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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마법 같은 붓질···즉석에서 그리는 과정까지 작품이네요

중앙일보

입력

라이브드로잉의 대가 김정기(가운데) 작가를 만난 소중 학생기자단.

라이브드로잉의 대가 김정기(가운데) 작가를 만난 소중 학생기자단.

10m 길이의 라이브드로잉을 진행하고 있는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한 원예진(왼쪽)·김려원 학생모델. 전시가 끝나갈 7월에는 완성된 그림을 볼 수 있다.

10m 길이의 라이브드로잉을 진행하고 있는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한 원예진(왼쪽)·김려원 학생모델. 전시가 끝나갈 7월에는 완성된 그림을 볼 수 있다.

라이브로 진행되는 노래나 연주는 생생한 현장감이 느껴지면서, 예상하지 못했던 변수가 발생하지 않을까 긴장되기도 합니다. 그림을 라이브로 그린다면 어떨까요. 밑그림도 그려야 하고 잘못 그리면 수정도 해야 하는데 ‘그게 어떻게 가능해?’ 생각도 들죠.

종이에 밑그림 없이, 즉석에서 붓펜으로 그림을 그려 완성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라이브드로잉(Live Drawing)의 대가‧선구자‧마스터로 불리는 김정기 작가는 라이브드로잉이라는 장르로 대중과 소통하며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죠. 소중 학생기자단이 김정기 작가를 만나기 위해 그의 예술 세계를 총망라한 ‘디아더사이드(The Other Side)’ 전시가 열리는 롯데뮤지엄을 찾았습니다.

롯데뮤지엄 채보미 에듀케이터에게 설명을 듣고 있는 소중 학생기자단.

롯데뮤지엄 채보미 에듀케이터에게 설명을 듣고 있는 소중 학생기자단.

네이버 웹툰 ‘TLT’로 마니아층을 확보하며 명성을 쌓기 시작했다. ⓒ 2021 Kim Junggi

네이버 웹툰 ‘TLT’로 마니아층을 확보하며 명성을 쌓기 시작했다. ⓒ 2021 Kim Junggi

김정기 작가의 작품 세계를 알아보기 위해 먼저 전시를 둘러보기로 했죠. 채보미 에듀케이터가 안내했어요. “김정기 작가는 어떻게 그림을 잘 그리게 됐을까요?” 김려원 학생모델이 “많이 그려서요”라고 답했죠. “맞아요. 6살 때부터 그림을 그렸는데 아버지가 사주신 스케치북 표지 그림에 매료돼 그림을 더 잘 그려야 겠다 생각했고, 가지고 싶은 운동화가 있었는데 관찰하고 그림으로 그렸대요. 갖고 싶은 걸 끊임없이 그림을 그리다 보니 더 잘 그리게 되었대요. 서양화과에 진학했지만 만화가가 되고 싶어서 학교를 그만뒀죠. 당시 대부분의 출판사에서는 대중들이 선호하는 그림체가 아니라며 퇴짜를 맞았다고 해요.” 2001년 KTF의 간행물 『Na』를 시작으로 2002년 『영점프』에 ‘퍼니퍼니’를 연재하며 예술계에 입문,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연재된 네이버 웹툰 'TLT'로 마니아층을 확보하며 명성을 쌓아가기 시작했죠.

김정기 작가의 예술 세계를 총망라한 이번 전시에는 1000여 점 이상의 드로잉과 대형 회화, 영상, 사진 등 총 2000여 점의 작품이 모였다. ⓒ 2021롯데뮤지엄

김정기 작가의 예술 세계를 총망라한 이번 전시에는 1000여 점 이상의 드로잉과 대형 회화, 영상, 사진 등 총 2000여 점의 작품이 모였다. ⓒ 2021롯데뮤지엄

ⓒ 2021 Kim Junggi

ⓒ 2021 Kim Junggi

라이브드로잉 작가로서 알려지게 된 것은 2011년 부천국제만화축제를 통해서입니다. “만화축제에는 부스마다 완성된 그림을 걸어놓거든요. 근데 흰색 도화지를 쭉 펼쳐놓고 드로잉을 하기 시작했어요. 작업하는 과정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로 한 거죠. 그걸 영상으로 찍어 유튜브에 올렸고, 세계적으로 유명해지게 되었어요.” 작가의 드로잉 퍼포먼스는 과정의 예술로서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았고, 수많은 사람에게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김정기 작가가 10m 길이의 라이브드로잉을 진행하고 있는 작품.

