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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잘 때 충전하다 '펑'…전동킥보드 화재 주의보

중앙일보

입력

충전하던 전동킥보드로 불이 난 현장.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충전하던 전동킥보드로 불이 난 현장.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지난 2월 9일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의 한 가정집. '펑'하는 소리와 함께 거실에서 불길이 솟아올랐다. 집주인 A씨는 119에 신고하고 소화기 등을 이용해 불을 껐다. 화재를 일찍 발견하면서 인명피해 등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거실 한쪽이 심하게 불탔다.

출동한 소방당국이 A씨의 집 안을 살펴본 결과 불은 충전을 위해 거실에 둔 A씨의 전동킥보드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퍼스널 모빌리티·PM)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관련 화재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30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2020년까지 도내에서 발생한 개인형 이동장치와 관련된 화재는 모두 78건이다.

전동킥보드 화재가 61.5%로 가장 많아

특히 전동킥보드로 인한 화재가 48건으로 61.5%에 이른다. 관련 화재 건수도 매년 늘고 있다. 2017년 4건에서 2018년 7건, 2019년 14건, 2020년 23건 등이다.

전동킥보드로 인해 불이 난 현장.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전동킥보드로 인해 불이 난 현장. 경기도소방재난본부

화재는 주로 충전 중에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3월 15일 고양시 일산서구 한 아파트에서도 거실에 충전 중이던 전동킥보드에서 불이 났다. 불은 전동킥보드 하부에서 시작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1월 31일 시흥시 신천동의 한 사무실에서도 충전 중이던 전동킥보드에서 불이 났다.

드물긴 하지만 이용하고 세워놓은 전동킥보드에서 불이 나는 경우도 있다. 지난 1월 24일 부천시의 한 아파트 현관에서 불이 났다. 퇴근하고 현관에 세워놓은 전동킥보드 발판 내부에서 불이 난 것으로 추정됐다.

전동킥보드 말고도 전기자전거 15건, 전기 스쿠터 8건, 전동 휠 6건, 전동휠체어 1건 등에서 불이 났다.

열·충격에 민감한 리튬 이온 배터리  

소방당국은 화재의 원인을 개인형 이동장치에서 많이 사용하는 '리튬 이온 배터리'로 추정하고 있다. 리튬 이온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높은 소재로 고온이나 충격 등 외부환경에 민감하다. 불이 붙기 쉬운 인화성 액체 전해질을 사용하기 때문에 화재 위험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한다.

전동킥보드로 인해 불이 난 현장.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전동킥보드로 인해 불이 난 현장. 경기도소방재난본부

대부분 잠을 자면서 충전하기 때문에 장기간 충전으로 인해 내부 온도가 높아져 불이 났을 수 있다. 또 운행 중 지속적인 충격으로 배터리 팩 등에 열과 충격이 축적돼 불이 났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리튬 이온 배터리로 인한 화재는 폭발을 동반하기 때문에 큰 화재로 번질 수 있다"며 "잠을 자거나 부재중에는 충전을 삼가고 충전할 때는 주변에 인화성 물질을 치우는 등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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