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밀레니얼 트렌드 사전

사이버 레커

중앙일보

입력 2021.06.03 00:24

업데이트 2021.06.03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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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서정민 기자 중앙일보 부데스크
서정민 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차장

서정민 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차장

‘사이버 레커’란 교통사고 현장에 나타나는 레커(Wrecker·견인차)처럼 이슈가 생기면 재빨리 짜깁기 영상을 만들어 조회 수를 올리는 유튜버를 이르는 신조어다. 고속도로 갓길 등지에 숨어 있다 잽싸게 나타나서 일반 보험사 레커보다 훨씬 높은 가격을 받는 ‘사설 레커’들의 횡포에 빗댄 말이라 부정적인 의미가 크다.

레커 일러스트. [사진 픽사베이]

레커 일러스트. [사진 픽사베이]

이들의 목표는 ‘높은 수익’이다. 때문에 검증 안 된 추측성 내용과 주장들로 자극적인 제목과 썸네일을 뽑아 시청자의 관심도를 높이는 게 특징이다. 최근의 대표적인 사례가 고(故) 손정민씨 사망에 대한 영상으로 수익을 올린 유튜버들이다. 지난달 30일 유튜브 통계분석 사이트 ‘녹스인플루언서’와 ‘플레이 보드’를 이용해 정민씨 사건 영상을 올린 유튜브 계정 6개를 분석한 결과, 이들은 한 달간 744만~3809만원을 벌어들였다는 추정치가 나왔다. 이들은 언론에 공개된 CCTV 영상 등을 재가공해 정민씨와 정민씨 친구 A씨에 대한 ‘뇌피셜(뇌+공식입장이라는 뜻의 단어 오피셜의 합성어)’, 즉 자신의 생각을 검증된 사실인 것 마냥 말하면서 추가 의혹을 제시하고 가짜뉴스를 제공했다. 결국 진실과는 무관하게 고인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을 이용해 돈을 벌었을 뿐이다.

지난 2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유튜브 이용자들의 유튜버에 대한 인식’ 보고서에서 이용자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0.8%가 유튜버가 갖춰야 할 자질 가운데 매우 중요한 항목으로 ‘내용에 대한 사실 검증’을 꼽았다. 뉴스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우리는 과연 정확하고 진실된 콘텐트에 대한 기준을 갖고 있는지 자문해 볼 때다.

서정민 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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