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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썰명서]한 그릇 6만원, 팔수록 손해? 호텔 '金빙수' 진실

중앙일보

입력

호텔 빙수가 인기 아이템으로 자리 잡으면서, 각 호텔의 대표 빙수를 먹고 다니는 빙수 투어족도 늘고 있다. 인스타그래머블한 빙수는 아무래도 선택받을 확율이 높다. 파크 하얏트 서울는 드라이아이스를 이용해 손님의 테이블 위에서 극적인 순간을 연출한다. '빙수 콤비네이션(빙수 2개)'을 주문해야만 볼 수 있다.

호텔 빙수가 인기 아이템으로 자리 잡으면서, 각 호텔의 대표 빙수를 먹고 다니는 빙수 투어족도 늘고 있다. 인스타그래머블한 빙수는 아무래도 선택받을 확율이 높다. 파크 하얏트 서울는 드라이아이스를 이용해 손님의 테이블 위에서 극적인 순간을 연출한다. '빙수 콤비네이션(빙수 2개)'을 주문해야만 볼 수 있다.

세상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호텔 빙수를 먹어본 자와 그렇지 않은 자. ‘0이 하나 잘못 들어간 거 아님?’ ‘사치다. 누가 사 먹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한편에서는 줄을 서서라도 먹는다. 특급호텔의 빙수는 한 그릇에 4~6만원대에 이른다. ‘금빙수’ 논란이 식지 않는 이유다. 호텔 빙수는 정말 거품일까. 호텔 빙수에 관한 여러 가지 궁금증을 정리해봤다.

‘호텔 빙수 투어’를 아시나요?

호랑이는 가죽을 남기고, 빙수는 사진을 남긴다. 호텔 빙수가 사랑받는 이유는 일단 ‘인스타그래머블’해서다. 소셜미디어에 ‘#호텔빙수’를 검색하면 관련 게시물이 수없이 쏟아진다. 각 호텔을 돌며 빙수를 먹고 다니는 ‘호텔 빙수 투어족’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호텔은 점점 더 플레이팅에 공을 쏟는다. 코코넛 껍데기 안에 빙수를 담아내기도 하고(파라다이스시티, 시그니엘 서울의 코코넛빙수), 빙수 위에 흥인지문 모양의 초콜릿을 얹기도 한다(JW 메리어트 동대문의 흑임자 팥빙수 ). 파크하얏트 서울이나 콘래드 서울처럼 빙수 주변에 드라이아이스를 두어 시각적인 효과를 극대화하기도 한다.

고객 대부분은 20~30대 여성. 돈보다 재미와 가치를 중히 여기는 ‘MZ세대’의 중심이자, 작은 사치를 즐기는 ‘스몰 럭셔리’ 트렌드를 주도하는 이들이다.

‘애망빙’은 어디서 왔나

일명 '애망빙'은 신라호텔에서 시작해 전국 주요 호텔로 퍼졌다.

일명 '애망빙'은 신라호텔에서 시작해 전국 주요 호텔로 퍼졌다.

‘호텔빙수’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메뉴는 일명 ‘애망빙’, 그러니까 애플망고빙수다. 유행을 이끈 건 신라호텔이다. 2008년 제주신라호텔이 ‘로컬 식재료 발굴’ 사업의 하나로 개발한 메뉴다. 서울 신라호텔도 2011년부터 애플망고빙수를 내기 시작했다. 그 뒤 전국 호텔로 퍼졌다.

제일 비싼 호텔 빙수는

 6월 1일 기준 가장 고가의 빙수는 포시즌스 호텔 서울의 ‘제주 애플망고 빙수’다. 한 그릇에 6만8000원이다.

6월 1일 기준 가장 고가의 빙수는 포시즌스 호텔 서울의 ‘제주 애플망고 빙수’다. 한 그릇에 6만8000원이다.

6월 1일 기준 포시즌스 호텔 서울의 ‘제주 애플망고 빙수’는 한 그릇에 6만8000원을 받는다. 지난해에는 4만9000원을 받았지만, 올해 재료비 상승으로 가격이 크게 뛰었다.

단일 메뉴로 가장 비싸게 팔렸던 빙수는 JW 메리어트 동대문의 일명 ‘돔빙수’다. 한 그릇에 8만원을 받았다. 빙수 위에 고급 샴페인 ‘돔 페리뇽’을 뿌려 먹는 빙수로, 2014~2016년 판매하다 사라졌다.

