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뭣이 중헌디?"
곡성, 하면 영화 속 이 대사부터 생각난다. 그러나 전남 곡성은 영화처럼 공포스러운 동네가 아니다. 넉넉한 들녘을 휘감는 섬진강과 수많은 하천, 크고 낮은 산들이 어우러진 풍경이 평화롭다. 마냥 푸근한 풍경이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주말은 그렇지 않다. '기차당 뚝방마켓'이 생기를 불어넣고 있어서다. 코로나19 탓에 전국의 플리마켓이 위축된 가운데서도 활황을 이어가는 뚝방마켓을 지난달 29일 찾아가봤다.
뚝방마켓은 수공예품, 지역 특산품, 먹거리 등을 파는 플리마켓이다. 이름처럼 둑길에서 열린다. 3~11월이면 토요일마다 곡성역 옆, 곡성천변 약 300m 길에 장이 선다. 샛노란 천막이 덮인 둑길에 70여 팀의 셀러가 참여해 다채로운 상품을 팔고, 방문객은 장도 보고 천변에서 산책을 즐긴다.
뚝방마켓은 2016년 5월 시작했다. 곡성기차마을만 보고 발길을 돌리는 관광객을 붙잡기 위한 방편이었다. 매달 한 번씩 열던 시장이 호응을 얻자 점차 횟수를 늘렸다. 2019년부터 매주 토요일 장을 열었다. 지난해는 코로나 탓에 16회밖에 장을 못 열었다. 참가 셀러도 적었고 방문객도 줄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2020년 셀러당 매출액이 하루 약 24만원으로 2019년보다 약 43% 늘었다. 임원자 기차당뚝방마켓협동조합 대표는 "전남 지역이 코로나 청정지역으로 알려진데다 탁 트인 야외에서 열리는 장이어서 더 주목을 받았다"고 말했다.
올해 실적은 지난해보다 더 좋다. 5월 22일에는 약 2600명이 방문했고, 셀러 76팀은 평균 26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100만원 이상 매출을 달성한 셀러도 있었다.
플리마켓 자체로는 언뜻 차별화가 안 되는 것 같지만 뚝방마켓에 가야만 만날 수 있는 제품도 많다. 곡성 특산물인 토란을 넣은 만주를 파는 셀러가 있는가 하면, 곡성 쌀과 토란으로 만든 막걸리를 파는 업체도 있다. 곡성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의 도자기, 그림 작품도 판다. 뚝방마켓에서의 성공을 발판으로 곡성읍 내에 마카롱 숍을 연 셀러도 있다. 도자기를 만드는 ‘달꼴’ 조일복씨는 "초기엔 곡성이나 광주, 남원 등 근교 주민이 대다수였다면 지금은 수도권, 충청권에서도 많이 찾는다"며 "방문객이 다양해진 만큼 더 열심히 마켓에 참여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제 뚝방마켓은 곡성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고 있다. 2018년 대한민국 공공 디자인대상 프로젝트 부문, 2019년 국가생산성대상 문화복지 분야에서 수상하기도 했다. 임원자 대표는 "지역 초등학교 아이들이 '뚝방마켓을 일요일에도 열어야 한다'고 말할 정도로 지역민에게도 호응을 얻고 있다"며 "문화적으로 소외된 농촌인 만큼 사생대회, 어린이 장터 같은 다양한 이벤트도 기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곡성=글·사진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