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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사표 검찰 고위급 "장관·총장 수사 승인, 독립성 심각 훼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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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인서 수원고검장. 임현동 기자

오인서 수원고검장. 임현동 기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을 지휘해 온 오인서 수원고검장(55·사법연수원 23기)이 검찰을 떠나면서 검찰이 처한 현실을 개탄하는 입장문을 냈다. 오 고검장은 지난달 31일 법무부에 사직서를 냈다.

"검찰 본연의 역할" 강조

오 고검장은 1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올린 사직인사에서 검찰을 떠나는 소회를 밝혔다. 그는 "떠나는 순간까지 검사로서의 제 정체성이 무엇이었는지 반추하게 된다"며 "물러터진 검사라는 핀잔을 받기도 하고 악질 검사라는 수군거림도 경험했다. 가치 상반되는 수구 꼴통 검사와 빨갱이 검사 소리도 각각 들어 보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검찰을 보는 시각과 진단도 백인백색이고, 칭찬과 비난이 손바닥 뒤집듯 한다"고 한탄했다.

검찰개혁의 방향에 대해서도 오 고검장은 "과거 업무상 잘못과 일탈, 시대에 뒤떨어진 법제와 조직문화를 개선하는 데 누가 이의를 제기하겠느냐"라면서도 "다만 검찰이 사회 발전과 변화에 걸맞으면서도 제도 본연의 역할을 바르고 반듯하게 수행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혁이 완성되길 기원한다"고 했다.

그는 "불완전함과 비효율성을 내포한 채 시행 중인 수사구조 개편 법령에 이어 일각에서 추가 개혁을 거론하는 현시점에서도 내부 진단에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고 있는 부분은 없는지, 교각살우하는 요소는 없는지 살피고 또 살펴주길 바랄 뿐"이라고 적었다.

오 고검장은 내부 화합을 기원한다는 메시지도 냈다. 그는 "사단과 라인은 실체가 불분명한 분열의 용어로, 안팎의 편 가르기는 냉소와 분노, 무기력을 초래할 뿐"이라며 "'검찰'이란 이름으로 합심해서 고통과 보람을 함께 나누는 동료애가 더 두터워지길 염원한다"고 당부했다.

배성범 법무연수원장. 연합뉴스

배성범 법무연수원장. 연합뉴스

"검사들 부당한 불이익 없어야"

오 고검장과 같은 날 사의를 표명한 배성범(사법연수원 23기) 법무연수원장도 이날 사직 인사 글을 통해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추진 중인 검찰 조직개편안에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검찰총장이나 법무부 장관이 일일이 개별 사건의 수사 개시를 승인하는 것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에 의구심을 야기하고, 일선 검찰청과 검사들의 수사 자율성·독립성을 심하게 손상할 수 있다"고 했다.

배 원장은 "자기 자리에서 주어진 사건에 최선을 다한 검사들이 특정 수사팀의 일원이었다는 이유로 인사 등에 부당한 불이익을 받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검찰 내부에서는 김오수 검찰총장 임명 시기에 맞춰 고위 간부들의 줄사표가 나오고 있다. 오 고검장과 배 원장에 앞서 조상철 서울고검장도 지난달 28일 사의를 표했다.

오원석·김수민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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