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코로나19가 확산하고 있는 대만에서 시민들이 확진자 모녀 집을 찾아가 욕하고 술병을 던지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최근 대만 중앙통신사 등에 따르면 대만 이란현 난아오(南澳)의 한 마을에서 어머니와 딸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코로나 환자가 집중된 타이베이에서 일하던 30대 딸은 5월 중순부터 대만 정부의 방역 강화가 실시되자 50대 어머니가 잡화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란현으로 잠시 거주지를 옮겼다. 이 때문에 딸이 타이베이에서 이란현으로 올 때 이미 코로나에 걸린 상태였고, 어머니에게 이를 옮긴 것으로 추정됐다.
그런데 이같은 확진 소식에 몇몇 마을 주민들이 모녀의 집까지 찾아가 “집을 불 질러 버리겠다”, “당신들이 우리 마을 주민 전체를 죽음으로 몰고 있다”고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또 "경찰을 부를 테니 마을에서 나가라"며 밤중에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한 남성은 모녀가 사는 이층집 창문으로 술병을 던지기도 했다.
중앙통신사는 "문제를 일으킨 남성 두 명은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다"고 전했다. 동영상이 SNS상에서 퍼지자 네티즌들은 “조금 더 포용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한때 방역 모범국으로 꼽히던 대만은 코로나 19 재확산으로 사망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백신 확보가 늦어지며 시민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현재 대만의 인구 대비 백신 접종률은 2%에 불과하다. 방역이 잘 이뤄지고 있다는 판단에 백신 접종에 전력을 기울이지 않은 탓이다.
코로나 확산 공포에 시민들이 자체적으로 외출을 자제하면서 정부 봉쇄 조치 없이도 텅텅 비어버린 '대만의 명동' 시먼딩 사진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대만에선 한 때 누적 사망자가 한 자릿수에 불과했지만, 코로나가 최근 빠르게 확산하면서 5월 18일~29일까지 87명이 코로나로 사망했다.
월드 오 미터에 따르면 31일 기준 대만에서 코로나 누적 확진자 수는 8511명, 누적 사망자는 124명으로 집계됐다.
서유진 기자·장민순 리서처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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