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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특수에 중견 가전업체도 웃었다…“가성비만 앞세우면 한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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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전기밥솥의 대명사로 통하는 쿠쿠전자는 이제 ‘주방가전업체’로 업그레이드돼 불리기를 원한다. 실제로 지난해 식기세척기를 내놓은 이후 매출이 월 평균 40%씩 늘고 있다. 제습기로 유명한 위닉스는 조만간 자체 개발한 의류관리기를 내놓을 계획이다.

코로나 호재에 중견 가전업체 실적 ‘우상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장기화로 억눌렸던 소비 심리가 폭발하는 펜트업(pent-up·보복소비) 효과에 삼성전자·LG전자뿐만 아니라 위니아딤채·쿠쿠전자·위닉스 등 중견 가전업체도 ‘휘파람’을 불고 있다. 기존의 대표 상품을 넘어 ‘영토 확장’도 활발하다.

코로나19로 인해 '집콕'하는 이들이 늘면서 가전 소비가 급증했다. TV나 냉장고 등 기존 가전은 대형화·고급화하고 식기세척기나 건조기 등 신 가전도 필수가전이 되는 추세다. [사진 픽사베이]

코로나19로 인해 '집콕'하는 이들이 늘면서 가전 소비가 급증했다. TV나 냉장고 등 기존 가전은 대형화·고급화하고 식기세척기나 건조기 등 신 가전도 필수가전이 되는 추세다. [사진 픽사베이]

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경동나비엔의 1분기 매출은 2325억원, 영업이익 241억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각 25.2%, 92.8% 늘었다. 위니아딤채는 지난해 영업이익 497억원을 기록했다. 2018년 영업적자 122억원에서 2년 만에 보란 듯이 반등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5574억원(2018년)에서 8756억원으로 급증했다. 국내 제습기 1위인 위닉스의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206억원(2018년)에서 519억원(2020년)으로 늘었다. 쿠쿠전자(5619억원)도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을 올렸다.

코로나19 초기만 해도 경기 위축, 생산 차질 등으로 가전 판매가 저조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잠시 주춤하던 소비는 비대면 트렌드, 집콕 특수 등으로 반등했다. 살균·위생 가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외부 활동이 어려워지자 ‘집에서라도 최대한 편하게 지내자’는 보상 심리까지 맞물린 결과다.

중견 가전업체 실적 추이.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중견 가전업체 실적 추이.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이준영 상명대 소비자거주학과 교수는 “TV나 냉장고 등은 대형화·고급화하고, 식기세척기·건조기·공기청정기 등 신(新) 가전이 ‘필수가전’ 목록에 들어오면서 기술력을 인정받는 중견기업 제품이 가성비(가격 대비 우수한 성능) 차원에서 관심을 받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기업과 중견기업 모두 실적이 개선됐지만, 대응전략에서는 뚜렷한 차이가 있다. 삼성전자는 비스포크, LG전자는 오브제 등으로 ‘취향’과 ‘인테리어’를 내세우고 있다. 또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기술로 가전제품 간 연결성과 호환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반면 중견기업은 고유의 기술에 기반한 가성비 전략을 앞세워 외연 확장에 나섰다.

주력→관련 제품군으로 영토 확장 중 

쿠쿠전자는 ‘주방’ 공략에 나섰다. 지난해 식기세척기와 인덕션 전기레인지를 출시했다. 별도의 시공 없이 싱크대 상판에 올려놓고 쓸 수 있는 6인용 식기세척기를 내놓아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8월에는 멀티쿠커 ‘스피드팟’을 출시했다.

경동나비엔은 보일러 기술을 활용해 ‘청정 환기 시스템’과 ‘프리미엄 온수매트’ 등으로 제품군을 넓혔다. 위닉스는 주력인 공기청정기로 해외 시장을 공략하는 한편, 국내에는 드럼세탁기와 건조기를 출시했다. 조만간 자체 개발한 의류관리기를 출시할 예정이다. 위니아딤채도 공기청정기와 기능성 전기밥솥 등 제품군을 늘렸다.

쿠쿠 6인용 식기세척기. [사진 쿠쿠전자]

쿠쿠 6인용 식기세척기. [사진 쿠쿠전자]

윤철민 위닉스 대표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대기업 못지않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성능 좋은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는 것이 중견기업의 경쟁력”이라며 “‘제습기’로 대표되는 위닉스는 필터·습기제거 기술 강화에 주력하면서 공기청정기·건조기·의류관리기 등 관련 제품을 넓혀나가겠다”고 말했다. 위니아딤채 관계자는 “소비자의 여가와 휴식을 돕는 신개념 가전제품을 지속해서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가치소비’ 외면하면 상승세 꺾일 수도”

낙관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가성비 시장이 존재하지만, 주요한 소비 트렌드가 ‘가치 소비’로 이동하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특히 AI와 IoT 등을 통해 집안의 가전제품이 연동됨에 따라 ‘호환성’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소비자의 초점이 ‘개인화’ ‘최적화’로 바뀐 만큼 이 분야에 투자하지 않으면 성장세가 예상보다 빨리 꺾일 수 있다”며 “통신사와 제휴 등을 통해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에 기반한 신기술에 투자해 가치 소비의 시장에 진입해야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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