왜 이리 비싼가

호텔 빙수 가격은 해마다 뛰고 있다. 특급호텔의 경우 2인 기준으로 대개 4만원 이상을 받는다. 제주신라호텔의 애망빙은 2008년 출시 당시 2만7000원을 받았다. 2011년 서울로 올라오면서 2만9000원이 됐고, 지금은 6만4000원에 팔고 있다. 이유는 있다. 신라호텔 관계자는 “재료비가 판매가의 70%에 이른다. 제주산 애플망고의 가격이 뛰면 빙수값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신라호텔은 2018년부터 가격연동제를 도입하고 있다. 제주산 애플망고의 변동 가에 따라 빙수값을 책정한다. 실제로 2019년 5월과 2020년 5월 애망빙 가격을 일시적으로 5000원가량 내리기도 했다.

팔수록 손해라던데

장사치의 빤한 거짓말은 아니다. ‘남는 게 없다’ ‘팔수록 손해’라는 말이 호텔가에는 널리 퍼져 있다. 재료비, 인건비, 유통 경비 등의 고정비용이 워낙 커서다. 회전율도 낮다. 보통 2~3명이 빙수 하나를 시켜놓고 두세 시간씩 자리를 지키기 때문이다. 최소한 적자는 아니어도, 수익이 큰 상품은 아니다.

그런데도 호텔이 빙수 대전에 참전하는 이유는 있다. 손님을 끌어들이는 막대한 홍보 효과 때문이다. 웨스틴 조선 서울의 경우 빙수 고객의 60% 이상이 20~30대다. 호텔 측은 “명품 브랜드의 화장품이나, 넥타이 같은 엔트리 아이템(입문 제품)이라고 보면 된다. 빙수 덕분에 호텔 고객이 폭넓어지고, 훨씬 젊어졌다”고 말한다.

1인 메뉴는 없나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는 1인용 빙수를 즐길 수 있다. 레트로 쑥빙수와 망고 펄빙수. 1인용이지만 양이 제법 많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는 1인용 빙수를 즐길 수 있다. 레트로 쑥빙수와 망고 펄빙수. 1인용이지만 양이 제법 많다.

대부분 없지만, 슬슬 도입하는 추세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웨스틴 조선 서울 등이 1인용 빙수를 내고 있다. 가격은 대략 2만7000원. 양이 생각보다 많다. 둘이 가서 1인용 빙수를 시켜도 된다.

포장도 될까?

테이크아웃이 가능한 호텔도 있다. 롯데호텔 서울은 애플망고빙수, 멜론빙수, 클래식 팥빙수를 포장 판매한다.

테이크아웃이 가능한 호텔도 있다. 롯데호텔 서울은 애플망고빙수, 멜론빙수, 클래식 팥빙수를 포장 판매한다.

명동의 롯데호텔 서울에서 지난달부터 포장 판매를 시작했다. 과일과 팥, 연유, 아이스크림 등을 별도로 포장해서 아이스팩과 함께 보냉 가방에 담아준다. 포장 후 1시간 반까지는 얼음 상태가 온전히 유지한단다. 테이크아웃 할인은 없다.

애망빙은 가라

웨스틴 조선 서울의 수박빙수(왼쪽), 그랜드 하얏트 제주의 블루베리 유채 빙수

웨스틴 조선 서울의 수박빙수(왼쪽), 그랜드 하얏트 제주의 블루베리 유채 빙수

호텔마다 시그니처 빙수가 있다. 웨스틴 조선 서울의 빙수에선 망고빙수보다 수박빙수(3만8000원)가 인기다. 수박 과즙으로 빙수를 만들어 빨간 게 특징이다. 그랜드 하얏트 제주의 블루베리 유채 빙수(5만원)는 온통 보랏빛이다. 블루베리와 아이스크림 위에 블루베리 컴포트를 붓는다. 파크 하얏트 서울에는 허니 골드 빙수(5만4000원)가 있다. 빙수에 금박을 입힌 벌집이 올라가 붙은 이름이다.

글=백종현 기자 baek.jonghyun@joongang.co.kr, 사진=각 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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