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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대 메고 '조국의 강'에 몸 던진 송영길…"결국 남는 장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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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열린 '민주당 국민소통·민심경청 프로젝트 대국민 보고'에 입장, 인사하고 있다.   송 대표는 이날 회견에서'조국 사태'와 관련해 "국민과 청년들의 상처받은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점을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열린 '민주당 국민소통·민심경청 프로젝트 대국민 보고'에 입장, 인사하고 있다. 송 대표는 이날 회견에서'조국 사태'와 관련해 "국민과 청년들의 상처받은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점을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더는 다른 얘기가 나오지 않을 거다. 적어도 의원들은 그런 기류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조국 사태’ 사과에 대해 여당의 한 친문 핵심 의원이 3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한 말이다. “불만이 있는 의원도 꽤 있지만, 어차피 사과한 이상 이 문제를 더 끌고 가도 좋을 게 없다는 분위기”라는 설명이었다.

또 다른 전략통 의원은 송 대표 사과에 대해 “선당후사의 결단”이라고 평가했다. 이 의원은 “당내 대선 후보들이 ‘조국의 늪’에 빠져들기 전에, 대표 본인이 비난을 감수하며 문제를 매듭지은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조국의 시간』 출간으로 당 안팎에서 “입장을 밝히라”는 요구에 직면했던 여권 대선 후보들은 송 대표의 사과 이후 한층 여유가 생긴 모습이다. 한동안 ‘조국 사태’에 침묵했던 이재명 경기지사는 전날(2일) JTBC 인터뷰에서 “‘조국 사태’는 이미 정쟁의 수단이 됐는데 제가 깊이 관여하고 싶지 않다”며 “특히 당 대표께서 입장을 내셨으니 저는 당원으로서 지도부의 입장을 존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역시 전날 페이스북에 “당 지도부의 고민과 충정을 이해한다”며 “이제는 미래를 더 말해야겠다. 국민의 삶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행동으로 보여드리겠다”고 적었다.

대선 후보들 대신 강성 당원들의 문자 폭탄을 맞은 건 송 대표였다. 이날 민주당 당원 게시판과 온라인 커뮤니티엔 송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거나 송 대표에게 ‘문자 폭탄’을 보내겠다고 하는 게시물이 다수 올라왔다. SNS엔 ‘#송영길_사퇴해’라는 해시태그까지 등장했다. 한 달 전 민주당 초선의원 5명이 재·보선 참패 원인으로 ‘조국 사태’를 거론했을 때와 똑같은 모습이었다.

반발 예상했던 송영길…욕먹어도 남는 장사?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가 25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앞서 윤호중 원내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윤 원내대표는 '조국 사태' 관련 사과 표명에 대해 신중론을 펼쳤다고 한다. 오종택 기자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가 25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앞서 윤호중 원내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윤 원내대표는 '조국 사태' 관련 사과 표명에 대해 신중론을 펼쳤다고 한다. 오종택 기자

물론 송 대표가 강성 당원들의 반발을 예상하지 못했던 건 아니다. 기자회견 전날(1일)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이런 우려가 제기됐다. 당장 투톱 중 한 명인 윤호중 원내대표부터 “조국에 대한 사과는 신중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질의응답 과정에서 질문이 있으면 그때 답하는 게 어떻겠냐”는 절충안도 나왔다.

비공개회의에 참석한 한 최고위원은 “송 대표가 의견을 모두 경청했지만, 형식적으론 아무런 것도 합의되지 않았다”며 “기자회견에서 조국 전 장관을 언급한 건 결국 송 대표의 결단이었다”고 설명했다.

당 일각에선 “이번 사과가 장기적으로 송 대표에게 남는 장사가 될 것”(수도권 의원)이란 관측도 나온다. 차기 대선 후보의 숙제를 대신 해결한 만큼, 향후 대선 정국에서도 송 대표에게 힘이 실릴 거란 이유에서다.

송 대표는 이번 기자회견에서 그간 당내에서 6월 초로 예측됐던 대선기획단 발족 시점을 ‘6월 중순’으로 못 박았다. 6·11 국민의힘 전당대회 이후 대선기획단을 출범시키려는 취지라고 한다. 당 일각에선 “결국 ‘송영길의 시간’을 꽉 채워 자신을 빛내겠다는 뜻 아니냐”(중진 의원)는 관측도 나온다.

P4G 서울 정상회의 이후 당 탄소중립화위원장을 송 대표 자신이 직접 맡기로 하는 등 최근 정책 분야의 주도권도 강해지는 모습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송영길 호(號)는 전당대회에서 35.6%만 득표해 어느 때보다 협소한 지지기반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단순한 ‘대선 관리형’ 대표로 남지 않겠다는 의지는 분명하다”고 말했다.

다만 송 대표의 계획대로 당이 운영될지는 미지수다. 당장 당내에서조차 “반쪽짜리 사과”(서울 초선)라는 비판이 나오는 상태에서, 당 지지율이 오를 거라고 장담할 수가 없다. 중도층이 외면하는 상황에서 ‘조국 사태’ 사과를 계기로 강성 지지층마저 이탈하면, 사과를 결단한 송 대표가 리더십에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이준석 돌풍’으로 인해 상승세를 타고 있는 점도 변수다. 정당 지지율은 일종의 상대평가이기 때문에, 민주당 지지율이 하락할 위험도 적지 않다. 송 대표 측 관계자는 “결국 최종 평가는 지지율 추이와 대선 결과로 판가름날 것”이라고 말했다.

오현석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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