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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비 안온다더니"…춤추는 '세발낙지'에 곤혹스런 기상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비가 내린 1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우산을 준비하지 못한 시민이 출근길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시스

비가 내린 1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우산을 준비하지 못한 시민이 출근길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시스

최근 2~3일 간격으로 비가 자주 내리면서 우산을 챙기는 날이 많아진 가운데, 기상청의 비 예보가 수시로 바뀌면서 혼란을 주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서울에는 183.1㎜의 비가 내리면서 평년(103.6㎜)의 두 배에 가까운 강수량을 기록했다. 비가 내린 날도 17일이나 될 정도로 이틀에 한 번보다 더 자주 비가 내렸다.

이날 오전에도 서울에는 약한 비가 내리면서 3.2㎜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하지만, 기상청은 전날 오전까지만 해도 “서해5도와 경기 북부, 강원 북부에는 한때 비가 오는 곳이 있겠다”며 비구름대가 서울 북쪽으로 지나갈 것으로 예보했다. 이후 오후가 돼서야 “서울, 인천, 경기 남부와 강원 남부에도 빗방울이 떨어지는 곳이 있겠다”며 강수 구역을 넓혔다.

주말을 앞둔 지난달 28일 오전에도 기상청은 “일요일인 30일에 전국이 대체로 맑겠다”고 예상했다가 오후가 돼서야 수도권 등 중부 지역에 비 예보를 내렸다. 실제로 30일엔 서울은 18.1㎜의 강수량을 기록하는 등 꽤 많은 양의 비가 쏟아졌다.

이에 포털과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어제 비 소식 없다 해서 세차했다” “비오니까 그제야 비 예보로 바꾸냐?”는 등 기상청을 비난하는 글이 올랐다.

“세발낙지 패턴으로 비…최상급 예보 난이도”

최근 기압계 모식도. 기상청 제공

최근 기압계 모식도. 기상청 제공

기상청은 이렇게 비 예보가 자주 바뀌는 이유에 대해 찬 공기를 동반한 3개의 저기압이 쉴 틈 없이 한반도를 지나가면서 언제 어디에 비를 뿌릴지 예측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성묵 기상청 예보분석팀장은 “세발낙지 패턴이라고 부르는데, 차가운 소용돌이가 중국 북동지방을 중심으로 뱅글뱅글 돌면서 가장자리를 따라서 찬 공기를 포함한 저기압을 끌어내리고 있고 우리나라를 지날 때마다 비가 내리고 있다”며 “저기압이 자주 통과하는 데다가 북한 위주로 지나갈지 한반도 전체를 훑고 지나갈지 깊이를 계산하기가 어렵다. 예보 난이도로 치면 최상급 난이도”라고 말했다.

기상청 예보 정확도.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기상청 예보 정확도.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실제로 특정 지점에 비가 내리는 걸 실제로 맞추는 확률을 뜻하는 강수맞힘률(POD)은 지난해 0.69를 기록했다. 한 지역에 비가 내렸을 때, 3번 중 2번꼴로 기상청의 비 예보가 맞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렇게 대기가 불안정한 상태에서 비가 자주 내리는 경우 기상청의 비 예보 정확도는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3일에서 10일 뒤까지 예측하는 중기예보는 더 신뢰도가 낮다. 높은 곳에서 낙엽을 떨어뜨렸을 때 어디로 갈지 모르는 나비효과가 생기는 것처럼 날씨의 변동성도 커진다는 것이다. 김 예보분석팀장도 “비의 변동성이 심하다 보니까 48시간 이전의 중기예보에서 비가 내리는 시간과 장소를 맞추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중기예보는) 경향성 정도로 이해하고 단기 예보로 들어왔을 때 자세한 예보를 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3일에 또 비…기상청 “장마는 아니다”

기상청은 3일에도 또다시 전국에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기상청은 “비는 3일 새벽에 제주도와 전남 남·서해안에서 시작돼 오전에 경기 서해안과 충청, 남부 지방으로, 오후에 그 밖의 전국으로 확대되겠다”고 밝혔다.

비가 자주 내리면서 올해 장마가 일찍 시작된 게 아니냐는 해석도 있지만, 기상청은 장마전선이 우리나라에 북상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잦은 비의 원인인 찬 공기가 오히려 장마전선의 진입을 막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중국과 일본 남부에서는 이른 장맛비로 인해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김 예보분석팀장은 “북태평양고기압이 평년보다 빠르게 확장하면서 일본과 중국 남부는 많은 양의 장맛비가 내리고 있지만, 한반도에 머물러 있는 찬 공기가 정체전선의 북상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어 우리나라는 아직 장마 시즌이 시작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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