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파 운운에 자괴감을 느꼈다. 나라도 정신을 차려야 할 것 같다."(이준석)
"당을 통합의 용광로로 만들겠다."(나경원)
"큰 건물 지으려면 종합건설면허가 필요하다."(주호영)
국민의힘의 전당대회 당 대표 후보들이 30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 격돌했다.
광주ㆍ전북ㆍ전남ㆍ제주 지역 당원들을 대상으로 한 연설회로, 당 대표 본경선 진출자 5명(나경원ㆍ이준석ㆍ조경태ㆍ주호영ㆍ홍문표)이 확정된 후 처음으로 열렸다. 김기현 대표 권한대행은 광주에서 첫 합동연설회를 개최한 이유에 대해 “호남과 영남의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물고 국민 통합으로 나아가기 위한 그동안의 활동이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거란 기대를 가지게 됐다”고 했다.
이날 당 대표 후보들도 ‘광주 정신’을 강조했다. 앞서 예비경선을 선두로 통과한 이준석 후보는 “저는 85년생이다. 80년 광주에 대한 개인적ㆍ시대적 죄책감을 뒤로하고 광주민주화운동의 정신을 자유롭게 체득한 첫 세대”라며 2019년 홍콩민주화운동 참여 경험을 소개했다.
이 후보는 최근 제기된 ‘유승민계’ 논란을 의식한 듯 “계파 운운하는 낡은 정치의 관성 속에서 전당대회가 혼탁해지는 모습을 보며 자괴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다만 “예비경선 결과를 보니 저라도 정신을 차려야 할 것 같다”며 맞대응을 자제했다. 대신 “호남에서 더 인정받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공직선거 석패율제 도입 등을 주장했다.
나경원 후보도 '지역ㆍ세대ㆍ가치ㆍ계층통합'을 내세워 “정권교체를 위해 국민의힘을 통합의 용광로로 만들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대선 승리 시 호남출신 각료 30% 진출,청년 지방의원 공천 할당제 및 대통령ㆍ국회의원 피선거권 나이제한 폐지 등을 약속했다.
나 후보는 특히 “국민의힘 후보만 태워 성급하게 대선열차를 출발시키지 않겠다”며 “당선 후 안철수, 윤석열, 홍준표, 김동연, 최재형 등 모든 야권 대선주자들을 차례차례 다 만나겠다. 7~8월까지 당을 통합 대선주자 선출을 위한 통합의 용광로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호남이 없으면 대한민국도, 국민의힘도 없다는 각오로 노력하겠다”고 말문을 연 주호영 후보는 예비경선 1, 2위를 한 이준석ㆍ나경원 후보를 향해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이 후보를 향해선 “국회 경험도 없고 큰 선거에서 이겨본 경험도 없으며, 자신의 선거에서도 패배한 원외 당 대표(후보)”라며 “큰 건물 짓기 위해선 종합건설면허가 필요한데 미장, 도배만 잘한다고 모든 공사를 다 맡기겠나”라고 비판했다.
나 후보를 향해선 “짬뽕, 자장면으로만 나누는 이분법적 사고로는 절대 통합을 이룰 수 없다. 중도, 호남, 청년이 빠진 용광로는 가짜 용광로”라고 꼬집었다.
앞서 나 후보가 4ㆍ7 서울시장 보궐선거 경선 과정에서 좌파를 짬뽕, 우파를 자장면에 빗대 “둘을 섞어버리면 이도 저도 아니다”라고 한 발언을 저격한 셈이다.
홍문표 후보는 “정책도 없고, 사람도 없고 입만 있는 '마술사 전당대회'로 전락하고 있다”고 다른 후보들을 싸잡아 비판했다. 조경태 후보는 “보수와 진보의 낡은 틀을 깨뜨리겠다. 국민들이 잘 먹고 잘 사는 통합의 정치를 펼쳐 나가겠다”고 했다.
◇이준석,후원금도 돌풍?=한편 이날 이준석 후보가 후원금 모집 3일 만에 1억3000만원 넘는 후원금을 모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후보 측은 “지난 28일 후원금 모집을 시작한 후 30일 오후 4시 현재 1억3494만원을 모았다. 후원자 2000여명 중 1000명 이상이 1만원의 소액 후원자로, 2030세대가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