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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의 B토크] 따뜻함이 가득했던 김태균 은퇴식, 모두가 고마웠다

중앙일보

입력

29일 열린 김태균의 영구결번 제막식. 86는 연속 출루 기록, 52는 김태균의 번호, 1은 원클럼맨을 의미한다. [뉴스1]

29일 열린 김태균의 영구결번 제막식. 86는 연속 출루 기록, 52는 김태균의 번호, 1은 원클럼맨을 의미한다. [뉴스1]

'THANK YOU TK'. 29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는 '감사'로 가득했다. 야구장을 찾은 팬도, 한화 이글스는 물론 원정팀 SSG 랜더스 선수단도 김태균(39)의 은퇴식을 위해 모두가 배려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은퇴를 선언한 김태균은 은퇴 경기를 고사하고, 기자회견만 열었다. 김태균은 "내가 후배들의 한 자리를 빼앗는 게 싫어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은퇴경기에서 김태균은 4번 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새롭게 만들어진 은퇴 선수 특별 엔트리 덕분이었다.

특별엔트리 제도를 통해 4번 타자 1루수로 은퇴한 김태균. [뉴스1]

특별엔트리 제도를 통해 4번 타자 1루수로 은퇴한 김태균. [뉴스1]

KBO는 은퇴 경기 거행을 위해 엔트리 등록이 필요한 경우, 정원을 초과해 엔트리에 등록하는 것을 허용하는 규정을 신설했다. 구단 전력 손실을 최소화 하면서 은퇴 선수에 대한 예우를 차릴 수 있는 기회를 제도화한 것이다. 김태균은 1루에서 몸을 풀었지만 곧바로 경기 시작과 함께 노시환과 교체됐다. 팬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관중석의 30%를 꽉 채운 3900명의 팬들은 52분이 될 때마다 기립박수를 보내 김태균의 영구결번 '52'를 기념했다.

김태균의 52번 패치를 달고 뛴 SSG 추신수. [연합뉴스]

김태균의 52번 패치를 달고 뛴 SSG 추신수. [연합뉴스]

김태균에 대한 예우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한화 선수단은 김태균이 데뷔했을 때 입었던 붉은 색 유니폼을 모두 입었다. 등번호도 모두 52번. 필드, 외야 담장, 구조물 등 야구장 곳곳에 김태균을 상징하는 다양한 문구와 그림, 문구가 새겨졌다.

김태균은 그럴 가치가 있는 선수다. KBO리그 2014경기를 뛰면서 타율 0.320, 2209안타 311홈런 1358타점, 출루율 0.421의 성적을 남겼다. 86경기 연속 출루 세계 기록도 세웠다. 우타자 최초로 300홈런 2000안타도 달성했다. 홈런(장종훈, 340개)을 제외한 기록은 모두 한화 역대 1위다. 김태균은 "언젠가 내 기록을 모두 깨고 영구결번을 다는 후배가 나오길 바란다"고 했다.

윤규진, 송창식, 김회성, 최진행, 양성우와 함께 은퇴식을 치른 김태균. [뉴스1]

윤규진, 송창식, 김회성, 최진행, 양성우와 함께 은퇴식을 치른 김태균. [뉴스1]

상대팀인 SSG 선수단도 동참했다. 김태균을 위해 52번 패치를 부착한 유니폼을 입었다. 동갑내기 친구인 추신수는 뜨거운 포옹으로 친구의 명예스러운 은퇴를 축하했다. 중계방송사들도 배려했다. 김태균이 해설위원을 맡고 있는 KBS N이 이 경기 중계를 할 수 있도록 했다. 김태균의 아내인 김석류 전 아나운서도 중계부스를 찾았다.

김태균의 마음 씀씀이도 아름다웠다. 그는 지난 시즌 팀을 떠났지만 자신과 달리 은퇴식이나 기자회견을 하지 못한 투수 윤규진(37), 송창식(36), 내야수 김회성(36), 외야수 최진행(36), 양성우(32)를 초청했다. 제대로 인사도 하지 못하고 떠났었던 5명은 선수단, 팬 앞에서 고개숙여 감사를 표했다.

52분마다 김태균에게 기립박수를 보낸 팬들. [연합뉴스]

52분마다 김태균에게 기립박수를 보낸 팬들. [연합뉴스]

경기 뒤엔 폭죽쇼와 드론쇼가 펼쳐졌다. 김태균도 눈시울을 붉히며 많은 이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깠 공놀이로 치부할 수 있는 야구지만, 야구를 매개로 사람들이 주고받은 마음이 더 기억에 남을 은퇴식이었다.

대전=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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