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약한 日, 올림픽 보이콧" 이낙연·정세균 반일정서 찔렀다

중앙일보

입력 2021.05.30 17:08

업데이트 2021.05.30 17:18

일본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홈페이지에 독도를 일본 영토로 표시한 지도를 게재하자 여권 대선 주자들이 잇따라 강경한 비판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삭제하지 않으면 올림픽에 불참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일본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온 일본 지도(왼쪽). 자세히 확대(오른쪽) 보면 독도가 자국 영토처럼 표시돼 있다. 서경덕 교수 페이스북 캡처

일본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온 일본 지도(왼쪽). 자세히 확대(오른쪽) 보면 독도가 자국 영토처럼 표시돼 있다. 서경덕 교수 페이스북 캡처

두 총리 출신 등 與 주자들, 너도나도 ‘보이콧’ 

가장 강한 목소리로 올림픽 보이콧을 주장한 건 '미스터 스마일' 정세균 전 국무총리다. 정 전 총리는 30일 페이스북에 “일본의 올림픽 지도 독도 표기는 대한민국에 대한 일본의 명백한 정치적 도발”이라며 “나는 대한민국의 주권과 자긍심을 훼손당하는 일본 도쿄올림픽 참가를 반대한다”고 썼다. 정 전 총리가 페이스북에 올림픽 보이콧을 주장한 건 지난 26일에 이어 두번째다. 그는 지난 29일 충남 지역 행사 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일본을 “저놈들”, “나쁜 사람들”이라 지칭하며 “일본이 좀 고약하고 치사하지 않냐. 우리를 자극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올림픽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낙연 전 대표도 지난 27일 페이스북에 “독도는 우리 땅이다. 일본 정부에 독도 표기를 즉각 삭제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일본이 끝까지 거부한다면, 정부는 ‘올림픽 보이콧’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단호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30일엔 소장파 대선 주자 박용진 의원도 이 문제를 “주권침해 행위”로 규정하고 “보이콧을 비롯한 다양한 대응 카드 마련이 필요하다”고 페이스북에 썼다.

선거 전 반일 정서 건드린 與…효과는 굉장했다

 대선 주자들, 특히 총리 출신 두 사람의 올림픽 보이콧 주장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이례적”(민주당 재선 의원)이란 말이 나온다. 특히 이 전 대표의 경우 도쿄특파원 출신으로 정치권의 대표적인 '지일파'다. 그는 총리 재임 때인 2019년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중단으로 양국 갈등이 정점에 달했을 때 정부 대표로 나루히토 일왕의 즉위식에 참석했고 비공개로 스가 요시히데 총리(당시 관방장관)를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총리는 이때 “이 총리의 방일을 계기로 아베 정부도 양국관계 정상화를 위해 전향적인 자세로 나서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는 등 상대적으로 대일 온건파로 분류됐다.

이와관련, 정 전 총리의 측근 인사는 “독도 영유권은 국가자존심이 걸린 문제이고 올림픽을 소개하는 홈페이지를 이대로 두면 국제적으로 독도는 일본땅이라고 공인해주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심각하게 고민해 하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선 주자들이 경쟁적으로 쏟아내는 반일(反日) 발언에 대해선 당내에서조차 “선거용”(수도권 초선 의원)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반일(反日)을 선거에 활용한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서 나오는 해석이다.

21대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일본이 일방적으로 반도체 수출 중단을 선언하자 여권의 반응은 격렬했다. 2019년 7월 조국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은 “경제전쟁에서 중요한 것은 ‘애국’이냐 ‘이적(利敵)’이냐다”라며 ‘죽창가’를 띄웠다. 또 얼마 뒤 민주당 싱크탱크 민주연구원(당시 양정철 원장)에선 “한·일 갈등이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란 취지의 보고서가 나왔다. 이후 의원들에게선 “반도체 완제품 대일 수출을 막자”(수도권 중진)는 주장까지 나왔다.

[사진 SNS 캡처]

[사진 SNS 캡처]

“국민 정서를 총선 카드로 활용할 생각만 하는 여당”(전희경 당시 자유한국당 대변인)이고 비판하던 야당은 오히려 총선 국면에서 코너에 몰렸다. 민주당 지지층은 ‘총선은 한ㆍ일전’이란 포스터를 온라인에 유포했고 민주당은 미래통합당(한국당 후신, 현 국민의힘)을 끝까지 “토착 왜구”(이해찬 당시 대표)라고 공격했다. 민주당의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반일(反日) 정서는 전국 공통”이라며 “일본의 반도체 소재 도발에 대한 맞대응이 지난 총선 압승 배경이 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반일 자극은 여권에 실제로 효과가 있었고 이번에도 있을 거로 보인다”면서도 “그렇다고 한·일 외교의 복잡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전직 총리들까지 (보이콧을)쉽게 말하는 것은 보기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배규한 국민대 교수(사회학)도 “개인적으로도 일본의 독도 표기를 보고 분노를 느꼈고 다수 국민들도 그럴 것”이라며 “하지만 대선 주자들이 그런 분노에 기대 지지율을 높이려고 하는 건 안타깝다”고 말했다.

올림픽 보이콧 발언이 역풍을 부를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구정우 성균관대 교수(사회학)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남북 단일팀 이슈 때 청년들은 선수들의 노력이 남북 평화라는 허울 좋은 대의를 위해 희생되는 걸 참을 수 없다고 느꼈다”며 “올림픽 불참 주장은 4년간 올림픽만 바라보고 흘려온 청년 선수들의 피땀을 무시하는 처사로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18년 2월 10일 강원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B조 조별리그 1차전 남북단일팀과 스위스의 경기가 끝난 뒤 김정숙 여사, 문재인 대통령, 토마스 바흐 IOC위원장,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여정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왼쪽부터)이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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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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