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문화"vs"멸종 가속화"…'바다의 로또' 밍크고래 운명은

중앙일보

입력 2021.05.30 05:01

울산 남구 장생포 고래문화특구 전경. 울산=백경서 기자

울산 남구 장생포 고래문화특구 전경. 울산=백경서 기자

“과거 고래잡이가 이뤄졌던 장생포에서 고래고기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대표적인 음식문화입니다. 고래문화특구까지 지정해 놓고 고래고기를 팔지 못하게 한다니요.”

해수부 개정안에…상인들 "문 닫아야"

울산 남구의 장생포 고래문화특구에서 고래고기 전문음식점을 운영하는 안영경(48)씨의 말이다. 안씨는 앞서 1976년 어머니가 연 음식점을 물려받아 2대째 고래고기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밍크고래를 해양보호생물종으로 지정하는 것에 반대한다”며 “고래고기 음식점이 없는 고래문화특구가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최근 해양수산부가 입법 예고한 ‘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안에 범고래와 흑범고래 2종을 해양보호생물종으로 새로 지정하고, 내년부터는 국내 해역에 서식하는 큰돌고래·낫돌고래·참돌고래·밍크고래 등 4종에 대해서도 순차적으로 해양보호생물종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울산 남구 장생포 고래문화특구 내 고래문화마을에 전시돼 있는 과거 장생포 풍경. 울산=백경서 기자

울산 남구 장생포 고래문화특구 내 고래문화마을에 전시돼 있는 과거 장생포 풍경. 울산=백경서 기자

현재 고래는 그물에 걸리는 ‘혼획’이나 좌초된 것이 입증되면 식당에서 음식으로 판매하는 등 유통이 가능하다. 하지만 해양보호생물종으로 지정되면 포획·보관·위판·유통이 전면 금지돼 고래고기 음식점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는 게 식당 업주들의 하소연이다.

장생포 주민들은 지난 21일 장생포복지문화센터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밍크고래의 해양보호생물종 지정에 대해 반대 입장을 강력하게 밝혔다. 식당 업주와 장생포 주민들은 “우리 입장에서는 생계가 걸려 있는 문제”라며 “앞서 참고래 등을 해양보호생물종으로 지정할 때는 어차피 4~5년에 한 마리 올라오니까 그러려니 했는데 밍크고래의 경우 보호종으로 지정하면 가게 문을 닫아야 한다”고 말했다.

“고래고기는 하나의 문화” 고래문화특구 가보니

울산 남구 장생포 고래문화특구 내 고래문화마을에서 볼 수 있는 고래해체장. 울산=백경서 기자

울산 남구 장생포 고래문화특구 내 고래문화마을에서 볼 수 있는 고래해체장. 울산=백경서 기자

앞서 한국이 국제포경협회(IWC) 가입국이 되며 1986년부터 상업포경을 금지하기 전까지 장생포에서는 포경선 50여 척이 고래를 잡아 왔다. 이후 정부는 고래잡이 문화를 잘 보존하고 있는 장생포 일대 164만m²를 2008년 국내 유일의 고래특구로 지정했다.

지난 27일 오후 찾은 남구 장생포 고래문화특구 내 고래문화마을. 1985년까지 고래를 잡아 해체하던 고래해체장을 재현한 모형물이 눈길을 끌었다. 또 고래국수집, 고래기름착유장 등이 보존돼 있어 옛 고래잡이 마을의 정취를 흠뻑 느낄 수 있었다.

바닷가 쪽에는 장생포 고래박물관을 따라 고래고기 전문식당 약 10여 곳이 운영 중이었다. 길에서 만난 주민은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사람이 잘 오지 않지만 처음 고래문화특구로 지정됐을 때는 고래고기를 맛보기 위해 관광객이 전국에서 몰려왔다”고 말했다.

울산 남구 장생포 고래문화마을. 울산=백경서 기자

울산 남구 장생포 고래문화마을. 울산=백경서 기자

고래보호단체 “불법 포획…시장 유통 금지해야”

밍크고래는 마리당 가격이 4000만원부터 1억원에 달해 ‘바다의 로또’라고 불린다. 불법 포획이 끊이질 않는 이유다.

이에 고래보호단체는 밍크고래를 해양보호종으로 지정해 불법 포획을 근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핫핑크돌핀스는 지난 11일 ‘고래고시 개정, 해양포유류법 제정으로 이어져야’라는 성명에서 “한국에서는 1986년 이후 상업 포경이 금지되었음에도 허술한 현행 고래고시 탓에 ‘혼획을 가장한 불법포획’으로 잡힌 수백 마리의 고래들이 매년 시장에 유통되고 있다”며 “고래 사체 유통은 고래의 멸종을 가속화할 뿐만 아니라 중금속 등 오염물질 다량함유로 국민의 건강도 위협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정부는 모든 고래류를 보호종으로 지정해 한반도 해역에서 잡히거나 죽은 고래들이 어떤 식으로든 시장에 유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울산=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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