김정기 작가가 10m 길이의 라이브드로잉을 진행하고 있는 작품.

전시장에는 10m 길이의 긴 종이에 미완성된 그림이 있는데요. 라이브드로잉 퍼포먼스를 진행하는 공간으로 매주 방문해 그림을 그려나간다고 해요. 2015년 김정기 작가의 ‘개인이 그린 가장 긴 그림’이었던 9m보다 1m 더 긴 10m 작업을 진행함으로써 자신의 신기록에 도전하는 작업이라고 합니다. 전시가 끝날 무렵인 7월에 다시 방문하면 완성된 그림도 볼 수 있겠죠.

작가가 만들어내는 상상 이면의 세계 디아더사이드를 주제로 한 작품. 마치 우주 공간에 두 세계가 유형한 듯 표현됐다. ⓒ 2021 Kim Junggi

작가가 만들어내는 상상 이면의 세계 디아더사이드를 주제로 한 작품. 마치 우주 공간에 두 세계가 유형한 듯 표현됐다. ⓒ 2021 Kim Junggi

전래동화『해님달님』을 작가만의 방식으로 표현한 작품. 현대적인 요소를 찾는 재미가 있다. ⓒ 2021 Kim Junggi

전래동화『해님달님』을 작가만의 방식으로 표현한 작품. 현대적인 요소를 찾는 재미가 있다. ⓒ 2021 Kim Junggi

이번 전시를 위한 신작도 만나볼 수 있었어요. 작가가 만들어내는 상상 이면의 세계, 디아더사이드를 주제로 한 작품은 마치 우주 공간에 두 세계가 유영하듯 표현됐고, 전래동화 『해님달님』을 작가만의 방식으로 표현한 작품도 눈에 띕니다. “중간에 현대적인 요소들을 찾는 재미가 있어요. M이 뭘까요?” 원예진 학생모델이 “맥도날드”라고 얘기했죠. “맥도날드 간판을 단 주막,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고, 구찌‧샤넬 등의 명품 브랜드 복장을 한 인물들이 보이죠.” “온라인 수업을 듣는 것처럼 보여요.”(예진) “그렇게 상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림을 보고 마음껏 상상해 봐도 좋아요.”

롯데뮤지엄 채보미 에듀케이터에게 설명을 듣고 있는 소중 학생기자단. 전시 마지막 공간에는 작가의 창작 환경을 옮겨두고, 지금까지 협업한 아트 패키지 작품을 모았다.

롯데뮤지엄 채보미 에듀케이터에게 설명을 듣고 있는 소중 학생기자단. 전시 마지막 공간에는 작가의 창작 환경을 옮겨두고, 지금까지 협업한 아트 패키지 작품을 모았다.

한국 영화 사상 첫 아카데미상을 차지한 영화 ‘기생충’도 라이브드로잉으로 재탄생됐죠. 화면 중앙 ‘기생충’이라는 타이틀을 중심으로, 봉준호 감독 작품의 주요 장면을 작가만의 방식으로 각 인물을 연결 지어 표현했어요. 이밖에도 넷플릭스 ‘기묘한 이야기’, 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제3인류』 속 삽화 작업, 드렁큰 타이거의 앨범 재킷 디자인, 아이돌그룹 슈퍼엠을 호랑이로 모티브 삼은 작업 등 수많은 협업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죠. 전시 마지막 공간에는 작가의 창작 환경을 옮겨두고 지금까지 협업한 아트 패키지 작품과 소품을 전시했죠. 마침 김정기 작가가 해외 팬들을 위해 라이브드로잉을 온라인 스트리밍하고 있었습니다.

