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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기술동맹’ 1주일 뒤 시진핑 “첨단 기술 자립” 대대적 독려

중앙일보

입력

28일 오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 과학원 20차?원사대회,?중국공정원?제15차?원사대회, 중국과학기술협회 10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과학기술 자립자강”을 촉구하고 있다. [신화=연합통신]

28일 오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 과학원 20차?원사대회,?중국공정원?제15차?원사대회, 중국과학기술협회 10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과학기술 자립자강”을 촉구하고 있다. [신화=연합통신]

“과학기술 혁신이 글로벌 전략 경쟁의 핵심 전쟁터다. 강한 위기감을 갖고 사상적 준비와 작업 준비에 나서라.”
지난 28일 시진핑(習近平·68) 중국 국가주석이 최고 과학자 3000명을 소집해 준(準) 전시 상태를 방불케 하는 격한 발언을 쏟아냈다. 시진핑 주석은 “첨단 기술 주도권을 놓고 전대미문의 격렬한 경쟁 상태”라며 첨단 기술의 자급자족을 독려했다.
시 주석의 발언은 지난 21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한·미 ‘기술동맹’을 선언한 지 1주일 만에 나왔다.
28일 오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는 중국 과학원 20차 원사대회, 중국공정원 제15차 원사대회, 중국과학기술협회 10차 전국대표대회가 개최됐다. 이날 대회에는 시진핑 주석을 비롯한 상무위원 7명이 모두 참석했고 3000여명의 과학자 등이 동원됐다. 시 주석은 이날 “모든 발전과 국가 안보의 기초가 되는 핵심 영역, 즉 인공지능, 양자 컴퓨팅, 집적회로(반도체), 선진제조, 생명건강, 뇌과학, 바이오 품종, 우주기술, 심해 등 전략·핵심 프로젝트에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고 독려했다. 이들 분야는 최첨단 반도체, 차세대 배터리, 인공지능(AI), 5G·6G, 양자기술 등 지난주 한·미 정상이 미래 지향적 파트너십을 다짐한 분야와 겹친다. 한국이 미·중간 첨단 전략 기술 경쟁에 휘말릴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유다.
이날 열린 중국 과학원·공정원원사대회는 3년 만에 열린 중국 최고 권위의 과학기술 행사다. 인문학·사회과학·자연과학·공학 등 최고 권위의 학자를 학술원 회원으로 통합한 한국과 달리 중국은 자연과학은 중국과학원, 공학은 중국공정원, 인문학과 사회과학은 사회과학원으로 구분해 원사(院士)를 선정한다. 2년마다 열리던 과학원·공정원원사대회는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열리지 않았다.

28일 오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 과학원 20차?원사대회,?중국공정원?제15차?원사대회, 중국과학기술협회 10차 전국대표대회 주석단에 시진핑(사진 가운데) 중국 국가주석 등 7명의 정치국 상무위원이 전원 출석했다. [신화=연합통신]

28일 오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 과학원 20차?원사대회,?중국공정원?제15차?원사대회, 중국과학기술협회 10차 전국대표대회 주석단에 시진핑(사진 가운데) 중국 국가주석 등 7명의 정치국 상무위원이 전원 출석했다. [신화=연합통신]

시 주석은 이날 연구개발(R&D) 분야의 시스템 개혁을 강조했다. 그는 “연구 단위에 더 많은 자주권을 주고, 과학자에게 더 큰 결정권과 경비 사용권을 부여하라”며 “과학자를 불필요한 시스템의 속박에서 해방시켜야 한다”고 관료주의 타파를 촉구했다.
중국의 과학기술자 3000인 회의는 미국 의회가 초당적으로 추진 중인 ‘미국의 혁신과 경쟁법(US Innovation and Competition Act)’의 대응 차원에서도 주목된다. 2021년 판 미국 혁신경쟁법은 약 2500억 달러(약 280조원)를 R&D에 투자해 중국과 전략 경쟁을 선도하려는 장치다. 27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 상원은 해당 법안 사전 투표에서 찬성 68 대 반대 30의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시켰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오하이오 클리블랜드의 커뮤니티 칼리지를 방문해 “미국 경제에서 R&D가 차지하는 비중이 세계 9위”라며 “반면에 중국은 30년 전 연구개발 지출이 8위였지만 지금은 2위”라며 경각심을 촉구했다. 중국에서 3000인 회의가 열리던 시간 미국도 R&D 총력전을 펼친 셈이다.
기술 자립을 촉구한 시 주석의 발언이 결국 중국을 과거 마오쩌둥 시대 과학기술 정책으로 회귀시킬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팔로워 1477만명을 거느린 밀리터리 블로거 ‘의용군(義勇軍)’은 28일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에 이번 연설이 “마오쩌둥 시대 과학기술 체제로 돌아가 당이 시장과 자본을 대신해 과학기술 발전은 진두지휘하고, 중국산 반도체 등 국가적으로 절실한 제품 개발에 당 책임제를 시행하겠다는 준전시 상태를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시 주석의 기술 자립이 2016년과 2018년에 열렸던 비슷한 회의를 반복한 것에 불과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 주석은 지난 2016년 5월 과학자 4000여명을 인민대회당에 동원해 과학원·공정원원사대회, 과학기술협회 전국대회에 과학기술 혁신대회까지 3대 회의를 통합 개최한 바 있다. 당시 시 주석은 “세계 과학기술 강국 건설의 호루라기를 불자”며 “과학기술자에게 더 많은 정책 결정권과 경비 사용권을 주라”고 말한 바 있다.
한편 이날 연설에서 시 주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연원을 언급해 시선을 끌었다. 최근 중국 과학기술계의 성취를 열거하면서 시 주석은 “여러 종류의 백신을 연구·개발했고, 과학기술이 전염 통제, 바이러스 근원 탐구, 질병 치료, 백신과 치료제 개발, 업무복귀 생산재개 등 방면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성공적인 과학기술 방역 전쟁을 치렀다”고 말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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