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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이 "DPRK" 부른 뒤···北 "국호는 인민 긍지" 갑자기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북한이 미국의 대화 제의에 침묵을 지키는 가운데, 대내 매체에서 '국호'의 중요성을 새삼 강조하고 나섰다. 최근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을 'North Korea(북한)'대신 'DPRK(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로 지칭하고 있는 것과 관련이 있을지 주목된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6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부인 리설주 여사와 5일 군인가족예술소조 공연을 관람했다고 보도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김 위원장이) 지난 5월6일 군인가족예술소조 공연 참가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한 이후 20 일 이상 공개활동과 관련한 (북한매체들의) 보도가 나오지 않고 있다"고 27일 분석했다. 연합뉴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6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부인 리설주 여사와 5일 군인가족예술소조 공연을 관람했다고 보도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김 위원장이) 지난 5월6일 군인가족예술소조 공연 참가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한 이후 20 일 이상 공개활동과 관련한 (북한매체들의) 보도가 나오지 않고 있다"고 27일 분석했다. 연합뉴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0일 '공화국공민의 높은 영예와 긍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우리의 국호, 그것은 절세위인들께서 안겨주신 우리 인민의 영원한 긍지이고 높은 영예"라고 강조했다. 신문은 "나라마다 자기의 국호가 있고 나름대로의 긍지가 있다"며 "아무리 심오한 뜻과 력사적 의의를 가지는 국호라고 해도 그것을 지켜주고 빛내여주는 위인을 모시지 못한다면 인민의 가슴속에 긍지가 아니라 뼈아픈 상처를 남기게 된다"고 말해 김 위원장을 우회적으로 칭송하기도 했다.

노동신문 "국호는 인민의 영원한 긍지" #바이든 행정부, 최근 'DPRK'로 북한 지칭

북한의 국호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영문으로는'DPRK(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다. 북한은 1991년 'DPRK'로 유엔에 가입한 뒤 줄곧 이 용어를 쓰고 있으며, 각종 합의와 대외 성명에서도 스스로를 'DPRK'로 지칭한다.
과거 북한 매체에서 '뜻깊은 국가상징들: 빛나는 국호-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2019.9.9. 노동신문), '조선국호의 영문표기를 날조한 일제의 죄악'(2019.4.25. 조선중앙통신), '우리의 국호-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2019.1.23 노동신문), '국호제정에 깃든 불멸의 업적'(2018.9.8. 조선중앙통신) 등 국호의 의미를 강조하는 기사를 보도한 적은 있지만, 흔한 소재는 아니다. 또 최근 들어선 국호만을 주제로 한 보도는 거의 없었다.

이를 두고 북한이 한ㆍ미 정상회담(5월 21일) 이후 9일째 침묵을 이어가고, 김정은 위원장이 23일째 공개 행보를 보이지 않는 와중에, 새삼스레 '국호' 이야기를 꺼낸 건 최근 미국이 북한을 부르는 명칭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성 김 대북정책특별대표 임명을 발표하며 'special Envoy for the DPRK'(대북 특사)라고 밝혔다. 이어 지난 26일(현지시간)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국이 올린 트윗을 통해 'Special Representative for the DPRK'(대북특별대표)라고 명기했다. 앞서 스티븐 비건 전 대북특별대표의 직함은 'Special Representative for North Korea'였다.

지난 26일(현지시간)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국이 미ㆍ일 북핵 담당자 간 통화 사실을 알리며 올린 트윗. 성 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Special Representative for the DPRK'로 지칭하며 북한을 'North Korea'가 아닌 'DPRK'로 썼다.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국 트위터 캡쳐

지난 26일(현지시간)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국이 미ㆍ일 북핵 담당자 간 통화 사실을 알리며 올린 트윗. 성 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Special Representative for the DPRK'로 지칭하며 북한을 'North Korea'가 아닌 'DPRK'로 썼다.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국 트위터 캡쳐

미국은 그간 대북 기조에 따라 두 용어를 혼용해왔다. 명문화한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북측에 대화를 제의하거나 협상국면일 때는 북한을 국가로서 존중한다는 의미에서 'DPRK'를 주로 써온 것이 사실이다. 1994년 북ㆍ미 제네바 기본합의를 시작으로 2018년 싱가포르 공동선언까지 북ㆍ미 간 합의문에는 모두 북한의 공식 명칭인 'DPRK'로 돼있지만, 북한이 합의의 당사국이 아닐 경우에는 공식 문서에도 'North Korea'를 사용하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 3월 한ㆍ미 외교ㆍ국방(2+2) 장관회의 후 공동성명에는 북한이 'North Korea'로 명시됐다. 지난달 16일(현지시간) 미ㆍ일 정상회담 후 공동성명에서도 마찬가지로 'North Korea'가 쓰였다.
반면 지난 21일(현지시간) 한ㆍ미 정상회담 후 공동성명에는 'DPRK'가 명시됐다.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 직후 'North Korea'와 'DPRK'를 혼용하다가 최근 들어 한국 정부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공식 문서에는 북한의 국호인 'DPRK'를 쓰고, 비핵화를 지칭하는 용어도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로 통일하는 추세가 감지된다.

지난 21일(현지시간) 한ㆍ미 정상회담 후 공동성명에 북한이 DPRK로 명시됐다.

지난 21일(현지시간) 한ㆍ미 정상회담 후 공동성명에 북한이 DPRK로 명시됐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역사적으로 북한은 국호 문제가 국가의 정통성과 연관된다고 보고 민감하게 반응해왔다"며 "미국도 나름 북한과 대화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의미에서 최근 들어 DPRK를 쓰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북한이 정부 당국자 차원의 성명이나 담화가 아닌 대내 매체의 평기자 차원의 보도에서 국호의 중요성을 재조명했다고 해서 미국의 'DPRK' 사용에 대해 긍정적으로 화답했다고 해석하기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DPRK'가 애초부터 북한의 공식 국호이기 때문에 이를 미국이 존중하기 시작했다고 해서 이에 별다른 의미를 두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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