fed가 공개한 경기 동향 보고서인 ‘베이지북’에서도 경제가 다소 더 빠른 속도로 확장하고 물가 압력이 더 높아진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Fed 내부에서도 이런 논의가 본격화하는 듯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지난 4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테이퍼링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 데 이어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준 총재가 이날 “Fed가 테이퍼링을 검토할 시점이 왔다”고 밝혔다.

Fed는 회사채 매각에 대한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눈치다. Fed 대변인은 “회사채 매각은 통화정책과 아무 관련이 없고, 통화정책의 신호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팬데믹 상황에서 이례적인 조치였던 만큼 정상화 수순을 밟는 것이란 의미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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