김정기 작가 인터뷰

하얀 종이 위에 붓펜을 든 손이 몇 번 움직이자 금세 사람의 형체가 보입니다. 끝없이 그림을 그려나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감탄이 절로 나오죠. 꼭 붓에 마법이 걸린 것 같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종이에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내는 마법사 김정기 작가를 만났습니다.

김정기 작가는 라이브드로잉이라는 장르로 대중과 소통하며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김정기 작가는 라이브드로잉이라는 장르로 대중과 소통하며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예진 어떻게 즉석에서 그렇게 섬세한 작업이 가능한가요.
머릿속에 100% 이미지를 갖고 그릴 때도 있고요. 적게는 한 60~70% 정도 이미지를 갖고 그리는데 평소 많이 관찰하고 배경 지식을 많이 갖고 있어요. 공부를 하고 그걸 머릿속에서 다시 조합해서 풀어내죠. 그래도 실제 물건이나 물체를 보고 그리는 게 아니라서 한 70~80% 정도 구현되는 것 같아요.

려원 라이브드로잉 전에 어떤 걸 그리겠다고 생각하시는지, 의도하지 않은 선이나 실수는 어떻게 수정하는지 궁금합니다.
기업 광고나 어떤 의미를 담기 위해서 하는 것들은 담을 이미지를 확고하게 다 머릿속에 담고 시작하는 경우가 있고요. 그와 반대로 전시장에 있는 10m짜리 드로잉처럼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바로 그리는 경우가 있어요. 그래도 주제는 정해져 있어요. 저 그림은 욕망이라는 주제로 쭉 풀어나가고 있는데 하다 보면 실수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매번 실수하는데 처음에는 그게 되게 스트레스였어요. 다른 쪽을 그리면서도 머릿속에서 계속 그 틀린 부분을 생각하면서 그렸었죠. 이제는 많이 하다 보니까 틀린 부분도 다시 수정할 수 있게 됐고, 또 틀린 방향에서도 내가 원래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이끌어가기도 하고, 아니면 틀렸던 부분이 좀 더 좋은 방향으로 가기도 합니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김정기 작가를 만나 라이브드로잉의 세계에 대해 궁금한 점을 묻고 있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김정기 작가를 만나 라이브드로잉의 세계에 대해 궁금한 점을 묻고 있다.

려원 서서 드로잉 하면 엄청난 체력이 소모될 것 같아요.
서서 그리면 힘들 것 같은데 우선은 그림 그릴 때 힘들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어요. 체력보다 머릿속이 과부하가 와요. 이건 바둑 두는 것과 약간 비슷한데 지금 이 그림을 그리면서 세 수, 네 수 앞에 있는 것들을 생각해야 돼요. 다음 건 뭘 그릴 것인가, 이 그림과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 생각해야 되기 때문에 머릿속이 활발하게 움직여요. 그래서 라이브드로잉 할 때 머리가 엄청 활성화돼 있어서 끝나고 집에 가더라도 잠이 잘 안 오죠.

예진 저도 종이와 연필만 가지고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데요. 작가님은 학창시절 그림과 학업 병행을 어떻게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학생들 앞에서 이런 말을 해도 되는지 모르겠는데 저는 공부를 참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여섯 살 때부터 꿈이 만화가였어요. 모든 초점이 만화, 그림 그리는 데만 맞춰져 있어서 공부를 별로 하지 않았죠. 그런데 학과 공부는 좀 소홀히 했지만 제가 원하는 범위 안에서의 공부, 자연‧동물‧기계‧자연 현상 이런 건 정말 잡다하게 많이 했어요.

려원 에이아트(Aart)와 콜라보하신 31절 드로잉 영상을 감동적으로 봤는데요. 지금까지 라이브드로잉 중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작품은 무엇인가요.
저도 그 라이브드로잉 좋아하는데요. 그것보다 지금 여기에는 전시돼 있지 않은데 드래곤 헌터라는 작품이 있어요. 유럽에 팔린 그림인데 그나마 제가 생각했던 대로 좀 잘 나왔던 그림 같아요. 보여드리고 싶은데 아쉽네요.

