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이 쓴 회고록 한권…與, 다시 '조국의 시간'에 갇혔다

중앙일보

입력 2021.05.30 17:43

업데이트 2021.05.30 18:11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2019년 12월 서울 송파구 동부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2019년 12월 서울 송파구 동부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에 또 ‘조국의 시간’이 찾아왔다. 조국(56) 전 법무부 장관이 2019년 조국 사태를 자신의 입장에서 쓴 회고록 『조국의 시간: 아픔과 진실 말하지 못한 생각』을 출간하면서 정치권에‘친(親)조국 대 반(反)조국’ 전선이 되살아날 조짐이다. 경선을 코앞에 두고 친조국 세력과의 거리 설정에 고심해 온 민주당 대선 주자들과 “언행일치의 민주당”을 외쳐 온 송영길 대표는 이 책 출간을 계기로 야권의 “내로남불”공세에 다시 맞닥뜨려야 할 처지가 됐다.

조 전 장관은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발간 공지 이후 문의가 많았고 여러 말이 돈다고 하기에 말씀드린다”며 “이 책은 제가 정치활동을 하기 위함도 아니고 현재의 정치과정에 개입하기 위함도 아니다”라고 썼다. 하지만 책 출간 소식은 필자 의도와 무관하게 민주당 대선 주자들의 즉각적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28일 페이스북에 “가족이 수감되시고, 스스로 유배 같은 시간을 보내시는데도 정치적 격랑은 그의 이름을 수없이 소환한다. 참으로 가슴 아프고 미안하다”고 썼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29일 “발가벗겨지고 상처 입은 그 가족의 피로 쓴 책이라는 글귀에 자식을 둔 아버지로, 아내를 둔 남편으로 가슴이 아리다”며 “부디 조국의 시간이 법의 이름으로 당당하게 그 진실이 밝혀지길 기원한다”는 글을 올렸다. 이광재 민주당 의원은 30일 방송 인터뷰에서 “인간적으로 조 전 장관 어머님이 저녁 8시만 넘으면 불안해하셨다는 그런 사연은 참 마음 아프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지난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직접 책 출간 소식을 전했다. 여권 일각에서는 조 전 장관이 페이스북에 손수 발간 예고글을 올린 걸 두고 “혹시 나중에라도 출마하려는 것 아니냐”(민주당 당직자)는 반응이 나왔다. 연합뉴스(조 전 장관 페이스북 캡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지난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직접 책 출간 소식을 전했다. 여권 일각에서는 조 전 장관이 페이스북에 손수 발간 예고글을 올린 걸 두고 “혹시 나중에라도 출마하려는 것 아니냐”(민주당 당직자)는 반응이 나왔다. 연합뉴스(조 전 장관 페이스북 캡처)

인간적 공감에 초점을 둔 세 사람과 달리 조 전 장관 후임이던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은 “조국의 시련은 개인사가 아니다”라며 한층 더 적극적으로 반응했다.
그는 “조국의 시련은 촛불로 세운 나라의 촛불개혁의 시작인 검찰개혁이 결코 중단되어서는 안 됨을 일깨우는 촛불시민 개혁사”라며 “‘조국의 시간’은 우리의 이정표가 되어야 한다”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적었다.

반면 지지율 1위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침묵했다. 이재명계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조 전 장관 관련 언급은 친문 지지율을 얻으려는 것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라면서 “민생 현안이 많은데 조국 사태가 또 쟁점화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야당은 그런 이 지사를 파고들었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오전 “조국 전 장관의 저서를 두고 여권 대선주자들이 앞다퉈 위로와 공감의 말을 내놓고 있다”며 “‘부자들에게도 기본소득을 나눠주는 게 공정’이라며 혼자만의 페이지만 들이대시는 이 지사께서도 이젠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사안에 대해 공정에 대한 대선주자의 시각을 밝히셨으면 한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조국 당시 민정수석과 윤석열 검찰총장. 중앙포토

조국 당시 민정수석과 윤석열 검찰총장. 중앙포토

“촛불로 불장난을 해가며 국민 속을 다시 까맣게 태우려나”(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는 야권 비판에도 불구하고 『조국의 시간』은 배포일 전부터 문파(文派)들의 열광적 반응을 끌어내고 있다. 30일까지 루리웹·클리앙 등 친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내 마음속의 다음 대통령이다”, “숭고함의 끝을 보는 것 같다”, “가슴이 아려와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글이 올라왔다. ‘『조국의 시간』 100권 나눔 진행’ 등의 구매 인증도 이어졌다. 이날 민주당 당원게시판에는 “민주당 의원들이  『조국의 시간』을 꼭 읽어야 한다”, “송영길 대표가 조국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는 의견이 등록됐다.

‘쇄신’을 전면에 내걸고 내년 대선 전까지 백신·부동산 등 정책 이슈로 승부를 보려던 송영길 지도부는 예기치 못한 돌발 변수에 난감해 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이준석 돌풍으로 젊은 층의 이목을 끄는 가운데 당내 논쟁이 조 전 장관의 책 출간과 함께 자칫 ‘기승전-조국’이란 낡은 이슈에 주저앉을 가능성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조 전 장관과 대척점에 섰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최근 공개 정치 행보를 막 시작했다는 것 역시 당내 친(親)조국 대 반(反)조국 전선 부활을 자극하는 요인이다. 대표실 관계자는 이날 “조 전 장관이 지금 시점에 책을 낸 의도를 우리로서는 알지 못한다”며 “적극적으로 구해다 읽자는 분위기는 아직 없다”고 말했다.

지난 2017년 8월 당시 송영길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왼쪽)과 조국 민정수석이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등 임명장 수여식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 2017년 8월 당시 송영길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왼쪽)과 조국 민정수석이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등 임명장 수여식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 25일부터 일주일을 ‘국민소통·민심경청 프로젝트’ 주간으로 설정하고 “6월 1일까지 경청한 뒤 당을 대표해 정리한 것을 발표하겠다”고 했던 송 대표는 발표 당일 기자간담회에서 조 전 장관 관련 질문을 소화할 예정이다. 송 대표는 앞서 25일 여권의 ‘내로남불’을 지적하는 청년들에게 “조국·오거돈·박원순 사태부터 시작해 우리 당의 내로남불, 부동산(문제)까지 당이 찔끔찔끔 ‘피해 호소인’ 같은 말로 논란을 빚기도 했고 명쾌하고 정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이날도 서울 경의선숲공원을 찾아 문화·예술인들의 의견을 경청했다.

심새롬·김준영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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