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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의 '한 방', 중국을 궁지로 몰아넣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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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호주는 지금 전쟁 중이다.  

날카롭다. 미-중 전쟁의 또 다른 국지전이 남태평양에서 벌어질 판이다.

호주는 미국 편에 섰다.

화웨이 때리기에 가장 먼저 가세했고, 코로나 19의 우한 기원설 조사를 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중국의 홍콩 민주화 시위 탄압도 강력히 비난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에는 쿼드에 가입해 미국의 대중국 압박에 앞서고 있다.

중국은 발끈한다.  

'뭐 호주가? 철광석에서 석탄까지, 보리에서 와인, 소고기, 그리고 랍스터까지…. 우리가 그렇게 많이 사주고 있는데…. 중국으로 먹고사는 나라가 감히….'

반격은 맹렬했다. 중국은 호주산 농산물 수입을 막았고, 랍스터도 끊었다. 그리고 석탄도 못 들어오게 했다. 관광객도 차단했다. 경제 목줄을 죄어 무릎을 꿇게 하겠다는 심산이다.

ⓒAsia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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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비슷하다.

호주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2% 정도다. 우리나라의 대중 의존도(홍콩 포함)와 별 차이 없다. 미국과 일본에 대한 수출을 다 합쳐도 중국만 못하다는 점도 같다. 중국의 호주 경제 제재는 우리나라 사드 보복을 연상케 한다. '안미경중(安美經中;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구도 역시 유사하다.

그런데…. 중국이 감히 건드리지 못하는 분야가 딱 하나 있다.  

철광석이다.

효과로 치자면 이게 가장 확실한 호주 길들이기 방법이다. 철광석은 호주의 최대 수출 상품이다. 전체 수출(약 2726억 달러, 2020년 회계연도)의 약 30%에 육박한다. 이중 약 80%가 중국으로 간다. 중국의 경기 상황에 따라 호주 경제가 출렁이는 이유다.

ⓒ로이터

ⓒ로이터

호주 경제는 중국 덕을 톡톡히 봤다. 2000년 36억 달러에 그쳤던 호주의 대중국 수출은 지금 약 740억 달러에 달해 20배 이상 늘었다. 그 핵심이 바로 철광석이다. 석탄 수입을 금지했듯, 철광석 수입을 막는다면 호주 경제를 '그로기' 상태로 몰 수 있다.

그런데도 감히 이 카드는 뽑을 수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철광석이 끊기면 중국 경제가 더 큰 타격을 입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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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세계 최대 철 생산국이다. 자국 수요를 기본적으로 충당하고, 일부는 수출도 한다. 그런데 철광석은 80%를 수입에 의존한다. 그 수입의 60%는 호주에서 온다. 대략 중국에서 철 만드는 데 쓰이는 철광석의 절반 정도가 호주 수입산인 셈이다.

철이 없으면 중국 경제는 셧다운이다. 그렇게 애쓰는 전기자동차도 고급 철판이 없으면 못 만든다. 보리, 와인, 랍스터, 관광객, 그리고 석탄까지…. 다 때려도 철광석은 못 건드린다.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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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 화약 냄새가 풍겨온다. 중국 시장에서 철광석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1년 전까지만 해도 t당 100달러 아래에 거래되던 철광석이 200달러 넘게 가격이 형성되고 있다(다롄선물시장). 올해만 40%가량 올랐다.

코로나 19가 진정되면서 중국 수요가 급증한 게 주요 원인이지만, 호주 요인도 무시 못 한다. 철강 관련 업계 플레이어들은 중국-호주 관계 악화로 철광석 수입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판단, 매점매석하고 있다.

당국이 나섰다. 중국의 5개 관련 부처는 지난달(5월) 23일 철광석 관련 주요 업체들을 콜(call)했다.

"들어와라, 할 얘기가 있다."  

소위 말하는 '웨탄(约谈)'이다. 기업들 데려다 군기 잡는 것을 뜻한다. 마윈이 당한 것 말이다.

"엄중히 경고한다. 매점매석하지 말라. 가격 올려 부르지 말아라. 철광석 비축한 거 다 토해내라."

'줄빠따' 덕택에 가격은 다소 안정됐다. 그렇다고 끝난 게 아니다. 철광석값은 호주와 무역 전쟁을 치르는 한 언제든 폭등할 수 있다. 중국 경제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요소다.

ⓒ차이신

ⓒ차이신

중국은 급하다. 세계 제2위 생산국인 브라질로 달려간다.

그러나 브라질 철광석 광산은 2019년 발생한 댐 붕괴 여파로 아직 정상화되지 않고 있다. 브라질의 극심한 코로나 19도 문제다. 중국이 사들인 아프리카 광산은 현지 사회불안, 공무원 부패 등으로 차질을 빚고 있다. 중국이 더욱 곤궁한 처지로 몰리는 분위기다.

물론 호주도 고통받고 있다. 그러나 버틴다. 중국의 수입 제한으로 농어민이 타격을 받고 있지만, 중국의 어떤 압력에도 굽히지 않겠다며 전의를 다진다. 대체 시장 개발에 총력을 기울인다. 여기서 밀리면 중국군이 남태평양 지역으로 세력을 넓힐 것이라는 우려도 작용하고 있다.

호주 정계는 중국에 대해 노(no)라고 말한다. 중국 공산당이 경제를 고리로 호주를 발아래 두려 한다고 의심한다. 반중 기세는 높아지고 있다. 확실하게 미국에 붙었다. 쉽게 굴복할 것이라는 예상이 빗나가자 중국은 주춤할 수밖에 없다.

ⓒSC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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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철광석은 호주에게 '한 방'이다. 최악의 경우 중국을 물 먹일 수 있는 무기다. 그 '한 방'이 있기에 중국은 호주를 쉽게 건드리지 못한다.
우리에게도 과연 중국을 물 먹일 수 있는 '한 방'이 있는가?
호주-중국 전쟁을 보며 드는 생각이다.

차이나랩 한우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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