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 쫓아다니며 "같이 러닝해요"…요즘 인천경찰 왜 이래

중앙일보

입력 2021.05.30 15:32

업데이트 2021.05.30 15:40

축의금 봉투. 사진 CC0photo

축의금 봉투. 사진 CC0photo

인천경찰청에 비상이 걸렸다. 소속 경찰관들이 각종 비위로 잇따라 적발되면서다. 경찰 내부에선 기강 해이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30일 경찰에 따르면 인천삼산경찰서 소속 A경위(50대)는 절도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그는 지난 16일 같은 지구대에서 근무하는 동료 순경의 결혼식 날 지구대 내에 보관하던 축의금이 든 봉투 3개를 훔친 혐의를 받는다. 이 순경은 폐쇄회로(CC)TV 등으로 A경위가 축의금을 훔친 정황을 확인한 뒤 청문감사관실에 직무 고발했다. 삼산서는 A경위를 직위 해제하고 다른 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다.

인천계양경찰서 소속이던 B 경위(50대)는 성희롱 발언과 관련해 경찰청의 감찰조사를 받고 있다. 그는 최근 동료 여경이 경찰청에 성희롱 피해 신고를 접수하면서 인천 연수서로 인사조치됐다. 인천 논현경찰서 소속의 한 경장급 경찰관은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다. 지난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자택에서 아내와 말다툼을 벌이다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 서초서는 이 경장의 아동학대 혐의점도 포착해 조사하고 있다.

처음 본 여고생에 “술 한잔하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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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관련 범죄도 있었다. 인천청 광역수사대 소속이던 C경감(40)은 지난 20일 술에 취해 길거리에서 처음 본 여고생 3명에게 접근했다. 한 여고생을 따라가 같이 술을 마시자며 소란을 피우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경범죄처벌법상 불안감 조성 혐의로 범칙금 5만원을 부과하는 통고 처분을 받았다.

지난 24일엔 인천경찰청 기동대 소속이던 한 경사(30)가 인천 서구 길거리에서 20대 여성을 10분 넘게 쫓아가 불안감을 조성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당시 그는 처음 본 여성에게 말을 걸었으나 답이 없자 10여 분간 쫓아가면서 “같이 러닝해요”라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그를 인천 강화경찰서로 인사 조치하고 추가로 조사하고 있다.

“뚜렷한 대책 없이 징계만 강화”

인천경찰청 전경. 사진 인천경찰청

인천경찰청 전경. 사진 인천경찰청

경찰 비위가 이어지면서 일선 경찰관 사이에선 ‘경찰의 망신’이라는 자책과 함께 지휘부 책임론도 나온다. 비위 징계만 강화하는 대책으로는 해결이 안 된다는 지적이 일부 경찰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인천경찰청은 지난 28일 김병구 인천청장 주제로 화상회의를 열고 수사와 감사를 거쳐 비위 행위자를 엄중히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일선 지구대·파출소 팀장급 경찰관까지 참관한 자리였다. 김 청장은 인천 경찰이 처한 위기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사적 모임을 자제하고 자숙하자고 했다고 한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비위 행위로 징계받은 경찰이 소리 없이 복귀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며 “처벌 이후에도 사회가 관심을 가져야 비위 행위에 대한 경각심을 부르고 재발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간혹 비위 행위자에 대한 경찰 내부 징계가 시민이 공감할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비판이 나온다”며 “이런 현상이 반복되면 외국처럼 민간인 소청심사위원회 등 외부감사위원을 도입하는 방안 등도 시도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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