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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급당 학생 수, 몇 명까지 줄일까…코로나19 이후 첫 연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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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전교조에서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 이하로 줄이자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이 자리에는 관련 법안을 발의한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참석했다. 연합뉴스

지난 3월 전교조에서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 이하로 줄이자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이 자리에는 관련 법안을 발의한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참석했다. 연합뉴스

초·중·고교에서 한반의 학생 수가 몇 명이 적절할 지에 대한 연구 보고서가 연말에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교육 당국이 관련 연구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30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 한국교육개발원이 참여하는 교육정책네트워크가 다음 달부터 '수업방식 다양화에 따른 학급 규모 분석' 연구에 착수한다. 지난해 코로나19를 계기로 학급당 학생 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비해 많기 때문에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교육계 안팎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국회에서 교육부 예산을 의결할 때 학급당 학생 수 감축을 위한 연구에 10억원이 새로 배정된 건 이런 배경에서다.

지난해 OECD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우리나라 초등학교와 중학교 학급당 학생 수는 23.1명, 26.7명이다. OECD 평균(초교 21.1명, 중학교 23.3명)보다 두세명씩 많다.

조사대상 30개국 중 우리나라는 초등학교 한반 학생 수로는 8번째, 중학교 한반 학생 수로는 7번째로 많은 나라다. 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한반에 30명 이상이 공부하는 과밀학급은 초등학교에 4000개, 중학교 1만개, 고등학교에 5000개가 넘는다. 전체 학급의 3%, 20%, 9% 수준이다.

교사 수 조정 문제와 연결…누구를 위한 감축인가

교사들은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 이하로 해야 하고, 이를 위해 더 많은 교사를 뽑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보수 성향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지난 2월 교육부와의 교섭에서 ‘학급당 학생 수 20명 이상 과밀학급 해소를 위한 교원 증원’을 주요 과제로 제안했다. “학력 격차 해소와 감염병 예방을 위해 학급당 학생 수 20명 이하 감축을 반드시 실현해야 한다”(하윤수 교총 회장)는 주장이다.

진보 성향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도 이 문제에선 교총과 뜻이 같다. 두 단체는 지난달 만나 학급당 학생 수 20명 법제화를 위한 실무 협의를 이어가기로 합의했다.

학급당 학생수는 줄어드는 추세지만, 교사 증원 등 적극적인 정책을 펴서 더 줄여야 하는가를 두고는 의견이 갈린다. 교육통계서비스

학급당 학생수는 줄어드는 추세지만, 교사 증원 등 적극적인 정책을 펴서 더 줄여야 하는가를 두고는 의견이 갈린다. 교육통계서비스

반면 저출산으로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마당에 교사를 더 뽑지 않아도 학급당 학생 수가 자연스레 적절히 줄어들 거란 주장도 있다. 이에 따라 신규 교원의 채용 규모를 줄여야 한다는 게 기획재정부가 이끄는 범부처 인구정책 TF가 내린 결론이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4000명, 4500명 가까이 뽑던 공립 초등·중등 신규 교원을 2023년부턴 3000명, 4000명 내외로 줄이겠다는 계획을 지난해 7월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내놨다. 교사 1인당 학생 수로 보면 이미 OECD 평균에 도달했거나 곧 도달할 거란 판단에서다. 당시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중등 공립학교 교사 1인당 학생 수는 2018년부터 평균 이상을 유지하고 있으며, 초등은 2023년이면 OECD 평균 수준에 도달”한다.

감축 주장 힘 실어줄 근거 나올까…연말 최종 보고서 

지난달 22일 서울 시내 초등학교에서 마스크 쓴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학교와 학원에서 집단감염 발생이 증가함에 따라 정부는 전국 학교·학원을 대상으로 집중 방역 기간을 운영했다. 뉴스1

지난달 22일 서울 시내 초등학교에서 마스크 쓴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학교와 학원에서 집단감염 발생이 증가함에 따라 정부는 전국 학교·학원을 대상으로 집중 방역 기간을 운영했다. 뉴스1

비용의 문제도 있다. 강민정(열린민주당·비례) 의원이 지난해 10월 국회 예산정책처에 학급 수를 늘리는 데 재정이 얼마나 들지 추계를 맡겼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2025년까지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 이하로 줄이려면 초·중·고에서 3만개 넘는 학급을 새로 만들어야 하고 이에 따른 교실 증축비와 담임교사 인건비를 계산하면 5년간 13조 7293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봤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 당국이 참여하는 협의체가 내놓게 될 연구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학급당 학생 수 감소는 교원 수급·교육 재정뿐 아니라 2025년부터 전면 시행되는 고교학점제 등 교육부 정책과도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문제인 만큼, 신중한 연구를 거쳐 이론적 토대가 마련되어야 시행에 나설 수 있다는 게 교육부의 입장이다.

연구 위탁 용역기관을 선정한 교육정책네트워크는 세부 사항 조율해 다음 달부터 연구에 착수한다. 학급당 적정 학생 수 설정을 위한 이론적 기초와 더불어 교육 재정, 교수·학습 활동, 생활지도 측면에서 적정한 학급당 학생 수를 도출해 이를 실행하려면 어떤 단계가 필요한지까지 제시할 계획이다. 최종 보고서는 연말쯤 나온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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