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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한국형전투기 KF-21 미스터리…文 본뒤 도로 분해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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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지난해 9월 최종 조립에 착수할 당시의 시제 1호기. 사진 방위사업청

지난해 9월 최종 조립에 착수할 당시의 시제 1호기. 사진 방위사업청

지난 4월 9일 ‘국산 전투기 시제 1호기 출고식’ 행사에 등장했던 KF-21(보라매) 시제 1호기가 출고식 한 달 만에 다시 해체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성능 시험 앞두고 조립 단계 역행 #바퀴도 빼내 스스로 설 수 없어 #“출고식 직후 해체는 비상식적”

당시 출고식에는 문재인 대통령도 참석해 군과 항공산업 관계자들을 치하했다. 1일 복수의 소식통들에 따르면 1호기는 엔진도 떼내 동체는 뼈대를 그대로 노출한 상태다.

당초 방위사업청과 개발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지난해 9월부터 1호기의 부품 조립을 시작해 지난 4월 완성했다고 밝혔다. 시제기 6대 중 이번에 공개된 1호기는 올해 지상시험을 마친 뒤 내년에는 첫 시험비행에 나설 계획이다.

하지만 출고식 한 달 만인 지난달초 시제기에서 쌍발 엔진을 들어내면서 지상에서의 성능 시험 등 각종 점검과 평가가 불가능한 상태다.

 지난 4월 9일 출고식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한국형전투기 보라매(KF-21) 시제 1호기. 연합뉴스

지난 4월 9일 출고식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한국형전투기 보라매(KF-21) 시제 1호기. 연합뉴스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출고식 당시 위장색으로 도색까지 마쳤던 1호기는 동체의 뼈대가 고스란히 보일 정도로 전면적인 분해 작업이 진행됐다.

공중 급유 장치는 물론 전투기 조종에서 핵심적인 장비들도 뜯어냈다. 또 ‘캐노피’로 불리는 조종석 덮개는 내부 점검을 위해 아예 분리했다. 항공기 바퀴인 랜딩기어도 탈거해 전투기 스스로 설 수 없는 상태다.

방사청 한국형전투기사업단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달 중순쯤이 지나면 온전한 모습으로 되돌릴 수 있다”며 “(전면 분해는) 지상 시험 과정 중 계획된 절차”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정상적인 절차’라는 설명과는 달리 사업단 측은 1호기 상태와 관련해 함구령을 내린 상태다. 사업단 관계자는 “이미 완성된 시제기를 봤던 국민들이 현재 분해된 기체 모습을 보고 오해를 할 수 있어서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형 전투기 (KF-21 보라매) 제원.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한국형 전투기 (KF-21 보라매) 제원.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항공 전문가들은 1호기를 출고식 직후 다시 전면 분해한 데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익명을 요구한 예비역 공군 장성은 “통상 시제기 공개는 최종 지상 시험과 시험 비행을 앞두고 하는 행사”라며 “출고식을 마치자마자 벌써 전면적인 해체까지 한 것은 의아하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항공산업 관계자도 “성능 시험을 하면서 장비 점검을 위해 분해하는 경우는 있으나 출고식을 마친 직후 바로 떼어내는 건 상식 밖의 일”이라며 “해외 전투기 개발에선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저 정도로 해체했다면 설계도상 계획과 달리 전반적인 기체의 무게중심이 맞지 않았던 때문일 수 있다”며 “이 절차까지 마쳐야 시제기 조립을 완성했다고 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4월 9일 열린 한국형 전투기 보라매(KF-21) 시제기 출고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기념연설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 4월 9일 열린 한국형 전투기 보라매(KF-21) 시제기 출고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기념연설을 하고 있다. 뉴스1

한국형 전투기 사업은 8조 8000억원을 투입해 4.5세대 전투기를 국내 기술로 독자 개발하는 사업이다. 2026년부터 한국 공군에 120대를 인도할 예정이다.

앞서 사업단은 출고식을 앞두고 한국형 전투기 사업을 적극적으로 홍보해 왔다. 조립 과정마다 언론에 현장을 공개하거나 사진을 제공해 진척 상황을 상세히 소개했다.

하지만 출고식 이후엔 1호기를 분해한 사실을 알리지 않아 이번 전면 분해는 문 대통령이 참석하는 출고식 일정에 맞춰 서둘러 조립한 것 때문이 아니냐는 의문을 자초하게 됐다.

당초 방사청은 지난해 9월 최종 조립에 착수할 당시만 해도 올해 5월께 1호기를 완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다 지난 3월 한 달 가까이 출고를 앞당겨 4월로 완성 시기를 변경했다.

당시 군 안팎에선 공동개발국인 인도네시아의 국방장관이 출고식에 참석하는 것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돌기도 했다. 단 방사청은 이번 전면 분해가 KF-21 사업 진행이나 시제기 자체의 성능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이철재ㆍ김상진ㆍ박용한 기자 park.yong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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