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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00조 베팅…바이든, '4년짜리 대통령' 넘어 '루즈벨트' 꿈꾸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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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근 국제팀장의 픽: 바이든의 야망

25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전용기 마린 원에 오르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25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전용기 마린 원에 오르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선거운동 기간 바이든은 자신을 ‘과도기 후보’(transition candidate)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취임 이후에는 ‘변혁적 대통령’(transformational president)으로 자리매김하려 하고 있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첫 상ㆍ하 양원 연설 뒤 뉴욕타임스(NYT)가 내놓은 논평이다. 이날 그는 천문학적 인프라 투자와 복지의 확대, 그리고 부자 증세라는 정책 방향을 천명한다. 단순한 경기 부양이 아닌 미국 사회의 틀 자체를 바꾸겠다는 야망을 드러낸 것이다. 미 언론은 이를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이래 이어져 온 ‘작은 정부’에서 ‘큰 정부’로 회귀한다는 공식 선언으로 해석했다.

그리고 한달이 흐른 28일, 의회에 제안할 구체적인 예산안(2022 회계연도)도 윤곽을 드러냈다. 미 언론에 따르면 올 10월부터 적용될 이 예산안의 규모는 무려 6조 달러(약 6700조원). 지난해 트럼프 행정부가 요구했던 예산안에 비해 25% 늘어난 것으로 2차 대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앞서 예고했듯 정부 지출이 늘어나는 핵심 분야는 인프라와 복지, 교육이다.

바이든이 취임할 때까지만 해도 이런 과감한 행보를 예상한 이는 드물었다. 상원의원과 부통령을 거치며 그는 민주당 주류 정치인으로 온건하고 타협적인 면모를 보였다. 스스로 ‘과도기 후보’라고 밝힌데다 78세의 최고령 대통령으로 당선된 만큼 재선에 도전하지 못할 것이란 관측도 지배적이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실세’가 될 것이란 말이 나온 것도 그래서였다.

하지만 취임 이후 코로나19 백신 접종 속도전을 주도하고, 매머드급 경기부양안을 밀어붙여 통과시키는 모습에 그를 보는 시선도 달라졌다.“하품 나는 후보에서 FDR(프랭클린 루즈벨트)과 비교받는 대통령이 됐다”(영국 이코노미스트)는 평가가 대표적이다.

백악관 집무실 벽난로의 중앙을 장식하고 있는 프랭클린 루즈벨트 전 대통령의 초상화.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과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 3대 대통령과 알렉산더 해밀턴 당시 재무장관의 초상화가 짝을 이뤄 배치됐다. [AP=연합뉴스]

백악관 집무실 벽난로의 중앙을 장식하고 있는 프랭클린 루즈벨트 전 대통령의 초상화.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과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 3대 대통령과 알렉산더 해밀턴 당시 재무장관의 초상화가 짝을 이뤄 배치됐다. [AP=연합뉴스]

실제로 바이든의 코로나19 위기를 루즈벨트 시절의 대공황에 비유하며 일찌감치 ‘롤모델’로 언급해왔다. 백악관 집무실(오벌 오피스) 책상 앞에도 루즈벨트의 초상을 걸었고, 지난주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문재인 대통령과 이 초상을 소재로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루즈벨트는 ‘뉴딜(New Deal)’로 미국의 경제 뿐 아니라 정치 지형까지 바꾸며 유일무이한 4선의 대통령으로 남았다. 민주당 지지자에 북부의 진보적 공화당원을 흡수하며 이른바 ‘뉴딜 연합’을 구축하면서다.

바이든 역시 ‘중산층 복원’을 내세우며 정치적 승부수를 던졌다. 하지만 앞길이 그리 순탄해 보이지만은 않는다. 천문학적 지출이 필연적으로 불러올 천문학적 재정적자, ‘핀셋 증세’에 공화당 의원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은 민주당 대로 온건파와 진보파로 나뉘어 벌써부터 엇갈린 목소리를 낸다. 바이든의 '값비싼 제안'에 "이념적으로, 문화적으로 양극화한 정치 구도 속에서의 위험한 도박”(NYT)이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조민근 기자 jm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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