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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중에 '거리 응원'까지 한다고?...日 '올림픽 띄우기' 논란

중앙일보

입력

일본 도쿄(東京)도가 오는 7월 23일 개막하는 도쿄올림픽 기간 중 2002년 월드컵 당시처럼 시민들이 함께 모여 경기를 보며 응원하는 '거리 응원'을 준비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감염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단체로 경기를 볼 경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우려된다"는 반대 의견이 나오고 있다.

도쿄도, 요요기 공원 등에 스크린 설치 #관객들 모여 응원, "감동 공유할 기회" #"밀집 피하라며 합동 응원?" 비판 나와 #스가, '관객 있는 올림픽' 추진 미련

2018 러시아 월드컵 한국-독일 전 당시 서울 영동대로에서 진행된 거리 응원전. [중앙포토]

2018 러시아 월드컵 한국-독일 전 당시 서울 영동대로에서 진행된 거리 응원전. [중앙포토]

31일 마이니치 신문에 따르면 도쿄도는 올림픽 기간 중 도립 요요기(代々木) 공원 등에서 시민들이 올림픽을 함께 볼 수 있는 '퍼블릭 뷰잉(PV)' 행사를 열기로 하고 준비에 돌입했다. 요요기 공원의 경우 중앙에 있는 약 3만5000㎡의 공터에 520인치 대형 화면을 준비해 경기를 중계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6월 1일부터 공사를 시작한다.

도쿄도와 대회 조직위원회는 도쿄의 요요기 공원, 히비야(日比谷) 공원 외에도 지진 피해지인 후쿠시마(福島)현과 구마모토(熊本)현 내 6곳에서 비슷한 단체 관람을 계획 중이다. 도쿄도 내 대학 등 4곳에도 경기 상영 공간을 마련한다. 도쿄도는 "대회의 감동을 공유할 중요한 기회"라며 사업을 강행할 계획이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당초 1600명을 수용할 예정이었던 요요기 공원의 참가 인원을 710명으로 줄이고, 예약한 사람만 입장할 수 있게 해 혼잡을 피하겠다고 도쿄도는 밝혔다. 현재 계획에 따르면 공원에 설치된 좌석에서 음식을 먹는 것이 금지되는 대신, 식사를 할 수 있는 공간은 따로 설치된다.

이같은 계획에 대해 시민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코로나19 확산을 걱정하면서 왜 일부러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가"라는 비판이 거세다. 코로나19로 전국 10개 도시에 긴급사태가 발령됐고, 국민의 절반 이상이 "올림픽 중단"을 요구하고 있는 현 상황에 맞지 않는 계획이라는 지적이다.

도쿄올림픽 단체 관람장이 될 예정인 도쿄 시내 요요기 공원에서 지난달 25잃 한 시민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쿄올림픽 단체 관람장이 될 예정인 도쿄 시내 요요기 공원에서 지난달 25잃 한 시민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정부의 코로나19 대책 분과회의 오미 시게루(尾身茂) 회장은 26일 중의원 후생노동위원회에서 "(올림픽으로) 사람의 흐름이 늘어날 것이 우려된다. 올림픽 관계자들은 이로 인한 감염 위험 증가를 확실히 고려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무라 노리히사(田村憲久) 후생노동상도 27일 국회에서 "집에서 응원하는 방식의 올림픽을 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변이 바이러스 확산 등 일본의 코로나19 상황에 대한 전세계의 우려는 커지고 있지만,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는 '관중 있는 올림픽'을 밀어붙일 것이란 보도도 이어지고 있다.

아사히 신문은 29일 정부 관료를 인용해 "총리 관저는 만원(滿員)이 아니라도 좋으니 어떻게든 관객이 있는 올림픽을 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스가 총리도 28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관람객 수용 문제에 대한 질문에 "긴급사태 발효 기간 중 야구나 축구 등도 관객 규모를 축소해 경기를 진행한 경험이 있다"면서 유관객 경기를 추진하겠단 뜻을 내비쳤다.

요미우리 신문은 31일 일본 정부가 1주일 이내 유전자 증폭(PCR) 검사 등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는 증명서를 가진 관람객을 도쿄올림픽·패럴림픽 경기장에 입장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대회 개최 자체가 의문시되는 상황에서 만약 관람객까지 수용한다는 결정이 내려지면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니혼게이자이신문과 TV도쿄가 28∼30일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0%가 '올림픽 취소도 어쩔 수 없다', 22%는 '재연기도 어쩔 수 없다'고 답해 응답자의 62%가 올림픽을 취소하거나 재연기해야 할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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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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