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서명수의 노후준비 5년 설계] 자녀 결혼, 얼마 지원해야 하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5면

서명수 객원기자

서명수 객원기자

요즘 퇴직한 60대를 만나면 “30 넘은 딸이 도무지 결혼하려 들지 않는다” “아들이 취직할 생각도 없이 집에서 놀고 있다”며 자녀의 독립을 걱정하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성인이 됐는데도 취업이나 결혼을 미루고 부모에 얹혀사는 젊은이를 ‘캥거루족’이라 부른다.

캥거루족이 늘어나는 것은 취업난 등으로 경제적 독립이 어려워진데다 자녀의 부모 의존성과 부모의 자녀 성공 기대감이 큰 한국 가족 문화의 특수성이 작용한 때문이다.

자녀의 결혼 시기는 대개 부모의 은퇴 시기와 맞물려 자녀에게 결혼자금을 무리하게 지원하다 보면 부모 자신의 노후가 흔들릴 수 있다. 보험개발원의 ‘2020년 은퇴시장 리포트’에 따르면 40·50세대의 자녀 결혼비용은 1억194만원이었다. 반면 이들이 은퇴 때 예상되는 퇴직급여는 9466만원으로 결혼비용을 대기에 부족한 형편이다. 게다가 올들어선 전셋값이 폭등해 어지간해선 전세자금 만들기가 어려워 부모의 지원이 불가피하게 됐다. 한 지인은 있는 돈 죄다 긁어도 결혼하려는 자녀의 전세자금이 모자라자 자기 집을 전세 놓고 싼 전셋집으로 이사해 남는 돈으로 지원했다.

자녀의 결혼과 관련해 자식에 대한 부모의 관점부터 바꿀 필요가 있다. 자녀가 학업을 마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20대 후반부터는 일방적으로 자녀를 도와주는 시기는 지났다는 사실을 깨닫고 동반자적 관계를 만들어가야 한다. 자신의 노후를 희생하면서까지 지원하는 것이 결코 자녀를 위한 길이 아니다. 자녀도 자식한테 퍼주고 노후에 의존적이 되는 부모를 원치 않기 때문이다.

부모와 자녀가 경제적인 문제에 관해 서로 터놓고 이야기하도록 하자. 부모의 은퇴 설계와 자녀 결혼을 한 묶음으로 놓고 결혼자금에 대해 부모가 도와줄 수 있는 부분과 없는 부분을 명확히 구분지을 것을 권한다. 그래야 자녀도 ‘부모가 도와주겠지’하는 막연한 기대를 접고 현실적 대안을 찾아나설 것이다.

서명수 객원기자 seo.myongso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