예진 작품의 영감은 어디서 얻으시는지요.
우선 젊었을 때는 자극적인 영상이라든지 영화‧사진 이런 것들에서 많이 영감을 받았는데 나이가 들고 일상적인 모습에서 더 많은 소재를 찾는 것 같아요. 우리가 사는 모습, 우리 주변에서 일어난 일, 자연 현상에서 많은 소재를 찾고 있습니다.

김정기(오른쪽) 작가를 만난 소중 학생기자단.

김정기(오른쪽) 작가를 만난 소중 학생기자단.

예진 사람들이 작가님의 그림을 보고 어떤 느낌을 받았을 때 보람을 느끼시나요.
저는 ‘제 그림을 보고 다시 그림을 하게 됐어요’라는 말을 최고 좋아해요. 보는 이로 하여금 다시 그림을 그리고 싶게 만들고 또 제 그림에서 즐거움도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리는 사람의 즐거움이 전달됐으면 좋겠어요.

려원 작가님처럼 그림을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 학생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요. 
우선은 많이 그리고 즐겁게 그리는 건 당연한 것 같아요. 진짜 좋은 그림을 만들려면 학생들한테 많이 보고, 듣고, 읽고, 수집하라고 해요. 제 경험으로 봤을 때 직접 체험해 보고 경험해 봤던 것들은 정말 오래 기억할 수 있고 바로 그림으로 그릴 수 있었어요. 근데 모든 일을 다 경험할 순 없잖아요. 그걸 다 찾아가기 위해서는 영상을 보기도 하고 책이나 사진으로 보거나 이야기를 듣는 등 아는 것들이 많아야 해요. 그래야 그림으로 풀어낼 수 있습니다.

글=한은정 기자 han.eunjeong@joongang.co.kr,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롯데뮤지엄, 동행취재=김려원(서울 중대초 5)·원예진(서울 광남초 6) 학생모델

김정기, 디아더사이드  

장소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300 롯데월드 타워 7층 롯데뮤지엄
전시 기간 7월 11일까지(6월 14일(월) 휴관)
관람 시간 매일 오전 10시 30분~오후 7시(입장 마감 오후 6시 30분)
입장료 어린이 5000원, 청소년 8000원, 어른 1만2000원
* 라이브드로잉 퍼포먼스는 매주 월‧목요일 오전 11시~오후 1시, 오후 3시~5시 그리고 격주 토요일(6월 12‧26일, 7월 10일) 오후 2시~5시 진행(일정 변경 가능)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김정기 작가님을 처음 본 것은 JTBC ‘인간지능’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입니다. 음악을 듣고 즉흥적으로 드로잉하는 모습에 천재성을 느꼈고 강력한 느낌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전시회에서 직접 뵐 생각에 설렜죠. 드로잉 실력을 쌓는 비법이 궁금했는데 주제에 대해 계속 고민하고 주변 자연환경에서, 사진에서, 책에서 끊임없이 영감을 얻고 계속 그리면 된다고 하셨습니다. 어쩌면 수천 번, 수만 번 넘는 ‘연습’의 시간이 작가님이 가지신 최고의 재능이었던 것 같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해님달님’이었는데 현대적인 요소가 숨은그림찾기처럼 재미있었고,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느낌을 받았죠. 작가님처럼 항상 주변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그려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김려원(서울 중대초 5) 학생모델

김정기 작가님의 그림을 보고 그림은 틀에 박힌 그림만이 꼭 멋진 그림이 아닐 수도 있으며 작가님의 그림이 자유롭다고 생각했습니다. 작가님이 자신의 그림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그림을 그렸으면 좋겠다고 하신 것처럼 저도 제가 좋아하는 그림을 계속 오랫동안 그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제 오랜 친구는 작가님의 그림을 보고 심장이 멎을 것 같다고 김정기 작가님이 아닌 심정지 작가님이라고 하는데요. 나중에 그 친구와 함께 작가님의 십미터 그림을 보고 싶습니다.   원예진(서울 광남초 6) 학생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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