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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대학생 사건' 친구·미화원까지 '법최면'…왜

중앙일보

입력

30일 반포한강공원 고 손정민 씨 추모현장 인근 선착장에서 한강경찰대 관계자가 이동하고 있다.   이날 서울경찰청은 손씨 친구 A씨의 휴대전화를 환경미화원이 습득해 제출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30일 반포한강공원 고 손정민 씨 추모현장 인근 선착장에서 한강경찰대 관계자가 이동하고 있다. 이날 서울경찰청은 손씨 친구 A씨의 휴대전화를 환경미화원이 습득해 제출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고(姑)손정민씨 사건 수사에 법최면 수사가 수차례 등장하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찰은 정민씨의 친구 A씨, 목격자, A씨 휴대전화를 습득한 환경미화원 등을 상대로 법최면수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법최면 수사는 최면을 이용해 왜곡되거나 사라진 기억을 이끌어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완된 최면상태에서 범행 목격 당시 상황 등을 진술하도록 유도한다. 잠재된 의식에 박힌 기억을 최면을 통해 떠올리게 하는 것이다.

휴대전화 습득 일자 최면으로 추적

서울 반포한강공원 택시 승강장 인근에서 경찰이 고 손정민 씨 친구의 휴대폰을 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반포한강공원 택시 승강장 인근에서 경찰이 고 손정민 씨 친구의 휴대폰을 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31일 서울 서초경찰서는 한 달 가량 찾지 못했던 친구 A씨의 휴대전화를 습득한 환경미화원 B씨에 대해 법 최면 수사를 진행했다. 앞서 B씨는 지난달 30일 오전 11시 29분쯤 한강 반포공원 안내센터에 친구 A씨의 휴대전화를 제출했다. 그러나 습득 시점은 제출 시점보타 2주 정도 이전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휴대전화를 습득해 사물함에 넣어둔 뒤 병가 등으로 약 2주간 휴대전화를 보관하게 됐다고 한다.

B씨가 휴대전화 발견 날짜 등을 기억하지 못하자 경찰은 최면 수사를 통해 습득 날짜와 경위를 추적하는 법최면 수사를 실시했다.

반포한강공원 안내센터 직원에 따르면 “B씨가 휴대전화를 제출할 당시에도 습득한 날짜를 계속해서 혼동해 경찰이 직접 CCTV를 확보하러 왔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5월 한 달치에 해당하는 반포한강공원 CCTV 전체를 가져가 분석 중이다. 이에 서울경찰청은 “환경미화원이 습득 후 사물함에 넣어둔 사실을 깜빡했다가 동료가 다른 휴대전화를 환경 반장에게 제출하자 이전에 습득한 게 생각나 제출했다고 한다”며 “10~15일 쯤에 휴대전화를 습득한 것 같다고 환경미화원이 진술했다”고 1일 밝혔다.

최면수사, 왜곡·부정 우려 용의자에겐 안 써

최면수사 기법 중 하나인 '수평도약눈운동'. 중앙포토

최면수사 기법 중 하나인 '수평도약눈운동'. 중앙포토

법최면 수사는 ‘최면 상태’에서 이뤄지는 조사여서 끊임없이 신뢰도에 의문이 제기됐다. 최면수사에서의 진술은 법적인 증거효력이 인정되지 않는다. 또 기억을 왜곡하거나 부정할 우려가 있는 용의자나 피해자에게는 법최면 수사를 진행하지 않는다.

앞서 경찰은 친구 A씨에게 두 차례 법최면 수사를 실시했다. 당시 경찰은 A씨의 방어기제가 강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법최면수사로 실마리를 찾아낸 대표적인 사건은 2019년 화성 연쇄살인 사건 재수사다. 용의자를 목격한 버스 안내양에게 법최면 수사를 실시했고, 버스 안내양은 최면 속에서 수상한 이의 얼굴과 범인 이춘재의 젊은 모습이 닮았다고 진술했다.

경찰 “A씨 휴대전화 포렌식, 범행동기 안보여”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 마련된 고(故) 손정민씨 추모 공간에서 시민들이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뉴스1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 마련된 고(故) 손정민씨 추모 공간에서 시민들이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뉴스1

한편 서울경찰청은 1일 A씨의 휴대전화를 포렌식한 결과, 손씨와의 불화나 범행 동기 등의 사인과 관련한 것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4월 25일 오전 7시 2분 A씨의 휴대전화가 꺼진 이후 다시 전원이 켜진 적은 없다는 포렌식 결과가 나왔다. 이미 알려진 이 날 오전 3시 37분 A씨 아버지와의 통화 이후 휴대전화 사용 내역도 없었다. 휴대전화를 소지한 상태에서 움직이면 작동하는 ‘건강’앱에도 오전 3시 36분쯤 이후에는 활동이 기록되지 않았다.

경찰은 “A씨가 부모와 통화를 마치고 돗자리 주변에 휴대전화를 놔둔 이후 이를 옮긴 사람은 없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해당 휴대전화에 대한 혈흔‧유전자 감식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마지막 단서로 여겨진 A씨의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에서 사인과 관련한 정황이 나오지 않으면서 이제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는 타살의 정황이 없다고 보고 있지만, 성급하게 결론을 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연수 기자 choi.yeonsu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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