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에듀]줌터디로 발표 연습하는 알파 세대 공부법

중앙일보

입력 2021.05.31 21:01

초등 1학년이 선생님과 줌(ZOOM)으로 교과서를 공부할 줄 누가 예측했을까.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은 줌 수업 시간 내내 한마디도 하지 않아 지켜보는 부모 속을 태운다. 모니터 앞에서 입을 꾹 다물고 있는 아이를 독려하기 위해 학부모가 화면에 안 잡히는 아이 책상 밑에 숨어 아이의 종아리를 쿡쿡 찌른다는 일화도 들린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아이들을 위해 부모가 도와줄 수 있는 것은 충분한 연습기회를 제공하는 것일 터다. 이미 성인들 사이에선 이와 연관된 신조어가 생겼다. 줌터디(Zoomtudy, 줌에서 만나 공부하는 모임)다.

알파 세대에게도 줌터디는 일상이 됐다. 학교 수업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의 다양한 초등 소모임이 거의 전멸하면서, 차선책으로 온라인에 장소를 옮긴 줌터디 후기가 여기저기서 보이기 시작한다. 초등 고학년들은 신문을 함께 읽거나 영어원서를 읽고 토론하는 식의 줌터디가, 저학년들은 좋아하는 책을 소개하거나 '일상 나누기'처럼 발표 자체를 연습하는 줌터디가 생겨나고 있다. 뜻이 맞는 엄마들끼리 알음알음 꾸린 모임이니 당연히 드는 비용도 없다.

줌터디 핵심은 능동성, 진행부터 발표까지 아이들의 몫

발표중인 아이들. 직접 사회자가 돼 어른 도움 없이 모임을 진행한다

발표중인 아이들. 직접 사회자가 돼 어른 도움 없이 모임을 진행한다

초등 3학년이 된 큰 아이도 올해부터 이 줌터디를 시작했다. 초등 2학년부터 5학년 사이 5명으로 구성된 이 작은 모임은 매주 화요일마다 30분씩 줌에서 만난다. 5명이 돌아가면서 약 5분씩 자유 주제 한 가지씩 발표하는 것이 전부다. 소소한 일상부터 자신이 쓴 글이나 읽고 재미있었던 책을 소개한다. 종이접기나 그림과 같은 개인작품을 소개하기도 하고, 내가 배운 것을 짧게 강의하는 5분 선생님이 되기도 한다. 때로 함께 노래하거나 멋진 바이올린 연주를 하기도 한다.

발표중인 아이들. 직접 사회자가 돼 어른 도움 없이 모임을 진행한다

발표중인 아이들. 직접 사회자가 돼 어른 도움 없이 모임을 진행한다

어른의 역할은 줌터디를 꾸려주는 데까지. 이후는 아이들의 몫이다. 모임 진행도 매주 그날의 어린이 사회자가 처음부터 끝까지 이끌어간다.
“안녕하세요? 테라리움(모임 이름)에 오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오늘 사회를 맡은 000입니다. 그럼 오늘 발표를 시작하겠습니다. 먼저 000님? 발표해주세요.”
멍석을 깔아주자 아이들은 재주를 부리는 정도가 아니라 하늘을 날기 시작했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의 강점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가장 중요한 점은 아이들이 즐거워했다는 것이다. 자신이 발표하는 내용에 모두가 귀 기울여 듣고, 응원하는 시간이 쌓이면서 자신감이 쌓여갔다. 이 시간을 기다리게 됐다.

매주 30분 줌터디가 가져오는 놀라운 변화

줌터디는 효과적이었다. 1, 2월 두 달간 한 명당 매주 1번 5분씩만 줌으로 발표 연습했을 뿐인데 아이들은 3월 신학기 학교의 줌 클래스 수업시간에 발표하는 일을 훨씬 편안하게 느꼈다. 연설로 선출하는 학급 임원도 2명 배출됐다. 한 학생의 담임선생님은 어디서 발표를 따로 연습하냐고 물어보기도 했단다. 낯선 시스템이 어색해서 잘 못 했을 뿐 약간의 연습 기회만 제공하자 아이들은 배고픈 아기 새처럼 꿀떡꿀떡 교육을 받아먹고 흡수해 바로 실생활에 적용해 냈다.

아이가 만든 테라리움 이미지. 다섯 아이가 좋아하는 것들을 담았다.

아이가 만든 테라리움 이미지. 다섯 아이가 좋아하는 것들을 담았다.

아이가 속한 모임 이름은 ‘테라리움’이다. 테라리움의 원래 뜻은 작은 유리 용기에 식물을 예쁘게 담아 키우는 미니정원이다. 모임원들의 발표를 예쁘게 담아간다는 뜻을 담아 아이들이 정했다. 이름을 듣고 일론 머스크가 화성의 지구화를 언급하며 널리 알려진 테라포밍, 여기에 디지털 세계의 지구화를 뜻하는 디지털 테라포밍이 떠올랐다. 우연의 일치지만 알파 세대의 분위기와 묘하게 맞아떨어졌다.

유튜브부터 수많은 SNS와 같은 인터넷 플랫폼과 가상공간 메타버스 세상 안에서 능숙하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소통하는 것에 익숙해져야 하는 것은 알파 세대의 숙명이다. 코로나로 인해 급속도로 빨라진 이 플랫폼 세상에 가장 쉽게 적응하는 세대 역시 이들이다. 기성세대가 해 줄 부분은 이 아이들이 경험할 수 있도록 디지털 맞춤식 기회를 제공하는 것일 것이다. 조금만 신경 써주면 된다. 이후는 아이들이 해낸다.

팁) 초등 줌터디, 시작은 이렇게

① 모임 만들기 - 3명 이상. 반드시 오프라인에서 부모끼리 오랫동안 알고 지낸 아이들만 모여 꾸린다. 미성년자들의 줌터디에 돌발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인터넷상에서 만나는 낯선 이와의 모임은 추천하지 않는다.
② 목표 만들기 - 줌 발표 자체에 익숙해지는 것이 목표이므로 자유 주제로 편하게 이어간다. 처음 시작은 주 1회, 인당 3분 내외 자유 발표로 충분하다. 익숙해지면 나만의 책 소개 등 특정 주제를 제시하는 식으로 확장해본다.
③ 보안유지 - 비밀번호 보안 유지에 신경 쓰고, 모임원이 모두 모이면 회의 잠금으로 설정한 뒤 진행한다.

 이지은 객원기자는 중앙일보 교육섹션 '열려라 공부' 'NIE연구소' 등에서 교육 전문 기자로 11년간 일했다. 2017년에는 『지금 시작하는 엄마표 미래교육』이라는 책을 출간했으며 지금은 교육전문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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