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살 소니아와 7살 아미트는 지난해 6월 코로나19 첫 유행 당시 아버지를 잃었다. 그리고 지난 4월 다시 한번 덮친 쓰나미로 어머니마저 보냈다. 두 아이는 친할머니 손에 맡겨졌다. 할머니는 자신이 세상을 뜨면 누가 아이들을 돌봐줄지 걱정하고 있다.
영국 BBC는 30일(현지시간) 코로나19가 인도 전역을 덮치며 많은 아이가 부모를 잃었고, 가족들이 황폐화 됐다고 보도했다. 인도 여성아동복지부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지난 25일까지 최소 577명의 부모가 코로나19로 숨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수치가 상당히 과소평가됐다고 보고 있다. 통계가 정확하지 않은 이 나라 특성상, 실제 사망자 수는 정부 집계보다 몇 배 더 많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부모 잃은 아이 속출…국가 비상사태"
인도는 지난 2월 초만 해도 일일 신규확진자 수가 1만명 내외였다. 하지만 지난 두 달여 간의 방역실패가 '코로나19 팬데믹 폭탄' 도화선에 불을 붙인 셈이 됐다. 힌두교 축제인 쿰브멜라에 수백만 명이 몰렸고, 사람들은 마스크 쓰지 않았다. 거리두기 역시 찾아보기 어려웠다.
인도는 결국 브라질을 제치고 코로나19 누적확진자 수 세계 2위에 올랐다. 세계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31일(GMT표준시) 기준 인도의 누적 확진자는 2804만7534명, 누적 사망자는 32만9127명이다. 이날 신규확진자는 15만3485명, 신규사망자는 3129명으로 집계됐다.
아누락 쿤두 델리아동인권보호위원회(DCPCR) 위원장은 "남겨진 18세 미만의 아이들이 너무 많다. 그런 의미에서 국가 비상사태다"라며 "두 번째 팬데믹 이후 문제가 급격히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어 "내 인생에서 이렇게 짧은 시간에 많은 사람이 죽었다는 소식은 들어본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인도 아동복지위원회 소속 프레티베르마 박사는 "우타르프라데시주(州)에서만 1000명 이상의 아이들이 부모를 잃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실제 숫자는 아마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낮은 입양률…인신매매 노출된 아이들
문제는 남겨진 아이들이 갈 곳조차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는 것이다. 인도는 입양 절차가 까다로울뿐더러 입양률 자체가 낮다. 인도에서 지난 2019년 4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입양된 아이는 3351명에 불과하다. 2019년 한해에만 6만6000여 명이 입양된 미국과 비교하면 입양률이 얼마나 낮은 지 알 수 있다.
이런 아이들은 대부분 인신매매에 노출돼 있다. SNS를 통해 어린이의 사진과 전화번호가 공유되고 있는 것이다. 쿤두는 "SNS가 아이를 선택할 수 있는 아마존 쇼핑몰 같은 서비스가 되어가고 있다"며 "실제 아이 입양 소식을 제공하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팀원 중 한명이 페이스북 페이지에 전화했고, 그곳에선 어린이 1명당 7000달러(약 778만원)의 가격을 제시했다"며 "결국 우리는 그곳을 경찰에 신고했다"고 덧붙였다.
자선단체 프로트사한소날의 카푸러 대표는 "부모를 잃은 아이가 입양된 뒤 육체노동에 시달리는 사례도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에 대해 BBC는 많은 어린이가 가족 없이 자라야 한다는 것이 가장 큰 위험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주 정부가 부모를 잃은 아이들에 대한 보호 정책을 확대하고 있지만, 더 많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전했다.
김천 기자 kim.ch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