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여군의 비참한 죽음, 엄정 수사하라" 정치권도 성토

중앙일보

입력 2021.06.01 16:26

업데이트 2021.06.01 17:05

군 복무 중 상관으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당한 여성 부사관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이 알려지자 정치권과 시민사회 각계각층에서 성토가 쏟아져나오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말문이 막힌다"며 더이상 억울한 죽음은 막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군인권센터도 관련자에 대한 엄정수사를 촉구하는 진정을 국방부에 제기했다.

공군 여성 부사관이 성추행 피해 신고 후 조직적 회유에 시달리다 끝내 극단적 선택을 한 가운데 군인권센터 관계자들이 1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를 방문, 가해자 구속 수사·관련자 엄중 문책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군 여성 부사관이 성추행 피해 신고 후 조직적 회유에 시달리다 끝내 극단적 선택을 한 가운데 군인권센터 관계자들이 1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를 방문, 가해자 구속 수사·관련자 엄중 문책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참담하다. 개탄스럽다" 

이 지사는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억울한 죽음을 밝혀달라며 부모님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청원을 올렸고, 하루 사이 15만명이 넘는 국민들이 동의해주셨다"라며 "애끓는 마음으로 사랑하는 가족을 보내야 했던 유가족분들께 어떤 위로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참담하다"라고 했다.

그는 "군대라는 공간은 직업적 특수성으로 24시간 동료가 함께한다"라며 "동료는 적으로부터 아군을 보호하고, 나를 지켜줄 수 있는 든든한 생명줄이다. 그러나 소수에게, 피해자에게, 부당하게 목을 조르는 조직이라면 국가방위라는 임무가 제대로 지켜질 수 있을지 개탄스럽다"라고 했다.

이 지사는 "더 이상 억울한 죽음은 막아야 한다. 군대 내 성폭력은 결코 개인 간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군은 가해자뿐 아니라 사건 무마를 회유한 상관, 피해구제 시스템 미작동에 대한 철저하고 엄정한 수사와 해명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연합뉴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연합뉴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성추행 은폐로 고통받은 여성청년 군인의 비참한 죽음, 군은 명운을 걸고 진상규명하라"라고 촉구했다. 공군으로부터 사건 경위를 청취했다는 하 의원은 "군이 사건을 은폐할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저는 믿기 힘들다"라며 "사실 관계에 이견이 없으므로 군 검찰은 피해자를 따로 불러 뭘 더 조사할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도 군 검찰은 피해자에게 더 물어볼 것이 남았다고 수사를 2개월이나 질질 끌며 보충수사를 했다. 혹시, 이를 핑계로 합의 종용의 시간을 벌어준 것 아니었을까"라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 의원은 "국방부 장관님, 청년들이 왜 이 사건에 분노하는지 아시느냐"라며 "우리 300만 예비역 청년들이 군내 비리를 제보해도 번번이 묵살되는 경험을 모두 다 한번씩 경험해봤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아무리 얘기해도 고쳐지지 않는 군대 문화를 우리 청년들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라며 "그래서 화가 나는 것이다. 국군은 명운을 걸고 여성청년군인의 억울한 죽음의 진실을 밝혀달라"고 재차 촉구했다.

"군, 사람 죽게 만들었다"

군인권센터도 이날 진정서에서 "가해자를 즉각 구속하고 사건을 조작·축소·은폐하고자 2차 가해를 일삼은 이들, 피해자 보호에 실패한 지휘관에 대한 엄정 수사와 문책을 요구한다"며 "살 수 있는 사람을 죽게 만든 건 군"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센터는 "성추행이 벌어지고 피해자가 사망하기까지 3개월 가까운 시간이 지나도록 군은 무엇을 했느냐"며 "피해자 신고에도 상급자는 지휘관에게 보고하지도 않았고 피해자 가족의 항의가 있기 전까지 수사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해자는 자해 협박을 일삼았고 가해자 가족들도 피해자를 압박하는 등 피·가해자 분리는 이뤄지지 않았다"며 군의 허술한 대응을 문제 삼기도 했다.

지난달 22일 극단적인 선택을 한 여성 중사 A씨는 3월 회식에 참석했다가 돌아오던 중 선임 남성 중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 피해자는 피해 당일 상급자에게 신고했으나 당시 소속 부대에서는 조직적으로 피해자를 회유하려 한 것으로 파악됐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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