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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돌풍 결말은···33만 당원투표, 그리고 결정적 변수 2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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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이준석 전 최고위원(앞줄 왼쪽 셋째)이 24일 대구를 방문해 경북대학교 학생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이준석 전 최고위원(앞줄 왼쪽 셋째)이 24일 대구를 방문해 경북대학교 학생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 예비경선을 1위로 통과한 이준석 전 최고위원을 놓고 당내에선 “돌풍이 두 개의 벽을 넘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나는 역선택 방지룰이다. 국민의힘 지지자와 무당층만을 대상으로 시민 여론조사를 진행하는 방식인데, 당초 “신진 후보에 불리하다”며 황보승희 의원이 긴급 의총을 요구하는 등 중진 후보에게 유리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실제 예비경선 시민 여론조사에서 이 전 위원은 51%의 지지율로 나경원 전 의원(26%), 주호영 의원(9%)을 크게 앞질렀다.

다른 하나는 영남의 벽이다. 앞서 이 전 위원이 1위를 기록했던 여러 여론조사에선 영남 응답자 비율이 25% 수준이었지만, 이번 예비경선 당원 여론조사에선 영남 응답자 비율이 약 60%에 달했다. 하지만 이 전 위원은 31% 지지율로 나 전 의원(32%)에 불과 1%포인트 차이로 밀리며 선전했다.

장애물을 뛰어넘은 '이준석 돌풍'은 이대로 본경선까지 집어삼킬 것인가. 이 전위원과 ‘본경선 뒤집기’를 노리는 나 전 의원, 주 의원 등 앞에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세 가지 변수가 놓여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①33만 당원 투표, 사실상 첫 조직력 싸움  

5월 25일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에서 열린 국민의힘 1차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출마한 나경원 후보가 비전발표를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5월 25일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에서 열린 국민의힘 1차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출마한 나경원 후보가 비전발표를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시민 여론조사 50%, 당원 여론조사 50%를 반영했던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시민 여론조사 30%, 당원 투표 70% 방식으로 치러진다. 반영 비율뿐 아니라 당심(黨心)을 반영하는 방식도 달라진다. 예비경선에선 두 여론조사 업체가 각각 당원 1000명만을 샘플링해 조사했지만, 본경선에선 약 33만명의 당원이 모바일,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

나 전 의원과 주 의원이 뒤집기를 노리는 지점이다. '알아서 전화가 걸려오는’ 여론조사와 달리, 당원 투표는 선거인단이 본인의 의지로 투표에 능동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후보 캠프의 조직력이나 동원력이 힘을 발휘할 가능성이 크다. 주 의원 측 인사는 “당원 투표에선 지지율 앞자리부터 달라질 것”이라고 중진들의 선전을 관측했다. 반면 이 전 위원은 “대구에서 당원들을 만나보니, 당심과 민심의 괴리가 크지 않았다”며 승리를 자신했다.

②김웅과 김은혜 컷오프, ‘중진 단일화’ 변수

주호영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25일 오전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1차 전당대회 후보자 비전스토리텔링PT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주호영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25일 오전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1차 전당대회 후보자 비전스토리텔링PT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당 대표 선거 초반 이 전 위원과 함께 ‘신진 3인방’으로 불리며 돌풍을 주도했던 초선의 김웅, 김은혜 의원이 탈락한 것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앞서 이들 3인방 중 최소 두 명이 본경선에 진출해 막판 단일화로 시너지를 낼 거란 관측이 나왔지만 실제 본경선 구도는 중진 4명에 신진 1명의 대결로 압축됐다.

당내에선 “이준석 돌풍이 수그러들지 않으면, 중진 단일화 등 합종연횡이 일어날 수 있다”(국민의힘 대구 지역 의원)는 전망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만약 일부 중진 간에 단일화가 실제로 이뤄진다면, 당원 투표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 다만 나 전 의원, 주 의원 측은 일단 “단일화는 염두에 두지 않는다”고 선을 긋고 있다. 여기엔 “신진 후보를 잡기 위해 중진들이 손을 잡는 것이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우려가 있다. 또 나 전 의원과 주 의원간 격차가 일방적으로 벌어지지 않는 한 어느 한 쪽이 경선을 포기하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③‘윤석열 프리미엄’은 누가

국민의힘 당대표 주자들은 너도나도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영입을 자신하고 있다. 사진은 윤 전 총장이 4월 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1동 주민센터에 차려진 2021 재보궐선거 사전투표소에서 투표를 하는 보습. 뉴시스

국민의힘 당대표 주자들은 너도나도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영입을 자신하고 있다. 사진은 윤 전 총장이 4월 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1동 주민센터에 차려진 2021 재보궐선거 사전투표소에서 투표를 하는 보습. 뉴시스

야권 유력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변수가 될 수 있다. 판세에 영향을 미칠 만한 윤 전 총장의 발언이나 행보로 소위 '윤 심'이 드러날 경우 특정 후보에게 표가 쏠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당 대표 주자들이 너도나도 ‘윤석열 잡기’에 나선 배경이다.

나 전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서 “국민의힘 대선 열차를 9월 말로 미루겠다”고 했는데, 윤 전 총장 영입을 위해 당 스케줄도 양보할 수 있다는 적극적인 신호가 담겼다는 분석이다. 반면 주 의원은 “7월 안에 윤 전 총장 입당을 시키겠다”고 호언장담했고, 이 전 위원은 이날 유튜브 방송에서 “민주당이 윤 전 총장 부인, 장모를 공격하면 받아칠 해법이 있다”며 “윤 전 총장이 입당하면 비단 주머니 3개를 주겠다”고 했다. 삼국지연의에서 제갈량이 오나라 주유의 계략에 빠진 유비를 돕기 위해 세 개의 비단 주머니에 묘책을 적어 준 것을 인용한 발언이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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