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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복종" 90도 꾸벅…한밤 공원서 쇠파이프 든 남자들 정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세력 다툼 위해 집결한 조직폭력배들. 사진 경기남부경찰청

세력 다툼 위해 집결한 조직폭력배들. 사진 경기남부경찰청

2018년 12월 오후 11시쯤 경기도 남부 지역 내 한 공원 주차장. 승용차 4대가 연이어 들어오더니 검은색 양복 등을 입은 남성 10여명이 몰려들었다. 이들은 야구방망이나 쇠파이프 등 흉기를 가지고 있던 조직폭력배였다. 이들은 2시간 동안 집단 폭력을 준비했다고 한다. 지역 내 경쟁 폭력조직과 세력 다툼을 위해서다.

이처럼 경기 남부 지역 한 지자체에서 세를 키우던 신흥 폭력조직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 경기권 신흥 폭력조직 44명 검거 

경찰에 붙잡힌 경기 남부권 신흥 조폭들의 결혼식 행사장 모습. 사진 경기남부경찰청

경찰에 붙잡힌 경기 남부권 신흥 조폭들의 결혼식 행사장 모습. 사진 경기남부경찰청

경기남부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강수대)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단체 등의 구성·활동) 혐의로 50대 두목 A씨 등 주요 조직원 8명을 구속했다고 3일 밝혔다. 나머지 조직원 36명에 대해선 불구속 입건해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A씨 등은 2014년 5월부터 올해 1월까지 6년 넘게 지역에서 활동하며 다른 조직과 세력 다툼을 하거나, 지역 상인과 주민을 상대로 51차례에 걸쳐 집단폭력과 공갈을 일삼는 등 범죄단체를 구성해 활동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지역에서 유흥주점을 운영하면서 다른 유흥업소에 흉기를 들고 찾아가는 등 인근 업소의 영업을 방해한 것으로 파악됐다. 2019년 6월에는 지역 내 다방·노래연습장 등 영세업소로 가 “이곳들을 통합·관리하겠다”며 문신을 보여주고 업주를 협박했다.

조직 유지를 위해 폭력도 일삼았다. 2015년 9월에는 하위 조직원을 줄 세워놓고 야구방망이로 때렸다. 2016년 8월에는 탈퇴한 조직원을 찾아내 차량에 감금하고 집단 폭행했다.

‘선배 말 절대복종’…통솔 체계

조직폭력배들의 지역 활동 모습. 사진 경기남부경찰청

조직폭력배들의 지역 활동 모습. 사진 경기남부경찰청

이들은 20대 조직원을 신규로 영입하는 방법 등으로 지역에서 세를 불려왔다고 한다. 두목과 부두목·행동대장 등 주요 간부가 통솔 체계를 만들어 하위 조직원을 관리했다. 조직의 세력 확장과 존속을 위해 ‘행동강령’도 만들었는데, 여기에는 “선배 말에 절대복종한다” “조직을 배신해서는 안 된다” “타 조직과 전쟁 시 신속히 연장을 챙겨서 집결한다” 등과 같은 내용이 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2019년 10월 A씨가 새로운 조직을 만들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이후 이들이 경찰청 데이터베이스(DB)에 등록되지 않은 신흥 조직이라 판단하고 약 1년 8개월 동안 범죄단체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모아왔다. 수사를 이어가던 경찰은 지난 4월 강수대 형사 50명을 투입해 A씨 등 주요 간부 12명을 동시에 붙잡아 8명을 구속했다. 지난달에는 범행에 가담한 말단 조직원 32명을 추가로 검거해 총 44명을 붙잡았다.

경찰 관계자는 “2017년쯤 이들이 토착 세력으로 악화하는 조짐을 보였으나 이번 수사로 대부분 조직원이 검거됐다. 조직이 사실상 와해했다고 본다”며 “국민 생활에 불안을 주고 생계를 침해하는 생활 주변 폭력 행위 단속을 계속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경찰 “피해 신고 절실” 

선배를 보고 인사하는 조직원들. 사진 경기남부경찰청

선배를 보고 인사하는 조직원들. 사진 경기남부경찰청

경찰은 이들 외에도 지역에서 활동하는 폭력조직이 또 있을 것으로 보고 앞으로 조직 자금원이 되는 사행산업·성매매 등 각종 이권 개입행위 근절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범죄자금은 기소 전 몰수보전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환수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폭력 조직을 뿌리 뽑기 위해서는 피해자 신고나 진술이 꼭 필요하지만, 보복이 두려워 신고에 선뜻 나서지 못하기도 한다”며 “범죄피해를 신고하면 그 신분을 철저하게 보장하고 신변 보호 활동도 같이 나선다. 시민의 적극적인 신고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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