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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희귀 혈전', 접종 12일 만에 두통 증상…"4주까지 관찰해야"

중앙일보

입력 2021.05.31 17:54

업데이트 2021.05.31 20:40

아스트라제네카(AZ)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부작용인 희귀 혈전증 사례가 국내에서 처음 확인됐다. 지난달 말 AZ 백신을 접종한 30대 남성이다. 국내에서 그간 접종 후 혈전이 확인된 사례는 더러 있었지만, 당국이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TTS)으로 인정하고, 백신을 원인으로 결론 내린 건 처음이다. 당국은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게 중요하다”며 접종 후 최대 4주까지는 두통과 복통 등의 이상 증상을 살펴달라고 당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65세~74세 어르신 대상 아스트라제네카(AZ) 1차 예방접종이 본격 시작된 27일 대전시 유성구 대전코젤병원에서 의료진이 어르신들에게 접종할 백신을 전용 주사기로 준비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65세~74세 어르신 대상 아스트라제네카(AZ) 1차 예방접종이 본격 시작된 27일 대전시 유성구 대전코젤병원에서 의료진이 어르신들에게 접종할 백신을 전용 주사기로 준비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31일 코로나19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국내 첫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 사례는 취약시설에 종사하는 30대 초반 남성에서 확인됐다. 이 남성은 지난달 27일 AZ 백신을 접종했는데 첫 이상 증상은 12일 지난 이달 9일 오전 나타났다. 심한 두통이 있어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았는데도 호전되지 않았고 이로부터 사흘 흐른 이달 12일부터는 경련까지 동반돼 입원했다. 입원 후 진행한 검사에서 의료진은 뇌정맥혈전증과 뇌출혈, 뇌전증을 진단했다. 이를 바탕으로 이달 27일 의료기관에서 사례자의 이상 반응을 당국에 신고했고 추진단이 30일 혈액응고장애자문단 회의를 열어 해당 사례를 검토한 결과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희귀 부위라고 하는 뇌정맥동에 혈전이 생겼고 혈소판 수치가 1마이크로리터당 15만개 이하로 감소해 임상적인 기준에 적합했다”고 말했다. 추가로 이날 혈소판 인자에 대한 항체 검사에서도 최종 양성으로 확인돼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 사례로 확정했다고 당국은 밝혔다.

추진단은 의료진이 접종 이력을 고려해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을 의심했고 당국이 안내한 대응지침대로 초기에 헤파린이 아닌 다른 항응고제로 치료한 결과 해당 남성의 건강에 현재 큰 문제가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박영준 추진단 이상반응조사지원팀장은 “입원 중으로 경과 관찰은 필요하지만 특별하게 증상이 악화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파악한다”고 말했다.

헤파린은 항응고제의 일종으로 통상 혈전 치료에 쓰인다. 그런데 AZ접종 후 나타난 희귀 혈전의 경우 이걸 쓰면 증세가 악화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의 경우 기전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HIT(헤파린 유도 혈소판 감소증)와 비슷한 거로 보인다. HIT라는 질병에선 헤파린이 혈전을 녹이는 게 아니라 만드는 쪽으로 작동하고 있어 헤파린을 쓰면 기름을 붓는 셈”이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65세~74세 어르신 대상 아스트라제네카(AZ) 1차 예방접종이 본격 시작된 27일 대전시 유성구 대전코젤병원에서 의료진에게 백신을 접종 받은 어르신들이 이상반응 관찰을 위해 잠시 휴식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65세~74세 어르신 대상 아스트라제네카(AZ) 1차 예방접종이 본격 시작된 27일 대전시 유성구 대전코젤병원에서 의료진에게 백신을 접종 받은 어르신들이 이상반응 관찰을 위해 잠시 휴식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이 때문에 당국은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 치료지침에서 헤파린 사용이나 혈소판 수혈을 금지한다. 대신 경구용 항응고제(리바록사반, 아픽사반, 에독사반)를 투여하고 중증일 경우 정맥 내 면역글로블린 주사치료를 하라고 안내하고 있다.

추진단은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은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히 치료하면 회복이 가능하다면서 최대 4주까지 이상 증상을 살핀 뒤 의심되면 즉시 병원을 찾아달라고 당부했다.
당국이 밝힌 의심증상은 ▶접종 후 4주 내 호흡곤란, 흉통, 지속적인 복부 통증, 다리 부기와 같은 증상이 나타난 경우 ▶접종 후 심한 또는 2일 이상의 지속적인 두통이 발생하며, 진통제에 반응하지 않거나 조절되지 않는 경우 또는 시야가 흐려지는 경우 ▶접종 후 갑자기 기운이 떨어지거나 평소와 다른 이상 증상이 나타난 경우 ▶접종 후 접종부위가 아닌 곳에서 멍이나 출혈이 생긴 경우이다.

서은숙 예방접종피해조사반 위원(순천향대 의대)은 “접종 후 바로 혈전이 생기는 게 아니라 혈전이 만들어지는 상황이 생기고 이후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4주 정도까진 몸의 변화가 있는 걸 잘 관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추진단은 의료기관에 대해서도 이런 의심증상이 있는 환자의 경우 신속하게 신고하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를 통해 코로나19 예방접종력을 확인한 뒤 추진단에서 배포한 대응지침을 숙지해 줄 것을 당부했다.

앞서 AZ를 접종한 유럽 등에서 희귀 혈전이 보고됐고, 유럽의약품청(EMA)이 지난 4월 초 이를 AZ 백신의 매우 드문 부작용으로 등록했다. 이후 한국 정부도 이런 점을 고려해 30세 미만에는 AZ 백신을 접종하지 않도록 권고했다. 30세 미만의 경우 부작용 발생 위험이 접종 이득보다 크다고 판단해서다.
AZ 접종 후 심부정맥혈전증이나 폐색전증 등의 혈전 사례는 종종 보고됐는데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으로 확인된 건 현재까지 AZ 327만건 중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지난달 초 AZ를 접종한 20대 이송요원에서 뇌정맥동혈전증이 발생했지만, 혈소판 감소를 동반하지 않았다. 다만 백신과 관련이 있을 중증 사례로 인정받았다.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의 국내 발생 빈도를 따져보면 100만명당 0.3건 수준으로 100만명당 9.5건인 영국, 10건인 유럽연합보다 적다.

65세 이상에 AZ 접종이 한창인 가운데 희귀 혈전 사례가 확인되자 당국은 접종대상자들의 불안감이 확산하지 않을까 긴장하고 있다. 정은경 청장은 “발생이 굉장히 드물고, 조기에 발견하면 치료가 가능하다. 접종으로 인한 위험보다는 이득이 크다”고 말했다. 또 “발생 빈도나 위험도를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분석해 필요시 접종기준 조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황수연·이우림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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