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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사이 아슬아슬 줄타기, 성공 가능성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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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중국 관계에서 미국의 국익이 다르고, 한국의 국익 또한 다르다. 그러기에 중국을 보는 시각도 다르고, 중국 정책도 각각 달라야 한다. 미국이 아무리 동맹이라고 해도, '중국 때리기에 한국도 동참하라'라는 요구를 무작정 들어줄 수 없는 이유다.

거꾸로도 마찬가지다. 세계 전략에서 중국의 국익이 다르고, 한국의 국익 또한 다르다. 중국이 아무리 우리 수출 제품을 많이 받아준다고 해도, 우리가 그들의 세계 전략을 무턱대고 추종할 수 없다.

거기에서 고민이 나온다. 우리는 미국의 입장에 완전히 동조할 수 없고, 중국의 편에 설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지곤 한다. 미국-중국 사이의 '줄타기 외교'가 아슬아슬 위험한 이유다.

미·중 사이의 줄타기 외교,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에서 벌였던 한중 정상회담을 복기해보자.

문재인-바이든 공동 기자회견. 미국 기자가 문 대통령에게 대만 문제를 질문으로 던졌다.

바이든 대통령이 혹시 대만 관계에 대해 압박을 가하지 않았습니까?

골치 아픈 질문. 바이든은 답변에 나서는 문 대통령에게 '행운을 빈다(Good luck!)'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의 답은 이랬다.

"다행스럽게도 압박은 없었습니다. 두 나라는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대단히 중요하다는데 인식을 같이했습니다."

정답~! 그러고는 한마디 덧붙였다.

"양안관계의 특수성을 감안해가면서 양국이 그 부분에 협력하기로 했습니다."

ⓒ신화통신

ⓒ신화통신

필자는 TV로 그 답변을 들으면서 '우리 대통령이 멋지게 난제를 돌파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중국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핵심이익'이라는 게 있다. 신장 위구르 문제, 남중국해 문제, 홍콩 문제, 그리고 대만 문제다. 중국은 이 중에서도 '대만 문제를 거론하지 말아달라'고 정상회담 전에 콕 집어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공동선언에는 이 문제가 포함됐다. 중국으로서는 발끈할 사안이다. 국내 언론이 정상회담 직후 중국 반응을 주시한 이유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 정례 브리핑 장면 ⓒ데일리차이나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 정례 브리핑 장면 ⓒ데일리차이나

24일 중국 외교부 정례 브리핑.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기자 질문에 답했다.

대만 문제는 순수한 중국 내정으로 어떤 외부 세력의 간섭도 용납할 수 없다. 관련 국가들은 대만 문제에서 언행을 신중해야 하며 불장난하지 말아야 한다.

이를 놓고 국내에서는 향후 한중관계를 걱정하는 보도가 나온다. 청와대가 너무 낙관한다는 질타도 있다.

허나 필자 생각은 좀 다르다.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될 듯싶다. 중국이 그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면, 그게 더 이상한 것 아닌가.

문 대통령의 '양안 관계의 특수성' 발언이 핵심이다. 중국은 양안 관계를 일반적인 국가 대 국가의 관계로 보지 않는다. '대만은 중국의 영토이고, 중국-대만 관계는 중국 내정'이라는 시각이다. 문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 앞에서 그걸 거론했다.

그냥 나온 말이 아닐 것이다. 이 문제와 관련해 우리 당국과 중국이 사전에 커뮤니케이션해왔음을 보여주는 발언이다. 중국 외교부가 절제된 언어로 이번 정상회담을 평가한 이유일 터다.

ⓒ셔터스톡

ⓒ셔터스톡

미국의 '압박'을 동맹 강화로 연결하면서도, 중국을 건드리지 않은 신중함.

필자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강력한 한미 동맹 관계가 역으로 한-중관계 발전을 추동할 수 있는 좁디좁은 길을 봤다. 대중 외교의 정도다. 기자회견 문 대통령 답변이 멋지게 보인 이유다.

물론 앞으로도 관리를 잘해 나가야겠지만 말이다.

차이나랩 한우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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