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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분기 만에 흑자 낸 플로 “오디오 더 정교한 개인화 서비스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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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 플로하우스에서 만난 드림어스컴퍼니 이기영 대표.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서울 강남 플로하우스에서 만난 드림어스컴퍼니 이기영 대표.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취향 기반 서비스 도입, 실시간 차트 폐지, 오리지널 콘텐트 론칭…. 2018년 12월 SK텔레콤 자회사 드림어스컴퍼니에서 출시한 플로가 지난 2년 6개월 동안 국내 음악 플랫폼 시장에 던진 화두다. 톱 100 위주로 소비하는 국내 음원시장 특성상 절대 불가능할 것 같던 변화들이 실제로 일어나기 시작했다. 지난해 3월 플로가 1시간 단위의 실시간 차트를 폐지한 뒤 7월엔 1위 사업자 멜론도 차트를 개편했다.

드림어스컴퍼니 이기영 대표 인터뷰 #톱 100서 AI 추천으로 소비 패턴 변화 #오리지널 콘텐트로 종합 플랫폼 꿈꿔

26일 서울 강남 플로하우스에서 만난 드림어스컴퍼니 이기영 대표는 “비슷비슷했던 서비스가 점차 차별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플로의 경우 이용자의 30%는 AI가 추천한 음악과 맞춤형 플레이리스트를 통해 음악을 듣는다. 차트 개편 전 이용자 한 사람이 한주 평균 20팀의 음악을 들었다면 지금은 40팀이 넘는다. 1년 전보다 더 많은 아티스트와 장르의 음악을 소비하고 있는 것이다. 덕분에 올 1분기는 연결 매출 기준 577억원, 영업이익 11억원, 당기순이익 22억원을 기록해 21분기 만에 흑자 전환했다. 아이리버 시절인 2015년 4분기 이후 처음이다.

왜 지금 이 곡 추천? 맥락있는 서비스  

지난 2월 '구석구석 개인화'를 테마로 진행된 업데이트. 가입 후 14일 동안 매일 처음 감상한 1곡을 기반으로 함께 듣기 좋은 음악을 추천해주는 기능 등이 포함됐다. [사진 플로]

지난 2월 '구석구석 개인화'를 테마로 진행된 업데이트. 가입 후 14일 동안 매일 처음 감상한 1곡을 기반으로 함께 듣기 좋은 음악을 추천해주는 기능 등이 포함됐다. [사진 플로]

이 대표는 ‘이용자가 납득할 만한 수준의 변화’를 이야기했다. “실시간 차트를 없애야 한다는 사람은 많았죠. 시간이 문제면 일간으로 바꾸면 된다, 톱 100만 듣는 게 문제면 재생 버튼을 없애면 된다 등. 하지만 방탄소년단(BTS)이나 아이유 신곡이 나와도 차트에 없으면 누가 그걸 볼까요. 최소한 시장의 변화는 보여줘야죠. 그래서 밤 12시, 최소한 내일 아침 6시 정도면 반영이 되는 지점을 찾은 게 24시간 차트에요. 저희도 1년간 실시간 차트를 운영해보지 않았다면 몰랐겠죠.” 24시간 단위로 개편된 톱 100도 ‘내 취향 믹스’를 적용하면 선호도에 따라 정렬된다.

지난 2월 한국에 상륙한 세계 최대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도 개인화 서비스를 내세웠다. 스포티파이 론칭 당시 플로는 인스타그램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라고 글을 올리며 한국 이용자의 취향은 우리가 더 잘 안다는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대표는 "플로는 ‘나보다 더 나를 잘 아는 음악 서비스’보다는 ‘사용자의 취향을 한 발짝 뒤에서 쫓아가는 페이스 메이커’를 지향한다"고 설명했다.

“스포티파이의 추천 서비스는 훌륭하지만 맥락이 부족해요. 왜 지금 나에게 이 곡을 추천하는지 알려주지 않거든요. 플로는 단서를 제공해요. 윤종신을 들었기 때문에 발라드로 넘어갔구나, 이런 식으로 추론이 가능하죠.” 최근 2위까지 치고 올라온 유튜브뮤직의 선전에 대해서는 “비디오와 오디오 이용 방식은 비슷한 것처럼 보여도 차이가 있기 때문에 서비스도 점차 세분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디오 디지털 전환 아직…가능성 충분

이달 시작한 플로 오리지널 북 토크쇼 '반전의 하이라이트'. [사진 플로]

이달 시작한 플로 오리지널 북 토크쇼 '반전의 하이라이트'. [사진 플로]

다음 도약을 위한 준비도 한창이다. ‘오디오계의 유튜브’를 표방하는 스푼라디오, 오디오북 구독 서비스 윌라 등과 잇따라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이달 초 음악 및 오디오 콘텐트에 향후 3년간 2000억원 투자 계획을 밝혔다. 올 초부터 ‘송은이 김숙의 비밀보장’ 등 인기 팟캐스트 서비스를 시작하고, ‘듣똑라’와 협업한 ‘K팝으로 읽는 MZ 유니버스’ 등 오리지널 콘텐트도 선보였다. 아이돌 그룹 하이라이트의 북 토크쇼 ‘반전의 하이라이트’, 영화나 드라마 캐릭터를 정신분석학적으로 해석하는 ‘캐릭터 정신분석 더 마인드’ 등 이달 시작한 신규 오리지널만 5개다.

이 대표는 “오디오야말로 더 정교한 개인화 서비스가 필요한 분야”라고 강조했다. “음악은 대중적 취향이 존재하지만 말을 매개로 한 오디오는 지향점이 다르면 더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스포티파이·애플·아마존 등 해외에서도 시장이 커지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미국에서는 2015년부터 팟캐스트가 부상하기 시작했는데 한국에서는 생각만큼 붐업이 안 됐어요. 대형 사업자는 AI 스피커의 부속품으로 봤고, 기존 사업자는 IT 기술 혁신 등이 뒷받침되지 않았죠.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처럼 자막으로 볼 수 있는 게 아니니 언어 장벽도 존재했고요. 아직 디지털 전환이 완벽하게 이뤄지지 않은 셈이죠.”

그는 “이제 걸음마 단계지만 오디오 콘텐트의 향후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전망했다. 팟빵 등 기존 플랫폼과 다르게 음악을 활용할 수 있는 것도 강점이다. ‘치즈의 무드 인디고’처럼 오디오와 음악이 차례로 나오는 구성도 가능하다. “지금은 음악 관련 콘텐트가 많지만 시사 교양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봐요. 돈ㆍ데이터ㆍ트래픽을 나눠줄 수 있게 되면 점점 더 많은 크리에이터가 모여 양질의 콘텐트를 제작할 수 있겠죠. 오디오 방송국, 혹은 오디오 OTT처럼 발전해나갈 수도 있는 거고. 그 형태가 어찌 됐든 출퇴근할 때, 일할 때, 혹은 잠들기 전 일상에서 함께 할 수 있는 데일리 루틴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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