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 예비경선을 1위로 통과한 이준석 전 최고위원을 놓고 당내에선 “돌풍이 두 개의 벽을 넘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나는 역선택 방지룰이다. 국민의힘 지지자와 무당층만을 대상으로 시민 여론조사를 진행하는 방식인데, 당초 “신진 후보에 불리하다”며 황보승희 의원이 긴급 의총을 요구하는 등 중진 후보에게 유리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실제 예비경선 시민 여론조사에서 이 전 위원은 51%의 지지율로 나경원 전 의원(26%), 주호영 의원(9%)을 크게 앞질렀다.
다른 하나는 영남의 벽이다. 앞서 이 전 위원이 1위를 기록했던 여러 여론조사에선 영남 응답자 비율이 25% 수준이었지만, 이번 예비경선 당원 여론조사에선 영남 응답자 비율이 약 60%에 달했다. 하지만 이 전 위원은 31% 지지율로 나 전 의원(32%)에 불과 1%포인트 차이로 밀리며 선전했다.
장애물을 뛰어넘은 '이준석 돌풍'은 이대로 본경선까지 집어삼킬 것인가. 이 전위원과 ‘본경선 뒤집기’를 노리는 나 전 의원, 주 의원 등 앞에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세 가지 변수가 놓여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①33만 당원 투표, 사실상 첫 조직력 싸움
시민 여론조사 50%, 당원 여론조사 50%를 반영했던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시민 여론조사 30%, 당원 투표 70% 방식으로 치러진다. 반영 비율뿐 아니라 당심(黨心)을 반영하는 방식도 달라진다. 예비경선에선 두 여론조사 업체가 각각 당원 1000명만을 샘플링해 조사했지만, 본경선에선 약 33만명의 당원이 모바일,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
나 전 의원과 주 의원이 뒤집기를 노리는 지점이다. '알아서 전화가 걸려오는’ 여론조사와 달리, 당원 투표는 선거인단이 본인의 의지로 투표에 능동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후보 캠프의 조직력이나 동원력이 힘을 발휘할 가능성이 크다. 주 의원 측 인사는 “당원 투표에선 지지율 앞자리부터 달라질 것”이라고 중진들의 선전을 관측했다. 반면 이 전 위원은 “대구에서 당원들을 만나보니, 당심과 민심의 괴리가 크지 않았다”며 승리를 자신했다.
②김웅과 김은혜 컷오프, ‘중진 단일화’ 변수
당 대표 선거 초반 이 전 위원과 함께 ‘신진 3인방’으로 불리며 돌풍을 주도했던 초선의 김웅, 김은혜 의원이 탈락한 것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앞서 이들 3인방 중 최소 두 명이 본경선에 진출해 막판 단일화로 시너지를 낼 거란 관측이 나왔지만 실제 본경선 구도는 중진 4명에 신진 1명의 대결로 압축됐다.
당내에선 “이준석 돌풍이 수그러들지 않으면, 중진 단일화 등 합종연횡이 일어날 수 있다”(국민의힘 대구 지역 의원)는 전망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만약 일부 중진 간에 단일화가 실제로 이뤄진다면, 당원 투표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 다만 나 전 의원, 주 의원 측은 일단 “단일화는 염두에 두지 않는다”고 선을 긋고 있다. 여기엔 “신진 후보를 잡기 위해 중진들이 손을 잡는 것이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우려가 있다. 또 나 전 의원과 주 의원간 격차가 일방적으로 벌어지지 않는 한 어느 한 쪽이 경선을 포기하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③‘윤석열 프리미엄’은 누가
야권 유력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변수가 될 수 있다. 판세에 영향을 미칠 만한 윤 전 총장의 발언이나 행보로 소위 '윤 심'이 드러날 경우 특정 후보에게 표가 쏠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당 대표 주자들이 너도나도 ‘윤석열 잡기’에 나선 배경이다.
나 전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서 “국민의힘 대선 열차를 9월 말로 미루겠다”고 했는데, 윤 전 총장 영입을 위해 당 스케줄도 양보할 수 있다는 적극적인 신호가 담겼다는 분석이다. 반면 주 의원은 “7월 안에 윤 전 총장 입당을 시키겠다”고 호언장담했고, 이 전 위원은 이날 유튜브 방송에서 “민주당이 윤 전 총장 부인, 장모를 공격하면 받아칠 해법이 있다”며 “윤 전 총장이 입당하면 비단 주머니 3개를 주겠다”고 했다. 삼국지연의에서 제갈량이 오나라 주유의 계략에 빠진 유비를 돕기 위해 세 개의 비단 주머니에 묘책을 적어 준 것을 인용한 발언이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