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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보다 낫다' 낙후된 中 도시가 대박난 진짜 이유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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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오현(曹县) 침대 하나를 사는 게 (상하이) 푸둥 집 한 채를 사는 것보다 낫다”

중국에서 '인싸' 도시로 급부상한 산둥성 차오현 #목제품·한푸 산업으로 유명, '실속' 도시로 화제

요즘 중국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말이다. 지방 소도시 차오현(曹县)이 상하이 노른자땅 푸둥(浦东)보다 낫다니,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사진 tiltok]

[사진 tiltok]

지방 소도시 차오현(曹县)이 주목받게 된 것은 이 지역 출신이라는 왕훙(网红)의 발언이 계기가 됐다. 그가 현지 사투리로 “산둥 허쩌 차오현이 최고이며 나의 보배”라고 말한 짤이 관심을 얻었고, 이후 이를 모방한 영상이 우후죽순 업데이트됐다. 사람들은 점차 차오현에 관한 풍자에 초점을 맞춰 영상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우주의 중심, 차오현”

“베이징, 상하이, 뉴욕보다 차오현에서 떠도는 것이 낫다”

[사진 toutiao]

[사진 toutiao]

풍자 영상에 네티즌의 호응이 이어지자, 차오현은 하루아침에 전국에서 가장 핫한 도시로 떠올랐다. 일종의 'B급 마케팅' 효과를 제대로 누리게 된 것이다. 사람들이 잘 몰랐던 지방의 한 마을, 낮은 인지도는 오히려 신비감으로 작용했다. 틱톡에서 관련 키워드 조회수가 12억뷰에 달할 정도였다.

차오현은 산둥(山东)성 허쩌(菏泽)시에 자리잡고 있다. 외관상 평범하고 소박한 현(县)이다. 겉으로 보기에 화려함이나 신선함은 없고 오히려 낙후된 소도시에 더 가깝다. 평균 집값은 제곱미터당 4858위안(약 85만 원), 허쩌시에서도 6위에 불과하니, 실제로는 베이징·상하이와 비교 자체가 안 되는 곳이다.

차오현 전경 [사진 toutiao]

차오현 전경 [사진 toutiao]

차오현에 대한 전국적인 관심이 일자, 차오현 현장(县长)은 이 같이 대응하며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긍정적인 것이든, 풍자하는 것이든 상관없습니다. 저희 차오현에 한 번 오셔서 얼마나 실속있는 곳인지 직접 눈으로 확인하세요.”

차오현 현장(??) [사진 baijiahao]

차오현 현장(??) [사진 baijiahao]

이번 트렌딩에서 사람들이 주목한 점은 차오현의 ‘실속’이다. 차오현은 대표적인 타오바오촌(淘宝村)에 해당한다. 타오바오촌은 알리바바 타오바오를 통해 전자상거래를 활발하게 하는 마을, 즉 전자상거래로 흥한 지역이라는 뜻이다.

2020년, 차오현은 전국 타오바오촌 가운데 2위에 올랐다. 이곳의 주력 산업은 공연복(무대의상)과 목제품이다.

[사진 zhongguojingjizhoukan]

[사진 zhongguojingjizhoukan]

“일본에서 사용하는 관의 90%가 차오현에서 온다”

차오현은 중국 내 유명 오동나무 산지다. 오동나무는 가구 자재로는 부적합한 반면 관목(棺木)으로는 최우선으로 꼽힌다. 일본은 관과 시신을 함께 화장하는 풍습이 있어 불에 쉽게 타 연소될 수 있는 오동나무 관이 각광받는다. 200만 엔(약 2000만 원)에 달하는 일본 현지 가격의 약 절반에 해당하는 가격. 가성비 좋은 차오현의 관이 일본으로 흘러가게 된 배경이다.

[사진 toutiao]

[사진 toutiao]

최근에는 중국에 전통복 한푸(汉服) 열풍이 불면서 큰 수혜를 입었다. 차오현 한푸의 시장점유율은 30%에 달한다. 차오현 다지진(大集镇)에는 한푸 관련 업체가 2000곳 넘게 있다. 마을 사람의 80%가 공연복(무대의상) 가공 관련 업종에 종사하고, 1만 8000개의 타오바오 매장을 운영하기 때문이다. 매년 타오바오에서 판매되는 공연복의 70%가 이곳에서 만들어진다.

현지 당위원회 서기 리타오(李涛)에 따르면, 지난 2019년 매출 70억 위안(약 1조 2200억 원)을 벌어들였고, 코로나19가 휩쓴 지난해에도 40억 위안(약 6900억 원)을 넘기며 선방했다. 올해에는 100억 위안(약 1조 7500억 원)을 돌파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현재 이곳에는 한푸, 교복, 공연복 관련 원단, 가공, 판매, 물류에 이르기까지 밸류체인이 모두 형성돼 있다.

[사진 wangyi, new.qq.com]

[사진 wangyi, new.qq.com]

산둥성 차오현은 원래 현지인에게도 그저 무료한 고향일 뿐이었다.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얻으러 외지로, 대도시로 떠났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좀 달라졌다. 고향으로 되돌아와 전자상거래에 뛰어드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 지방 정부에서도 청년들의 귀향을 독려하는 분위기다.

차오현이 일약 스타덤에 오른 이면에는 '왕훙 경제+지방 경제+산업 밸류체인'이 절묘하게 합해진 배경이 있다. 대도시 집중 현상에 대한 풍자가 지방 출신 상경러들의 향수를 자극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번 차오현 신드롬은 현재 중국의 사회적·경제적 트렌드를 보여주는 축소판인 셈이다.

차이나랩 홍성현

[사진 차이나랩]

[사진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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