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신성식의 레츠 고 9988

국민연금 부부 44만쌍, 4년 만에 두배로…최고액은 월 382만원

중앙일보

입력 2021.06.02 00:51

업데이트 2021.06.02 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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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신성식 기자 중앙일보 복지전문기자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지난달 21일은 부부의 날이었다. 둘(2)이 하나(1)가 된다는 의미에서 가정의 달(5월)의 21일로 잡았다. 은퇴 생활이 즐거워지려면 건강과 소득이 중요하다. 소득의 중심은 국민연금이다. 한국은 연금의 역사가 짧아 아직 연금액이 많지 않다. 그래서 백지장을 맞들 듯 연금도 부부가 맞들면 훨씬 수월하다.

부부의날에 따져본 연금 실태
5년 수령 늦춰 연금액 36% 증가
배우자 사망 11만명 연금 삭감
“중복조정 줄여 여성빈곤 낮추자”

1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현재 국민연금 동시 수령 부부는 42만7467쌍이다. 올 1~3월 44만쌍으로 늘었다. 2016년 22만여쌍에서 4년여 만에 2배가 됐다. 이런 추세라면 머지않아 100만쌍을 돌파할 전망이다. 김정학 연금공단 이사는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가 국민연금 수령 연령에 접어들었고, 가입 기간(보험료 납입기간)이 길어지면서 부부 수령자가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고액 수령자는 서울에 사는 66세 동갑내기 부부다. 아내가 193만9000원으로 남편(188만원)보다 많다. 부부의 월 연금은 381만9000원, 연 4583만원이다. 둘 다 1988년 1월 국민연금 시행 때부터 2014, 2015년까지 보험료를 납부했다. 연금 수령을 5년 연기했다가 아내는 지난해 7월, 남편은 지난해 2월 연금을 받기 시작했다. 연기 덕분에 연금이 36%(연 7.2%) 늘었고 물가변동률까지 반영됐다. 아내의 연금은 135만원에서 193만9000원으로, 남편은 129만원에서 188만원으로 늘었다.

지난달 20일 서울 마포구 한 공원에 나들이 나온 노부부가 손을 잡고 있다. 우상조 기자

지난달 20일 서울 마포구 한 공원에 나들이 나온 노부부가 손을 잡고 있다. 우상조 기자

300만원 넘는 부부도 70쌍에 달한다. 2018년 6쌍, 2019년 29쌍에서 크게 늘었다. 200만원 넘는 부부도 3661쌍이다. 하지만 50만~100만원 구간에 절반(52.4%)이 몰려 있을 정도로 전반적으로는 갈 길이 멀다. 국민연금이 미성숙한 탓에 평균 부부연금은 80만7000원에 불과하다. 국민연금만으로는 노후 최소 생활비를 충당하기 힘들다.

국민연금연구원이 전국 4531가구를 조사했더니 부부의 최소 월 노후생활비는 194만7000원이었다. 서울은 224만원, 광역시는 193만원, 도 지역은 186만원이다. 부부 평균연금으로 최소 생활비의 41%를 충당한다. 일을 하거나 민간연금에 들거나 일부 기초연금을 받아서 보완해야 한다.

부부 연금 수령자 현황.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부부 연금 수령자 현황.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서울 66세 부부처럼 아내의 연금이 남편보다 많은 경우는 흔하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12월 기준 전체 국민연금 수령자의 43.6%가 여성이다. 인원은 해마다 늘지만, 연금액은 남성보다 턱없이 적다.

부부가 나란히 연금을 받으면 한쪽은 못 받는다고 알려졌지만, 그렇지 않다. 한국은 개인별 연금제도를 택하고 있어 각각 연금을 받는다. 다만 한 쪽이 사망하면 유족연금이 발생한다. ‘내 연금+유족연금’ 상황이 생긴다. 김정학 이사는 “민간연금에는 유족연금 제도가 거의 없어 한 사람에게 두 개의 연금이 돌아가는 상황이 닥치지 않는데, 국민연금은 공적연금이어서 그런 상황이 생기고, 불가피하게 중복조정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부부 연금액 분포.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부부 연금액 분포.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 전에는 두 개 연금 중 하나만 받았다. 그러다 2007년 내 연금에다 유족연금의 20%(2016년 30%로 상향)를 받도록 바뀌었다. 두 개의 연금이 부닥치면 ① 내 연금+유족연금의 30%②유족연금(내 연금은 사라짐)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 연금공단이 민주당 최혜영 의원실에 제출한 중복조정 실태(2020년 12월 기준)에 따르면 ①을 선택한 사람이 8만9442명, ② 선택자가 1만7096명이다.

부부 연금 좋지만 중복조정 불가피.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부부 연금 좋지만 중복조정 불가피.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대전에 사는 C씨(67)는 지난해 11월 아내(65)가 숨지면서 유족연금이 추가됐다. 그는 본인 연금 184만1510원에다 아내가 남긴 유족연금(25만6700원)의 30%를 더해 191만8510원을 받고 있다. ‘내 연금+유족연금의 30%’(①방식)를 택한 사람의 월 평균연금은 44만원, 유족연금(②방식)을 택한 사람은 40만원이다.

부부 연금 최고 수령액.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부부 연금 최고 수령액.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이처럼 중복조정 후 연금액이 40만원 남짓에 불과하다. 1인 가구 최저생계비(약 55만원)에도 못 미친다. 중복조정 연금 수령자의 상당수가 여성이다. 이 때문에 과도한 중복조정이 여성의 노후빈곤을 촉진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최혜영 의원은 유족연금 지급률을 30%→50%로, 민주당 김성주 의원은 30%→40%로 올리는 법률 개정안을 국회에 발의한 상태다. 하지만 정부와 국회가 제대로 논의하지 않아 진도를 거의 못 내고 있다.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연금 개선에 손대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공무원연금은 유족연금의 50%를 받는다.

최혜영 의원실 박상현 보좌관은 “전체 국민연금 가입자의 3년 치 평균소득의 50%, 즉 125만원을 상한선으로 설정하되 두 연금의 합계가 여기에 못 미치면 둘 다 전액 지급하고(중복조정 없음), 이를 초과하면 하나만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가령 부부의 연금이 각각 130만원, 30만원이라면 130만원만 받는다. 100만원, 50만원이라면 100만원, 25만원을 받는 식이다. 영국·캐나다·독일·프랑스·벨기에 등에서 시행하고 있다고 한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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