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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동났다"···축제 취소로 애물단지 된 77t 산천어, 밀키트 대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7일 농촌진흥청에서 영주 칠향계 풍기인삼 밀키트에 대한 온라인 시장성 평가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영주시

27일 농촌진흥청에서 영주 칠향계 풍기인삼 밀키트에 대한 온라인 시장성 평가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영주시

지난 27일 전북 전주시 농촌진흥청에선 특별한 온라인 화상회의가 열렸다. 소비자 패널 40명을 비롯해 관계 공무원, 농업인 등 70여 명이 참여한 화상회의에선 농축산물을 활용한 신품종·신제품 시장성 평가가 진행됐다.

코로나 시대 특산물 판매 해법 찾는 지자체

복분자 가공품, 수벌번데기 가공품, 흑하랑 상추 가공품, 노루궁뎅이버섯 등 신품종·신제품들이 소개된 후 마지막으로 영상에 등장한 것은 ‘영주 칠향계 풍기인삼 삼계탕 밀키트’였다. 플라스틱 용기 안에는 진공포장된 영주 칠향계와 풍기인삼, 찹쌀, 각종 채소 등이 들어 있었다.

기술특허, 칠향계 삼계탕 비법 '밀키트'에 쏙   

영주 칠향계는 소백산 자락에서 자생하는 7가지 약초(인삼·잔대·하수오·천초·도라지·백봉영·생강)를 우려 만든 삼계탕이다. 45일 된 영계를 육수와 삶기 전 뜨거운 물에 넣어 노폐물을 제거하고, 찬물에 담그는 과정을 거치지 때문에 다른 삼계탕과는 다른 쫄깃함을 느낄 수 있고 개운한 육수 맛이 특징이다. 이 조리 과정은 지난해 12월 기술특허를 받기도 했다.

‘밀키트(meal kit)’는 식사(meal)와 키트(kit)의 합성어로, 요리에 필요한 식재료가 손질돼 들어 있고 적정량을 맞춘 양념, 조리법 등이 세트로 구성돼 있다. 외식보다 저렴하면서도 건강한 식사를 할 수 있고, 재료를 구입하고 손질하는 시간이 절약돼 1인 가구나 맞벌이 가구에 특히 인기가 있다. 이미 조리돼 있어 데우기만 하면 되는 가정간편식(HMR)과 차이가 있다.

영주 칠향계 풍기인삼 밀키트 구성품 모습. 사진 영주시

영주 칠향계 풍기인삼 밀키트 구성품 모습. 사진 영주시

영주시가 영주 칠향계 풍기인삼 삼계탕 밀키트 세트를 시장성 평가에 내놓은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 밀키트 제품이 인기를 얻으면서다. 감염에 대한 우려 때문에 소비자들이 외식 대신 밀키트를 찾는 경향이 강해졌다는 점을 특산물 판매에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영주 칠향계 전창희 대표는 “할머니(장순옥·89)대에서부터 내려오는 칠향계의 맛을 어머니(김인자·64)께서 전수받았다”며 “코로나19로 인한 포장과 택배 요청이 쇄도해, 영주 지역의 신선한 재료가 들어간 영주 칠향계 삼계탕 비법이 그대로 담긴 밀키트를 개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산천어 밀키트는 예상보다 빨리 완판

영주뿐 아니라 코로나19 시대에 대응해 전국 지자체들도 밀키트 방식을 활용한 지역 특산물 판매에 나서고 있다.

강원 화천군은 1월 9일부터 23일 동안 산천어 축제를 열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축제를 취소했다. 축제 취소 전 당초 예정됐던 190t의 공급 물량을 축소 개최를 고려해 77t으로 줄였다. 하지만 이마저도 어려워지면서 77t의 산천어가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강원도는 화천군·롯데백화점 노원점과 함께 ‘산천어 밀키트 제품’을 선보였다.

반응도 좋아, 예상보다 빨리 동이 났다. 강원도는 산천어 밀키트 특판 행사에서 산천어 물량 3.5t을 당초 1월 14일부터 31일까지 판매하기로 했지만 닷새 앞당긴 1월 26일 모두 판매됐다.

코로나19 영향에 외식 대신 밀키트를 이용한 사람들이 10명중 8명이 넘는다는 조사 결과가 나온 가운데 7일 오후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유명 맛집의 레시피 등이 담긴 다양한 밀키트가 진열돼 있다.  밀키트는 요리에 맞게 손질된 식재료와 양념, 조리법을 세트로 구성해 제공하는 제품이다. 뉴스1

코로나19 영향에 외식 대신 밀키트를 이용한 사람들이 10명중 8명이 넘는다는 조사 결과가 나온 가운데 7일 오후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유명 맛집의 레시피 등이 담긴 다양한 밀키트가 진열돼 있다. 밀키트는 요리에 맞게 손질된 식재료와 양념, 조리법을 세트로 구성해 제공하는 제품이다. 뉴스1

평창군, 특산물 밀키트 개발 나서  

지자체가 팔을 걷어붙이고, 밀키트 제작 사업을 지원하고 나서기도 한다. 강원 평창군은 지역 특산물 홍보를 위해 강원도 경제진흥원과 협력, 밀키트 제작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평창군은 예산 6000만원을 들여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밀키트 제품을 개발하기로 하고 이에 대한 아이디어를 모집하고 있다. 선정된 기업에 컨설팅은 물론 브랜드와 디자인 개발, 시제품 제작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해 경쟁력 있는 제품을 개발하도록 도울 예정이다. 개발된 제품은 강원평창몰과 기타 온라인 쇼핑몰에 입점시켜 판매할 계획이다.

영주·화천=김정석·박진호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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