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최태원 이어 경총 회장도 金총리에 “이재용, 현장 복귀해야”

중앙일보

입력

손경식 경총 회장이 3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상의회관 챔버라운지에서 열린 국무총리ㆍ경제계단체장 간담회에 참석,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손경식 경총 회장이 3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상의회관 챔버라운지에서 열린 국무총리ㆍ경제계단체장 간담회에 참석,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이 전날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을 건의한 데 이어, 3일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김부겸 국무총리에게 이 부회장의 사면을 재차 건의했다.

손 회장은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김 총리와 경제 5개 단체장의 간담회에서 “현재 세계 반도체 시장의 동태를 살펴볼 때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지켜왔던 우위가 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루빨리 이 부회장이 현장에 복귀해야만 한다. 정부의 배려를 다시 한 번 더 청원 드린다”고 했다.

간담회에는 대한상의 회장이기도 한 최태원 회장과 구자열 한국무역협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도 참석했다. 간담회는 당초 1시간 30분으로 예정돼 있었지만, 2시간 진행됐다. 한 참석자는 “경제 단체장들의 건의 사항이 많아 길어졌다”고 설명했다.

왼쪽부터 구자열 무역협회장, 손경식 경총 회장 , 김부겸 총리,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김기문 중기중앙회장, 강호갑 중견련회장. 임현동 기자

왼쪽부터 구자열 무역협회장, 손경식 경총 회장 , 김부겸 총리,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김기문 중기중앙회장, 강호갑 중견련회장. 임현동 기자

손 회장은 비공개 간담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반도체 시장이 지금 세계적으로 경쟁이 심해지고, 우리가 이러다가 2등이 될 수도 있는거 아니냐”며 “얼른 이 부회장을 사면해서 적극적으로 투자해 1위 자리를 지켜갈 수 있도록 하자고 김 총리에게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한 정부 측 참석자는 “강호갑 회장도 ‘이 부회장 사면에 대한 생각은 우리도 같다’는 취지로 얘기했다”고 밝혔다.

김 총리는 사면 요청에 “손 회장 등의 얘기를 문 대통령에게 그대로 전달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김 총리는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사면에 대한 질문이 나올 때마다 “사면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구체적인 입장 표명을 피해왔다. 문 대통령은 전날 4대 그룹(삼성·현대차·SK·LG) 대표들과 간담회에서 사면 건의와 관련해 “고충을 이해한다. 국민들도 공감하는 분이 많다”고 답했다.

청와대·정부, 3일 연속 경제계와 만남

청와대와 정부는 경제계와 연이어 만나고 있다. 전날 문 대통령, 이날 김 총리에  이어 4일엔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과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5대 그룹(삼성·현대차·SK·LG·롯데) 사장단과 비공개 회동을 한다. 총리실 관계자는 “김 총리가 새로 취임하면서 상견례 성격으로 만난 것”이라고 했지만, 사흘 연속으로 진행되는 청와대·정부 수뇌부와 경제계의 만남에 정치적인 해석도 곁들여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4대 그룹 대표와 오찬을 겸한 간담회 앞서 환담을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 문 대통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4대 그룹 대표와 오찬을 겸한 간담회 앞서 환담을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 문 대통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청와대사진기자단]

이현출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회고적 투표(평가적 성격의 투표)를 하는 유권자는 경제적 성과에 비중을 많이 두는 경향이 있다. 그런 측면에서 차기 대통령 선거를 앞둔 여권의 입장에서는 임기말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기업에 손을 내밀 수밖에 없다. ‘친기업’ 행보를 보여주며 돌아선 중도층 표심을 얻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초반엔 공약으로 내세운 재벌 개혁을 강력히 추진했다. 문 대통령은 2018년 신년사에서 “재벌 개혁은 경제의 투명성은 물론 경제성과를 중소기업과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측면에서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당시 재계에선 개혁의 대상으로 재벌을 지목한 것을 두고 반발도 컸다.

하지만 최근 들어선 기업에 감사를 표하는 일이 잦아졌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전날 문 대통령과 4대 그룹 대표의 간담회 개최 취지에 대해  “한·미 정상회담 계기에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등 적극적인 역할을 한 기업인들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진심 어린 감사를 전하기 위해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경제 성과뿐 아니라 외교, 코로나19 백신 이슈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도움이 필수라는 것을 문재인 정부가 깨달은 것 아니겠냐”고 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