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이 왜 거기서 나와

중앙일보

입력 2021.06.01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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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지난달 30일 서울 동대문 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2021 P4G 서울 정상회의’ 개회식 오프닝 영상에서 서울이 아닌 평양의 위성사진이 쓰여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해당 영상은 문재인 대통령의 개회사 직전에 나왔다. 이번 정상회의가 서울에서 열린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남산·광화문·한강 전경을 차례대로 비춘 뒤 강 위에 떠 있는 섬을 보여주는 위성사진이 화면을 채웠는데, 한강의 여의도가 아니라 대동강의 능라도를 찍은 사진이었다. ‘줌 아웃(zoom out)’을 하자 대동강의 전체 윤곽과 함께 평양·평안남도 일대가 펼쳐졌다. 서울 상공이 아니라 평양 상공의 위성사진을 오프닝 영상에 쓴 것이다.

P4G 회의 개회식 서울 소개 때
평양 능라도 사진 써 국제망신

네티즌 “P4G의 P가 평양이냐” 청와대 “외주업체가 만든 영상”

지난달 30일 열린 ‘2021 P4G 서울 정상회의’ 개회식 오프닝 영상에서 개최지 서울이 아닌 평양의 위성사진이 소개됐다. 대동강 능라도 전경에서 ‘줌 아웃(zoom out)’하자 평양 일대가 펼쳐졌다. 외교부는 “영상제작사의 실수”라고 해명했다. [P4G 개막 영상 캡처]

지난달 30일 열린 ‘2021 P4G 서울 정상회의’ 개회식 오프닝 영상에서 개최지 서울이 아닌 평양의 위성사진이 소개됐다. 대동강 능라도 전경에서 ‘줌 아웃(zoom out)’하자 평양 일대가 펼쳐졌다. 외교부는 “영상제작사의 실수”라고 해명했다. [P4G 개막 영상 캡처]

온라인 등에선 “P4G의 P가 평양이냐” “실수가 반복되면 고의” 등의 댓글이 달렸다.

청와대 유튜브 계정에 있던 해당 영상은 31일 오전 삭제됐고, 이날 오후 평양이 아닌 서울 위성사진으로 바꾼 영상이 업로드됐다.

P4G(Partnering for Green Growth and the Global Goals 2030) 서울 정상회의는 한국에서 열리는 첫 환경 분야 다자 정상회의로,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화상회의로 진행됐다. 각국 정상·고위급 47명, 국제기구 수장 21명 등이 참석했다. 코로나19 이후 국내에서 개최되는 대규모 국제 행사가 드문 만큼 청와대도 각별히 관심을 기울였다.

지난달 30일 열린 ‘2021 P4G 서울 정상회의’ 개회식. [뉴시스]

지난달 30일 열린 ‘2021 P4G 서울 정상회의’ 개회식.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청와대 특별 홍보영상에 등장했고, 28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관저로 퇴근할 때는 P4G 홍보 문구를 씌운 청와대 전용 수소차를 직접 운전했다.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28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와 “굉장히 큰 행사다. 우리나라가 여태까지 주관했던 국제회의 중 가장 많은 국가가 참여한다”며 “또 우리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미래기술이 다 접목돼 있는 회의로 만들 것”이라고 했다.

야당에선 비판이 쏟아졌다. 외교부 차관 출신인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통상 이 정도 규모의 행사는 리허설만 서너 차례 하고 수십 명이 이 영상을 봤을 텐데 아무도 이걸 걸러내지 못했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며 “행사를 담당한 청와대 의전 라인에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에 “P4G기획단이 외주업체에 의뢰해 제작한 영상으로, 영상에 짧게 평양이 포함됐는데 특별한 의도는 없었던 것으로 안다”며 “청와대가 제작에 관여한 영상은 아니다”고 말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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