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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경식, 총리 만나 "이재용 사면해야" 요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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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겸 총리(앞줄 왼쪽 두 번째)와 기업인 단체장들. 임현동 기자

김부겸 총리(앞줄 왼쪽 두 번째)와 기업인 단체장들. 임현동 기자

“우리나라가 반도체 2등 될수도 있습니다. 이재용 부회장이 나와서 적극 투자하도록 해줘야 합니다.”

3일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김부겸 국무총리와 기업인 5단체장(대한상의·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무역협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중소기업중앙회) 간담회에선 손경식 경총 회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사면 요구를 이어갔다. 전날 문재인 대통령과 4대 그룹(삼성·현대차·SK·LG) 대표단 간담회에서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사면 이야기를 꺼낸 데 이어, 이날은 손 회장이 그 역할을 했다.

손 회장은 이날 행사 중 언론에 공개된 모두 발언에서부터 사면을 언급했다. 손 회장은 “세계 반도체 시장의 동향을 볼 때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지켜왔던 우위가 깨질수도 있다”며 “이 부회장이 하루빨리 현장에 복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부의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총리 건의는 손경식 주도 

이후 한 시간 넘게 이어진 비공개 자유토론에서도 손 회장은 이 부회장 사면 요구를 주도했다고 한다. 김부겸 총리는 간담회가 끝난 뒤 “기업 하시는 분들이 어려움 겪는 상황에 대해 충분히 말씀 듣고 공감했다”며 “사면에 대해선 오늘은 손 회장님이 그 점에 대해 분명히 말씀을 주셨다”고 설명했다. 사면 요구 수용 여부를 묻는 기자들 질문에 김 총리는 “저한테 권한이 있는 건 아니잖아요”라고 답한 뒤 “물론 (대통령께) 그대로 말씀 전달은 드려야죠”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구자열 무역협회장, 손경식 경총 회장 , 김부겸 총리,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김기문 중기중앙회장, 강호갑 중견련회장. 임현동 기자

왼쪽부터 구자열 무역협회장, 손경식 경총 회장 , 김부겸 총리,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김기문 중기중앙회장, 강호갑 중견련회장. 임현동 기자

사면 반대론 역풍도 의식

손 회장도 간담회장을 떠나면서 기자들에게 “사면 이야기는 총리께서 잘 경청해주셨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전날 문 대통령은 사면 요구에 대해 “국민들도 공감하는 분이 많다. 지금 경제 상황이 이전과 다르게 전개되고 있고, 기업의 대담한 역할이 요구된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고 답했다. 손 회장은 이에 대해 “아주 고무적인 답변”이라며 “대통령께서 그렇게 말씀을 해주셔서 너무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간담회 참석자들에 따르면 최태원 회장, 구자열 무역협회장, 강호갑 중견련 회장, 김기문 중기중앙회장 등은 사면 관련 발언을 자제했다고 한다. 전날 문 대통령의 진전된 발언을 들은 상황이어서, 자칫 반대 여론 역풍을 우려했기 때문이란 해석이다. 실제 경제개혁연대는 이날 논평에서 “유독 삼성 총수일가에 대해 사면 요구가 거센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이재용 부회장이 사면된다면, 문재인 대통령은 법치주의를 크게 훼손한 대통령으로 기억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단체장 중 가장 연장자인 손 회장이 추가 요구를 하는 것으로 정부에 대한 의견 전달은 충분히 이뤄질 거란 공감대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2일 열린 이재용 부회장 사면 반대 집회. 연합뉴스

2일 열린 이재용 부회장 사면 반대 집회. 연합뉴스

김 총리, 최저임금 말 아껴

한편 다음달까지 마무리해야 하는 2022년분 최저임금 협의도 손 회장이 경영계 입장 전달을 주도했다. 노동계 일부(민주노총)에선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시간당 8720원)보다 23.5% 오른 1만770원을 주장하고, 경영계는 동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손 회장은 “2019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부담이 기업들에게 여전한 상황인데 노동계는 최저임금 인상을 계속 주장하고 있다”며 “과도한 인상은 영세 기업에 큰 부담이 되기 때문에 저소득 근로자에게 정부가 장려금을 주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손 회장은 기자들에게 “최저임금 관련 요구에 대해 총리께선 긍정이나 부정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며 “‘기획재정부와 잘 검토해보겠다’는 수준으로 대답하셨다”고 전했다.

정부와 경영계의 다음 만남은 4일 열린다.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과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5대 그룹(롯데 포함) 사장단과 만나 경제 현안에 대해 이야기 나누기로 했다. 토의 내용은 비공개다.

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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