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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디지털 플랫폼 활용해 문화예술교육 격차 극복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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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2016년 세계경제포럼(WEF)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를 예고한 이래 실제로 지구촌에서 눈부신 기술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코로나19는 이러한 기술 변화의 속도를 대폭 앞당기고 있으며, 시대의 흐름에 상대적으로 둔감한 교육 분야도 바꿔놓고 있다.

코로나19로 저소득층 교육 타격 #비대면 교육 성공 사례 주목 필요

속도가 붙은 디지털 교육 혁신에 대한 수용도와 기대감은 아동·청소년 교육복지 현장에서도 확인된다. 이화여대 아동가족연구소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다수 응답자가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시공간 무제약의 편의성, 자원 사용의 경제성, 시대 코드와의 부합성 등을 이유로 디지털 비대면 서비스가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서비스의 양적·질적 확대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커넥션(학습자 간 숫자와 공간을 초월한 무한 연결), 컨버전(장르를 넘나드는 통섭 학습), 커스터마이징(학습자의 관심과 수준에 따른 AI 알고리즘 추천 개별 맞춤형 교육), 커뮤니티(학습자 간 공통 관심사와 노하우를 공유하는 SNS 소통), 컨비니언스(시공간 무제약의 편의성) 등 디지털 기반 교육의 특장점을 반영한 교육 혁신 방향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산업사회에서 지식문화사회로 전환하는 21세기는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인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다. 새로운 수요에 부응하고 입시 교육으로 황폐해진 학교 교육에 활력을 불어넣을 방안으로 문화예술교육의 역할이 절실히 요구된다. 문화예술교육은 아이들에게 줄기세포와 같이 다양한 측면으로의 성장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다양한 문화 체험은 아동·청소년의 감성을 길러주며 건전한 세계관을 갖는 데 도움을 준다. 이를 통해 평생 기초가 될 소양을 닦는다는 측면에서 중요한 인성교육의 일환이 된다. 다만 이는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높아 소득 격차에 따른 기회 불평등이 존재하는 대표 분야로 꼽힌다. 최근 코로나로 인해 단체 현장 체험 활동이 중단되거나 축소됨으로써 취약계층 아동·청소년은 문화예술교육의 기회로부터 더 소외되고 있다.

그러나 문화예술교육에서 디지털 기반 플랫폼의 적용은 소외 아동·청소년에게 다양한 문화 체험의 기회를 제공해줄 수 있다. 실제로 최근 전문가의 직접 대면 교육이나 단체 현장 체험 활동 없이 참여가 가능한 비대면 디지털 기반의 문화 창작 및 감상 교육 프로그램이 개발됐다. 국내 언택트 문화예술교육의 미래에 물꼬를 터주고 있어 주목된다.

예컨대 CJ나눔재단이 운영하는 ‘도너스 캠프’와 같은 교육 나눔 플랫폼에서는 문화 창작 활동에 관심이 있는 청소년 동아리 학생들이 문화예술 전공 대학생 및 현업 전문가들을 온라인 ‘플립 러닝’(Flipped learning) 형태로 만났다. 영화·방송·음악·공연·디자인·요리 부문 창작 프로세스 멘토링과 현장 체험을 함께하는 비대면 문화예술교육을 진행했다. 온라인 기반 음악 및 영화 작품 감상과 각색·편곡, 기초 창작 프로그램도 150여 곳의 아동복지시설에서 시범 운영됐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경우 교육복지 시설에 파견된 문화예술 강사들에게 다양한 온라인 교육 콘텐트 자료와 교습 활동 사례들을 공유하며 비대면 문화예술교육 인프라를 확충해 가고 있다. 국민대 역시 지난해 여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해 초등학생들을 위한 융합형 문화예술 콘텐트 ‘두두 아트랩’을 선보였다.

취약계층 아동·청소년의 문화권 증진은 자신이 사회의 부담이나 의존적 대상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자아실현은 물론 잠재능력을 개발함으로써 사회에 공헌할 수 있게 이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디지털 에듀테크를 기반으로 한 문화예술교육의 참여기회가 학교·복지 시설 등에서 제도적으로 보장되고 더 활발해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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