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도까지 치솟아" 26명 앗아간 기후 심술, 올해 더 심하다

중앙일보

입력 2021.05.30 12:05

업데이트 2021.05.30 12:18

때이른 폭염이 찾아온 지난해 6월 23일 서울시내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인부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에도 불구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마스크까지 착용한 채 일하고 있다. 뉴스1

때이른 폭염이 찾아온 지난해 6월 23일 서울시내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인부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에도 불구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마스크까지 착용한 채 일하고 있다. 뉴스1

2018년 7월 16일 오후 4시 20분쯤 세종시 보도블록에서 작업하던 A(39)씨가 쓰러졌다.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이튿날 숨졌다. 열사병으로 인한 사망사고였다. 당시 세종지역의 낮 최고기온은 섭씨 35.5도에 달했다. 병원 이송 당시 A씨의 체온은 43도까지 치솟았다. 2018년에만 폭염 속에서 일하다 숨진 근로자가 12명이나 됐다.

폭염으로 인한 근로자 재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폭염 재해가 계절성 산업재해로 굳어가고 있는 모양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5년(2016~2020년) 동안 156명이 폭염에 따른 열사병과 같은 온열 질환에 시달렸다. 이 가운데 26명(16.6%)은 퇴근하지 못하고 유명을 달리했다.

온열 질환으로 인한 산업재해가 가장 많은 업종은 건설업이었다. 재해자의 48.7%인 76명이 건설 현장에서 재해 피해를 당했다. 환경미화 등 서비스업(42명, 26.9%)이 뒤를 이었다. 옥외작업이 많은 업종에서 폭염 재해자가 많았던 것이다. 그렇다고 실내 작업 비중이 큰 제조업에서 재해자가 적게 나온 것도 아니다. 재해자 비율이 15.4%(24명)나 됐다.

올여름에도 이상기후로 인한 폭염이 한반도를 덮칠 것으로 기상청은 전망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블로킹'(고위도에서 정체하거나 매우 느리게 이동하면서 주변 대기의 흐름을 가로막는 온난 고기압)이 이상기후를 일으켜 올여름 기온이 예년보다 높을 것으로 예측했다.

산업현장의 폭염 피해도 증가가 우려된다. 이에 따라 고용부는 예년보다 일찍 폭염대비 건강 보호 대책을 마련해 다음 달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열사병 예방을 위해 물과 그늘, 충분한 휴식을 취하도록 지도 감독을 강화한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는 '사업주가 적절한 휴직과 그늘진 장소 제공, 수분 손실을 막기 위한 깨끗한 음료수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돼 있다.

또 폭염 발생 상황을 수시로 확인하고, 폭염 특보가 발령되면 무더위가 예상되는 시간을 피해 작업시간을 조정하거나 중지하도록 지도할 방침이다. 특히 작업자가 건강상의 이유로 작업 중지를 요청할 수 있게 하고, 아이스 조끼나 팩 등을 안전 장구로 분류해 지급하도록 했다.

김규석 고용부 산재예방보상정책국장은 "폭염은 계절성 산재 사망을 일으키는 매우 위험한 유해요인"이라며 "근로자도 동료의 건강 상태를 수시로 확인하는 등 노사가 함께 대처해야 재해를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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