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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소’가 거의 이름…30대와 겨뤄 이긴 15세 첼리스트 한재민

중앙일보

입력

에네스쿠 콩쿠르 최연소 1위에 오른 첼리스트 한재민(가운데)과 2위 세바스티안 프리쉬(오른쪽ㆍ독일), 3위 슈테판 카자쿠(루마니아). 한재민과 각각 10살, 11살 차이가 난다. [사진 에네스쿠 콩쿠르, 한재민 제공]

에네스쿠 콩쿠르 최연소 1위에 오른 첼리스트 한재민(가운데)과 2위 세바스티안 프리쉬(오른쪽ㆍ독일), 3위 슈테판 카자쿠(루마니아). 한재민과 각각 10살, 11살 차이가 난다. [사진 에네스쿠 콩쿠르, 한재민 제공]

루마니아에서 지난달 열린 제오르제 에네스쿠 콩쿠르엔 1987년 이후 출생자까지 참가할 수 있었다. 34세 이하의 전세계 연주자를 대상으로 한 대회였다. 2006년생인 한재민은 “다른 나라 첼리스트들은 어떻게 연주하는지 보고 싶어서 참가 지원을 해봤다”고 했고, "본선에서 최대 17세 많은 참가자까지 만났다"고 했다.

"무대가 즐겁고 음악이 정말 좋다"는 주목받는 신예

중학교 3학년 나이인 한재민은 이 대회의 첼로 부문 1위에 올랐다. 콩쿠르가 시작된 1958년 이래 최연소 우승자다. 첼로 부문 2위는 그보다 10살, 3위는 11살이 많았다. 2일 서울에서 만난 그는 “그간 20세 이하 콩쿠르만 출전해봤고, 처음으로 나간 ‘어른들 대회’였는데 1위를 하니 얼떨떨했다”고 말했다.

한재민의 경력에는 ‘최연소’가 여러번 나온다. 5세에 첼로를 시작하고 만 8세에 원주시립교향악단과 최연소로 협연했고, 11세에는 더하우스콘서트의 연말 갈라콘서트에 최연소로 출연했다. 중학교 2학년을 마치고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 시험을 치러 올해 3월 영재 입학한, 15세 대학생이기도 하다. 한재민은 “첼로를 시작하자마자 낮은 음이 너무 좋아서 푹 빠졌다”고 했다.

첼리스트 한재민. [사진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첼리스트 한재민. [사진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무대 위 긴장감을 즐기며 연주하는 낙천적 첼리스트다. “이번 대회 마지막 무대에서는 하나도 안 떨렸고 진짜 재미있었어요. ‘본선만 올라가면 좋겠다’로 시작해서 ‘3등 안에만 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결선에 세 명이 올라갔으니까요. 걱정 없이 연주했어요.” 결선에 올라가면 신겠다고 한국에서부터 빨간 양말을 챙겨갔고, 정말로 빨간 양말을 신고 쇼스타코비치의 협주곡 1번을 연주했다. “무대 위에서는 아무 생각이 안 나고 자유로워요. 연습한만큼 못해도 그게 무대의 매력이라는 생각으로 걱정없이 연주해요.”

한재민은 “첼로가 정말 좋고 내가 첼로 연주자라는 게 즐겁다”고 했다. 그의 어머니는 “어려서부터 무대를 즐기는 모습이 신기했다. 연주나 대회를 앞두고도 긴장하지 않고 밥을 더 잘 먹었다”며 웃었다.

한재민을 가르친 첼리스트들도 그의 남다른 재능을 알아봤다. 현재 스승인 한예종의 이강호 교수는 “뛰어난 악기 연주 대신 영감을 주는 예술이 목표라는 점이 보인다"고 했다. 초등학교 시절 스승인 김민지 서울대 교수는 “본능적으로 음악을 느끼는 친구다. 끼가 엄청나고 음악적으로 정말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이처럼 첼로와 음악을 진심으로 좋아한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이번 대회 후에도 최연소라는 점에 어쩔 수 없이 초점이 맞춰졌지만, 제가 기분이 좋은 가장 큰 이유는 무대에서 하고 싶은만큼 연주했고 그걸 인정받았기 때문이에요.” 한재민은 첼로의 매력을 최대한 많이 알리려는 꿈이 있다. “첼로는 다양한 음악을 할 수 있는 악기에요. 음역대도 넓고, 다른 악기를 위한 작품도 첼로로 연주할 수 있어요.” 그는 “5살에 처음 듣고 반했지만 갈수록 더 좋아진다”고 말했다.

한재민은 다음 달 1일 서울 동숭동의 더하우스콘서트에서 정지원(피아노), 강나경(바이올린)과 브람스 피아노 트리오를 연주한다. 8월에는 루마니아에서 우승자 콘서트로 오케스트라 협연을 앞두고 있다. 최근 집중 조명을 받고 있는 ‘낙천적 영재’ 한재민의 잠재력은 크다. “다른 연주자보다 어리고 배울 점도 많지만, 연주를 준비할 때 기준은 어린 연주자가 아니고 높은 곳에 있어요.”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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