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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복 여행' 폭발?…백신 맞은 여행·레저·항공주, 신고가 행진

중앙일보

입력

'골이 깊으면 산도 높다.'

증시의 이 오랜 격언을 여행·레저·항공주들이 다시금 증명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곤두박질쳤던 이들 업종 주가가 거침없이 오르고 있어서다. 일부 종목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훌쩍 뛰어넘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속도가 붙으면서 억눌린 수요가 터져 나올 것이란 기대감이 투자자들 사이에 퍼지고 있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휴양지 샌타모니카 거리를 가득 메운 사람들. 미국 메모리얼 데이(현충일) 연휴가 시작된 28일 이후 미국 공항· 도로는 여행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코로나19로 여행을 못해 아낀 돈을 백신 접종 이후 ‘보복 여행’에 쓰는 미국인들이 많아졌다. [AFP]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휴양지 샌타모니카 거리를 가득 메운 사람들. 미국 메모리얼 데이(현충일) 연휴가 시작된 28일 이후 미국 공항· 도로는 여행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코로나19로 여행을 못해 아낀 돈을 백신 접종 이후 ‘보복 여행’에 쓰는 미국인들이 많아졌다. [AFP]

하나투어 한 달 새 40% 급등

지난달 31일부터 2일까지 사흘 새 여행 예약 업체인 인터파크를 비롯해 하나투어·모두투어·참좋은여행·노랑풍선 등 여행주가 1년 내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지난해 1월 5만6000원대에서 같은 해 3월 2만7000원대로 반 토막 났던 하나투어 주가는 2일 9만2600원까지 치솟았다. 지난달 이후에만 40.5% 급등했다.

항공주인 대한항공·티웨이항공·제주항공은 국제선 운항 재개 기대에, 강원랜드·호텔신라·파라다이스는 레저산업 정상화 기대에 1년 내 최고가를 일제히 경신했다. 대한항공과 강원랜드는 지난 한 달간 각각 25.1%, 16.2% 뛰었다.

외국인 매수세도 유입됐다. 외국인은 지난달 이후 대한항공을 907억원, 호텔신라를 688억원어치 사들였다. 하나투어(105억원), 진에어(82억원), 참좋은여행(43억원)도 순매수했다.

국내 유일한 여행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인 'TIGER여행레저' 주가도 지난달 이후 22% 상승했다. 이 ETF엔 호텔신라·파라다이스 등 관광·여행 종목이 편입돼 있다.

미국 시장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 여행 관련 종목에 투자하는 'ETFMG 트레블 테크 ETF(AWAY)' 주가는 올해 들어 22.5% 급등했다. 이 ETF는 호텔 가격 비교 사이트 트립어드바이저와 숙박공유 플랫폼 기업인 에어비앤비 등을 담고 있다.

글로벌 항공사에 투자하는 'US 글로벌 제트 ETF(JETS)'와 여행·레저 테마인 '인베스코 다이내믹 레저·엔터테인먼트 ETF(PEJ)'도 올해 들어 각각 21.4%, 20.5% 올랐다.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서학 개미도 숙박·항공주를 장바구니에 담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지난 1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은 에어비앤비와 항공기 제조사 보잉을 각각 3780만 달러(420억원), 3071만 달러(341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 기간 국내 투자자의 해외 주식 순매수액 기준으로 각각 5위와 6위였다.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서 출국객들이 탑승수속을 위해 줄서서 기다리고 있다. 뉴스1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서 출국객들이 탑승수속을 위해 줄서서 기다리고 있다. 뉴스1

억눌린 여행 수요 폭발 기대

여행·레저 업종에 대한 관심이 커진 건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화한 영향이 크다. 미국은 백신 접종률이 50%를 넘어섰고, 유럽연합(EU)은 40%에 가깝다. 한국은 10%를 넘어선 가운데, 얀센 백신 사전 예약분(90만명)이 첫날 동났다.

백신 효과가 본격화하며 주요국에서 여행 수요가 늘고 있다는 신호도 나타났다. 미국 메모리얼 데이(미국의 현충일) 연휴 기간인 지난달 28~31일 항공 여행객 수는 하루 평균 178만명으로, 코로나19 사태 후 최다를 기록했다. 미국과 유럽에선 디지털 백신 접종 증명서인 '백신 여권'도 도입한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여행·레저·항공주 주가가 오를 것으로 내다본다. 오강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백신 접종을 시작으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감소하면 침체한 소비 욕구가 폭발적으로 나타날 전망"이라며 "내년 출국자 수는 약 1500만명까지 늘어나고, 여행·레저 관련 예약도 급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같은 여행 등 관련주라고 해도 기업 실적 등에 따라 주가 흐름이 달라질 수 있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한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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