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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고소하자 오히려 직장 내 따돌림…4년 후 극단 선택

중앙일보

입력

사진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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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공무원으로 재직할 당시 상사로부터 추행 피해를 본 30대 여성이 최근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여성은 상사를 고소한 후 직장을 그만둔 뒤 지속적인 우울증과 심리적 불안감을 보여왔다.

3일 인천 미추홀 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인천시 미추홀구 한 아파트에서 전직 공무원 30대 여성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A씨의 집을 방문한 청소업체 직원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해 시신을 수습했다.

이 청소업체 직원은 저장 강박증이 있는 정신질환자의 가정을 방문해 청소 재능기부를 하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A씨와 알고 지냈다. 해당 유튜브 채널은 전날 “저희가 진행하는 ‘헬프미 프로젝트 3화’의 의뢰자분이 며칠 전 유명을 달리하셨다”며 “고인이 출연했던 영상을 비공개 전환한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공지했다.

채널 운영자는 “고인과는 촬영 이후 수차례 전화통화로 안위를 계속해서 체크하고 있었고 굉장히 밝아진 마음에 저희 모두 안도하고 기쁜 마음이었다”며 “나처럼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소중하게 사용해 달라는 말과 함께 큰 액수의 금액도 기부해주셨다”고 전했다. 며칠 전 새벽 2시 A씨에게 전화가 왔으나 자느라 받지 못했고, 다음 날부터 연락이 되지 않아 걱정되는 마음에 집으로 찾아갔다고 한다.

4년 전 성추행 피해를 당한 전직 공무원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알린 유튜브 공지. 사진 유튜브 채널 '클린어벤져스'

4년 전 성추행 피해를 당한 전직 공무원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알린 유튜브 공지. 사진 유튜브 채널 '클린어벤져스'

채널 운영자는 또 “세무공무원으로서 멋지고 번듯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고인을 이렇게 비극으로 만들어놓은 해당 피의자는 아직도 고위직 공무원으로 떵떵거리며 잘살고 있다고 한다”며 “피의자는 아무 거리낌 없이 여전히 잘살고 있고, 피해자는 스스로 목숨을 끊을 만큼 힘들게 살아왔다는 생각에 너무도 화가 난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디 그곳에서는 꽃보다 어여쁘게 누구보다 행복하게 사셨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2017년 A씨는 당시 직장 상사 B씨(50대)가 회식 자리에서 허벅지를 쓰다듬거나 허리를 끌어안는 등 강제추행했다며 경찰에 고소했다. 그러나 B씨는 “무단결근을 하는 등 근무 태도가 좋지 않은 A씨가 징계를 피하려고 나를 음해한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고 한다.

경찰은 당시 성폭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법률상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혐의로 B씨를 입건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후 다른 간부들은 A씨에게 사건을 덮고 갈 것을 요구했고, 세무공무원들이 이용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오히려 “A씨는 전과 16범이다” “고소취하를 조건으로 좋은 근무처로 보내달라고 했다”는 등의 글이 퍼진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유족이 A씨 시신의 부검을 원치 않아 그대로 시신을 인계했다”며 “A씨는 사망 당시 특정한 직업이 없는 상태로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고 말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가영·심석용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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