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대 曰] ‘공정한 경쟁’이 성공하려면…

중앙선데이

입력 2021.05.29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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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8호 30면

배영대 근현대사연구소장

배영대 근현대사연구소장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에 전례 없는 관심이 쏠렸다. 세대교체가 예상 밖 이슈로 떠오르며 경선을 뜨겁게 달궜다. 초선 의원인 김웅, 김은혜도 선전했지만, 무엇보다 관심의 초점은 이른바 ‘이준석 돌풍’으로 모인다. 예비 경선을 1위로 통과했다.

이준석 바람…2030 ‘공정 감수성’ 접속
진중권 비판…겸손과 포용력 보완 필요

36세의 이준석이 줄곧 여러 중진 의원들을 제치고 선두로 나선 것은 예상 밖의 일이다. 여론조사의 차이가 압도적이어서 돌풍으로 묘사되고 있다. 본선마저 이기고 당대표가 될지는 미지수이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으로도 일종의 ‘사회적 현상’으로 봐도 충분한 것 같다.

우리 국민은 이준석에게서 무엇을 발견한 것일까? 그동안 집권 세력을 바꿔도 보고 주도 이념과 지역의 변화도 추동해온 국민이 이번엔 세대교체를 통한 변화에 기대를 해보는 것 같다. 이준석발 ‘세대 혁명’이란 말까지 나오는 걸 보면, 이준석이라는 한 개인에 대한 호불호만으로 이 현상을 재단해선 안 될 것 같다.

모든 사안에는 양면이 있다. 이준석 현상도 그럴 것이다. 여론조사에 응한 적지 않은 국민이 ‘정치 변화’의 긍정적 미래를 이준석에게 기대하고 있는 듯한데, 그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주장도 나왔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의 전혀 새로운 해석이기에 주목된다. ‘조국 사태’ 이후 사실상 ‘1인 야당’ 역할을 하며 현 정부의 위선과 내로남불을 꼬집어온 그다.

진중권은 신진 세력의 약진과 세대교체 바람은 긍정적으로 보면서도 ‘이준석 현상’은 그와 분리해서 보는 것 같다. 진중권은 27일 ‘시사저널 TV’ 인터뷰에서 “이준석이 당 대표가 되면 야당은 망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가 특히 반대하는 것은 이준석의 반페미니즘 성향인 듯하다. 진중권은 “특정 지지층을 끌어들이기 위해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못한 메시지를 계속 던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두 사람은 얼마 전 ‘페미니즘 논쟁’을 벌이며 대립각을 세웠는데, 그 논쟁의 연장선으로도 읽힌다. 논쟁 당시 이준석은 페미니즘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극렬한 페미니즘’을 비판한 것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이번 경선에 나서며 이준석은 주요 공직 선출에 ‘공정한 경쟁’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공직 후보자에게 ‘기초자격 시험’을 도입하겠다는 공약이 눈길을 끌었다. 9급 공무원을 준비하는 청년이 노량진에서 2년 이상 공부하는 노력을 예로 들며, 공직에 출마하는 후보자가 ‘기초자격 시험’ 정도의 준비는 해야 한다는 말도 했다. 2030세대가 민감한 ‘공정 감수성’에 접속해 인기를 끌려는 정치적 발언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젊은이들의 아픔에 공감하며 대안을 함께 모색해 보려는 자세가 높은 점수를 얻고 있다고 볼 수도 있겠다. 우리 사회를 ‘헬조선’이라 부르는 젊은이들의 탄식이 오래되었는데, 이전 정부나 현재 정부나 제대로 답을 못 해온 실정과 비교된다.

진중권은 이준석이 경쟁을 내세운 점도 비판했다. 경쟁을 도입하며 여성이나 사회적 약자에 대한 할당제와 가산점 제도를 없앨 수 있다는 발상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것이다.

두 사람의 주장은 서로 만날 수 없는 것일까? 필자는 접점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묘수는 ‘공정한 경쟁’에 들어 있다. 경쟁에는 좀 더 융통성을 부여하고, 공정에 좀 더 방점을 찍는 것이다.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가 주장하는 ‘적극적 공정’의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한국 사회에 부족한 ‘형식적 공정’이라도 제대로 구현해 보려는 노력은 필요해 보인다.

묘수를 찾는 일은 이준석의 몫인 것 같다. 해답도 그가 가지고 있다. 공정을 남에게만 적용하려고 해선 공염불이 되고 말 것이다. 공정의 다른 말은 겸손이다. 겸손한 마음이어야 자기와 다른 목소리를 포용할 수 있고, 그런 넓은 포용력이 진정한 공정의 바탕이 된다.

배영대 근현대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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