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기초학력 역대 최악, 남학생이 더 심했다

중앙일보

입력 2021.06.03 00:02

업데이트 2021.06.03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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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지난해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이 역대 최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학은 중·고교 모두 미달 비율이 13%를 넘었다. 기초학력 미달 학생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매년 증가해 왔는데,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학력 저하 현상이 더욱 심화된 것으로 보인다.

작년 중3·고2 학업성취도 결과 발표
수학 학력미달 중고생 13%로 늘어
여고생 국어 미달 3%, 남자는 11%

정부, 학생 3%만 평가방식 고수
전문가 “중고교생 전수 평가해야”

학업성취도 평가는 중·고교생의 학업 수준을 확인할 수 있는 시험으로, 매년 6월 시행해 연말께 결과가 나온다. 그러나 지난해엔 코로나19 탓에 시험이 11월로 미뤄졌고, 결과 발표도 지연됐다. 2일 결과 발표에는 통상 차관이 해 온 것과 달리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직접 나섰다. 그만큼 현 상황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다.

기초학력 미달 얼마나 늘었나.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기초학력 미달 얼마나 늘었나.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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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에 따르면 영어 기초학력 미달 학생은 2019년 중학교 3.3%, 고등학교 3.6%였는데 지난해엔 각각 7.1%, 8.6%로 크게 늘었다. 국어도 같은 기간 4.1%(중)·4%(고)에서 6.4%(중)·6.8%(고)로 증가했다. 수학의 경우도 11.8%(중)·9%(고)에서 13.4%(중)·13.5%(고)로 늘었다.

보통학력 이상 비율은 줄었다. 중학교의 경우 국어에서 보통학력 이상 비율은 2019년 82.9%에서 지난해 75.4%로, 영어는 72.6%에서 63.9%로 감소했다. 고등학교도 국어는 77.5%에서 69.8%로, 수학은 65.5%에서 60.8%로 줄었다.

성별 기초학력미달 비율.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성별 기초학력미달 비율.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기초학력 미달은 여학생보다 남학생이 더 많고 증가 폭도 컸다. 여고생 중 국어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2019년 2%에서 지난해 2.6%로 늘어난 데 반해 남고생은 5.8%에서 10.8%로 급증했다. 영어는 여고생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같은 기간 2.1%에서 4.1%로 늘었는데, 남고생은 5%에서 12.8%로 늘었다.

지역규모별 기초학력미달 비율.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지역규모별 기초학력미달 비율.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지역에 따른 차이는 특히 중학교에서 두드러졌다. 읍·면 지역 중학교의 국어·수학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9.6%와 18.5%로, 대도시의 미달 비율(국어 5.4%, 수학 11.2%)보다 컸다.

코로나19에 따른 원격수업은 중고생 모두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편이었다. 하지만 학교생활 만족도는 떨어졌다. 학교생활의 행복도가 높다는 응답은 중학교 59.5%, 고등학교 61.2%로 전년보다 각각 4.9%포인트, 3.5%포인트 감소했다.

학력 저하 현상이 심각해진 것에 대해 유 부총리는 “코로나19로 인해 일상적인 학교생활이 어려운 상황에서 충분한 학습이 이뤄지지 못했고 자신감, 학습의욕 저하 등도 학업성취 수준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교생활 행복도 ‘높음’ 비율.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학교생활 행복도 ‘높음’ 비율.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교육부는 범정부 차원으로 학력 저하에 대응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시도교육감 협의회 공동으로 교육회복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맞춤형 지도, 취약계층 지원 등 종합대책을 이달 말까지 내놓기로 했다. 코로나19로 인한 학생들의 학습 결손을 추적하기 위해 초3·중2 학생을 대상으로 올해부터 3년간 조사한다.

하지만 이미 예견된 학력 저하 문제에 대해 대책 마련이 늦었다는 비판도 있다. 이번 성취도 평가는 지난해 11월 치렀는데 결과 발표까지 6개월이 넘게 걸렸다. 지난해 이 시험을 치른 중3·고2 학생들은 그 사이 고1·고3이 됐고, 한 학기가 끝나간다.

그동안 학력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꾸준히 있어 왔다. 서울교육정책연구소는 지난해 말 자체 분석을 통해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29.5%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교원단체 설문조사 등에서도 학력 격차가 심각하다는 결과가 여러 차례 발표됐다.

표집 방식의 평가가 갖는 한계도 있다. 즉 개별 학교의 학력 미달 학생을 찾아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때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시행된 학업성취도 평가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부터 전체 학생 중 3%만 추출해 시험을 보는 ‘표집 평가’로 바뀌었다. 학교 서열화를 막는다는 취지였다.

표집 평가가 되면서 결과 분석도 지역별, 학교별로는 할 수 없게 됐다. 박지영 교육부 교육기회보장과장은 “3%만 표집하면 지역별 대표성이 아닌 국가적 대표성만을 고려하기 때문에 지역별 자료는 발표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역대급 학력 저하라는 결과를 받아 든 교육부는 학업성취도 평가 대상을 더 확대하기로 했다. 앞으로는 표집 평가 대상 외에도 희망하는 학교는 자율적으로 평가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교육계에서는 학력 저하의 원인을 파악하고 맞춤형 지도를 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교총은 “교육부가 학생들의 성취도 진단을 ‘학교 희망’에 의존하고 있는데, 국가 차원의 일관적인 학력 진단·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문화자본이 풍부한 가정의 아이들은 코로나19에도 독서량 등이 줄지 않지만, 저소득층은 스마트폰 사용량이 늘어나며 어휘나 언어 생활에서도 큰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며 “개별 학생 데이터가 없는 일부 조사 방식으로는 맞춤형 평가가 어렵다”고 말했다.

문현경·남궁민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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