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2시 접속, 추석 KTX 같은 경쟁” 얀센, 18시간 만에 90만명분 예약 끝

중앙일보

입력 2021.06.02 00:05

지면보기

종합 05면

36세, 민방위 5년 차 기자. 5년 차라는 것도 지난주 주민센터에서 보낸 교육훈련 통지서를 보고서야 알았다. 하지만 그땐 몰랐다. 대한민국 민방위 대원이라는 것이 이렇게 자랑스러운 일일지.

민방위 5년차 기자의 얀센 예약기

지난달 30일 미국에서 얀센 백신 101만2800회분이 들어온다는 뉴스가 떴다. 30세 이상 예비군·민방위(357만8000명) 등에게 접종된다는 소식과 함께다.

수치상 경쟁률은 3.5대 1. 정부가 공지한 얀센 예약 시점은 1일 0시. 20분 전쯤 노트북 앞에 앉았다. 질병관리청의 접종 사전 예약 사이트(ncvr.kdca.go.kr/cobk/index.html)는 잠잠했다.

수강 신청과 명절 기차 예매 과정에서 필수라는 ‘네이버 시계’를 켜놓고 1분, 1초 흘려보내던 찰나. 오후 11시57분쯤 ‘예방접종 예약하기’ 버튼을 무심코 눌러보니 접속이 이뤄졌다. 이미 2000여 명이 내 앞에 접속을 기다리고 있었다.

2분쯤 기다려 겨우 접속했더니 본인 인증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 휴대전화-아이핀-금융인증서 중 하나를 골라야 했는데, 휴대전화부터 오류가 이어졌다. 다행히 마지막 금융인증서가 승인되면서 예약 화면으로 넘어갔다.

서울 상암동 회사 앞 의원을 골라 14일 오전으로 D데이를 잡았다. 시계를 보니 0시6분. 불과 9분 동안 추석 KTX 표를 사고, 대학 시절 인기 강의를 신청하는 수준의 긴장감을 겪어야 했다. 한숨 돌린 뒤 예약 사이트에 다시 들어가 봤다. 6만 명을 훌쩍 넘는 대기자와 함께 ‘46분’ 기다려야 한다는 화면이 떴다.

트위터엔 예비군·민방위 ‘아재’들이 실시간으로 성공담을 올렸다. 예약 완료 화면을 캡처한 ‘인증샷’이 속속 등장했다. ‘얀센 고시’라거나 ‘얀센 코인’이라는 유머 섞인 비유도 쏟아졌다.

오후 3시30분을 넘어서자 1차 예약 물량이 마감됐다는 공지가 떴다. 그 후 추가 예약을 받은 뒤, 오후 6시4분 최종 종료됐다. 약 18시간 만이다. 얀센 ‘완판’(약 90만 명분)에 하루도 채 걸리지 않았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