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업계 반격에 뒤뚱거리는 '테슬라'…'소형차'로 위기 돌파?

중앙일보

입력 2021.06.03 11:30

지난해 9월 독일 '기가팩토리 베를린' 공장을 방문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AP=연합

지난해 9월 독일 '기가팩토리 베를린' 공장을 방문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AP=연합

테슬라가 전기차 보급이 가장 빠른 서유럽 시장에서 폴크스바겐에 역전당해 1위 자리를 내줬다. 글로벌 자동차조사업체 슈미트 오토모티브 리서치에 따르면 최근 12개월(2020년 5월~2021년 4월)간 독일을 포함한 서유럽 18개국에 등록된 테슬라 차량은 10만2500대이다. 테슬라가 이처럼 월 평균 판매량이 1만대 안팎에 머물러 있는 사이 전 세계 자동차시장 1위인 폴크스바겐의 순수전기차(BEV)는 20만6400대가 등록돼 월평균 2만대 가량이 판매됐다.

3일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테슬라와 폴크스바겐의 판매량은 2년 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완전히 뒤집힌 결과다. 이 기간 테슬라는 10만9700대, 폴크스바겐 BEV는 4만6500대가 팔렸다. 테슬라는 2019년 보급형 전기차 모델 3를 유럽 시장에 선보인 이후 시장을 주도했지만, 지난해 폴크스바겐이 전기차 전용 플랫폼(MEB)을 장착한 ID.3를 내놓으면서 테슬라를 따라잡기 시작했다.

폴크스바겐은 지난 4월 진일보한 ID·4를 내놓으며, 더 탄력이 붙었다. 리서치는 ID.3와 ID.4와 같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크로스오버가 "유럽 전기차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럽 소비자는 고급 세단이나 덩치 큰 SUV보단 실용성 있는 차를 선호하는 편인데,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면서 폴크스바겐·르노·피아트의 크로스오버형 전기차 판매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조사별 유럽 전기차 판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제조사별 유럽 전기차 판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또 다른 조사기관 EV볼륨즈의 최근 12월간 서유럽시장 전기차 판매 대수는 테슬라가 기존 완성차업체에 밀리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 기간 테슬라는 폴크스바겐(21만6009대)에 1위를 내준 것은 물론 르노·닛산 얼라이언스(15만6494대)·스텔란티스(11만2640대)·현대차그룹(10만9095대)에 이어 5위(10만3346대)에 머물렀다.

테슬라 전기차는 최근 중국에서도 신통치 않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테슬라 모델 3은 올해(1~4월) 중국 시장에서 7만3296대를 팔아 SMGW의 우링홍광 미니(12만5925대)에 크게 뒤졌다. 우링홍광 미니의 GM과 상하이차·우링의 합작법인이 만든 초소형 전기차다. 또 중국 시장에서 생산돼 판매되는 모델 Y(2만1819대)는 BYD의 한(2만7101대), 장성기차의 오라 R1(2만2371대), 체리차의 eQ1(1만8990대)보다 밀렸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중국에서 신형 전기차가 대거 출시되며 시장에서 차지하는 테슬라 전기차의 비중이 줄었다"고 말했다.

올해 중국시장 모델별 전기차 판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올해 중국시장 모델별 전기차 판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서유럽과 중국은 가장 큰 전기차 시장이다. 모든 완성차업체가 전기차의 기술력과 마케팅을 쏟아붓는 전장이다. 서유럽은 현대차·기아를 비롯한 기존 완성차업가 앞다퉈 신형 전기차를 출시하고 있고, 중국은 상하이차·BYD등 기존 전기차 강자에 니오·샤오펑·리샹 등 스타트업 등이 각축을 벌이는 중이다. 반면 2010년 모델 S를 선보인 이후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선점한 테슬라의 시장점유율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테슬라는 '오토 파일럿'과 같은 반자율 주행, 소프트웨어 실시간 업데이트(SOTA) 등 기존 완성차업체보다 앞선 기술을 통해 시장을 선점했다. 그러나 '단차(차체 이음새의 틈)' 등 고질적인 품질 문제, 부실한 사후관리(AS), 다른 브랜드보다 비싼 가격 등은 단점으로 꼽힌다. 최근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트위터로 사업과 관계없는 암호화폐와 관련해 '입방정'을 떨어 테슬라 브랜드에 대한 전 세계 소비자의 반감이 늘었다.

전문가들은 테슬라의 성패는 지금의 판매 대수보단 "미래에 있다"는 시각이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연말 기가팩토리 베를린과 내년 기가팩토리 텍사스가 가동을 시작하면 판매 대수는 늘어날 것"이라며 "테슬라는 단순히 차 판매가 아니라 향후 '자율주행(Full Self Driving)' 구독서비스, 차량 공유 등을 통해 이익을 창출하겠다고 한 만큼 마진이 박해도 전기차 보급에 치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각 국의 규제 등 수많은 난관을 뚫고 실제로 그런 세상을 구현할 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가팩토리 베를린은 지난해 9월, 테슬라가 배터리데이에서 밝힌 "2만5000달러(약 3000만원) 전기차" 생산기지로 유력한 곳이기도 하다. 유럽 소비자를 겨냥한 B세그먼트(소형 차) 전기차에 새로운 배터리를 장착할 것으로 관측된다. 테슬라는 배터리데이 당시 "향후 2~3년 내"에 2만5000달러 전기차를 선보이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1월 일론 머스크 CEO는 자신의 트윗 계정에 연말 'AI(인공지능) 데이'가 있을 것이라고 예고하기도 했다. 업계는 자율주행 기술 관련 내용이 발표될 것으로 예상했다. 테슬라는 2030년 전기차 2000만대를 보급하겠다고 했다. 폭스바겐의 2배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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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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